서양음악사

새로운 양식의 조성음악 3/8(2023.03.03)

작은대학교 2023. 3. 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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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초기 무용음악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② 《페트루시카》

《불새》가 발표된 이듬해에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또 하나의 무용음악인 《페트루시카》를 발표했습니다. 《페트루시카》는 1830년대 사육제 기간의 페테르부르크 거리의 시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피노키오』를 연상케 하는 인형세계의 동화같은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무대장치나 의상, 분장도 여기에 걸맞게 원색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민속 선율이 자주 등장하며, 여기에 박진감 넘치는 리듬진행과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고유의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색다른 음향을 보여줍니다. 그의 초기 작품들에 러시아 민속음악이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민족주의 작곡가였던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페트루시카》는 작품 전체에 러시아 민족적 색채가 짙게 풍기며, 《불새》와 마찬가지로 발레음악으로서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도 자주 연주되는 작품입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던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발레단은 파리를 근거지로 활동하면서 1929년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무용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특별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무용음악을 작곡하는데 있어 작곡가로서의 기본적인 고민거리, 즉 음악 창작에 수반되는 제반 사항들 이외에도 신경을 써야 할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무용수의 능력과 한계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작품이 훌륭한 작품인가에 대한 음악적 문제뿐만 아니라, 이것이 과연 무용가의 다양한 율동에 적합하겠는가 하는 음악 외적 문제 또한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무용음악 작곡가는 미리 안무가와 의논해 모든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보통이고, 또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음악과 무용의 합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점에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능력은 탁월했습니다.

출처 :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 The Cleveland Orchestra · Pierre Boulez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페트루시카를 연기하는 니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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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봄의 제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불새》를 작곡하면서 '스쳐지나가는 듯한 장면'을 보았다고 술회했습니다. "나는 상상 속에서 경건한 이교도 의식을 보았다. 나이 지긋한 현인들이 둘러앉아 있는 가운데 한 젊은 여인이 춤을 추면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들은 소녀를 제물로 바쳐 봄의 신에게 풍요를 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또 "어렸을 적에 가장 기억나는 모습은 원시적 기운을 내뿜던 러시아의 봄이다. 봄은 어느 순간부터인지 찾아드는 듯싶다가는 곧 온 천지를 요동치듯이 꿈틀거리게 한다"라고 했습니다. 이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세 번째 발레 음악인 《봄의 제전》을 작곡했는데, 이 작품은 풍년을 기원하는 이교도들의 제전에서 봄의 신을 위해 한 젊은 여인이 춤을 추다가 결국 자기 생명을 제물로 바친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봄의 제전》 이전의 작품들에서도 선율과 화성, 리듬을 다루는데에 있어 과감성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양상들이 《봄의 제전》에 들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말하자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의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작곡에 사용되는 모든 음악적 요소들을 가지고 꾸준히 실험을 해 보았고, 이런 실험들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인 면모들이 《봄의 제전》에서 결정체로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봄의 제전》에 나타나는 선율적 모티브들은 곡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변주되면서 등장하는데, 이 과정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띠는 변화는 바로 리듬입니다. 도입부 뒤에 곧이어 나오는 <젊은 처녀들의 춤>(Les Augures Printaniers)은 2/4박자의 곡인데, 8분음표로 된 불협화음이 계속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군데군데 액센트가 불규칙적으로 붙음으로써 당김음의 효과를 자아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음악은 놀라운 역동성과 추진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것은 바로크시대 이래 서양 음악을 지배해 왔던 '강약의 규칙성'이라는 고정관습을 완전히 벗어난 획기적인 시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에 의해  시작된 이 독특하고 불규칙적인 새로운 리듬 개념은 곧 다른 작곡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결국 20세기 리듬어법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1913년 《봄의 제전》이 초연되었는데, 《불새》때와는 다르게 객석에서는 대소동이 일어나게 됩니다. 청중들은 풍요를 비는 이교도의 의식에 대한 '원시적인' 충동, 그리고 계속적인 불협화음, 타악기의 공격적인 리듬 등을 듣고 거세게 항의하였습니다. 이들은 흥분하여 야유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또 《불새》를 극찬했던 클로드 드뷔시 또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를 '젊은 야만인'이라 표현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의 제전》의 진가는 곧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1년이 지난 후 《봄의 제전》은 피에르 몽토(Pierre Monteux, 1875년 ~ 1964년)의 지휘로 연주되었는데(음악회용), 이 때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고, 《봄의 제전》은 다시 새로운 음악의 걸작품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 당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이외에도 원시 문화에 대한 관심은 많았습니다. 입체파 회화의 장을 연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은 아프리카의 조각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게 된 작품입니다. 또한 《봄의 제전》이 발표되었던 1913년,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토템과 타부』라는 책을 출판하여 원시인과 노이로제 환자간의 유사성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봄의 제전》이 지속적인 리듬 변화와 타악기 음향을 통해 원시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음악에 있어서 원시주의(Primitvism)는 오랫동안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음악사조는 아니었습니다. 다른 작곡가의 대표적인 걸작을 꼽자면 벨라 바르톡의 《알레그로 바르바로》(Allegro barbaro, 1911년)를 꼽을 수 있으며,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역시 이와 비슷한 양식의 작품을 더 이상 작곡하지 않고 곧장 다른 장르의 길을 찾아나서게 되었습니다.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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