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새로운 양식의 조성음악 6/8(2023.03.10)

작은대학교 2023. 3. 10. 18:00
반응형

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초기와 중기, 말기의 음악 양식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다른 유명 작곡가인 벨라 바르톡의 민족주의와 신고전주의 음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 벨라 바르톡

 

1) 바르톡의 민족주의

 

출처 : 벨라 바르톡Bela Bartók - Seoul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simf.kr)/벨라 바르톡

벨라 바르톡(Bela Bartok, 1881년 ~ 1945년)이 태어났던 헝가리는 당시 민족주의 운동이 한창 전개되고 있었고, 이런 영향으로 인해 그는 자기 나라의 민요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주로 헝가리 민요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벨라 바르톡은 민요 채집을 위해 오랫동안 시골을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헝가리와 그 주변에 있는 국가를 여행하면서 민요를 모아 악보에 옮기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등 종족음악학자로서의 현장연구(fieldwork)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민요의 선율 속에서 새로운 선율적, 화성적 전개방식을 찾고자 했습니다. 민속음악에 대한 그의 흥미는 때로 헝가리의 국경을 벗어나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아라비아, 튀르키에, 세르비아-크로아티아 지방에까지 늘어나 이들 각 지방의 민요들이 벨라 바르톡 초기 작품의 소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처럼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던 벨라 바르톡은 선율 작곡에 있어 장단음계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는데, 그의 이런 선택으로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독특한 정취를 풍기는 특징을 가집니다. 그가 즐겨 사용했던 음계들은 5음음계, 온음계, 기타 여러 가지 유럽의 민속적 음계들 뿐만 아니라, 3음음계, 4음음계, 아라비아 음계까지 포함하는데, 이것이 바로 그의 음악이 이국적으로 들리는 이유입니다. 이 외에도 그의 선율에는 반음계의 12음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벨라 바르톡의 선율은 이국적 향취를 느끼게 하는 독특하고 복잡한 화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의 작품에 조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의 음악 속에는 조성이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화성을 포함하고 있는 비교적 보수적인 작품에서조차 그는 장조와 단조 선법의 분명한 구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모든 음이 하나의 조성을 향해 있는데, 그것은 그가 단일 조성이 시종일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모호한 부분을 삽입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의 화성에서 또 다른 두드러지는 특징은 음뭉치(tone cluster)를 사용한다는 점인데, 이는 여러 개의 인접한 음들을 한꺼번에 여러 개를 연주해 극도의 불협화음 효과를 내는 방법입니다.

 

벨라 바르톡 음악 에 있는 리듬도 서양의 전통적인 리듬패턴과는 크게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그는 리듬에 큰 비중을 두었는데, 리듬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단음이 아니라 대개 여러 개의 음이 동시에 울리는 두터운 음향의 화음이며, 이런 화음들은 불규칙하게 모여서 리듬패턴을 형성하고, 그런 형태가 고집스럽게 반복됨으로써 음악 전체에 강한 에너지를 불어 넣는 효과를 보입니다. 또한 박자가 자꾸 바뀌면서 곡 전체에 계속적인 변화를 부여합니다. 불규칙적이고 변화무쌍한 리듬은 민속춤이나 말의 리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리듬 사용법은 벨라 바르톡 작곡기법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단계적 피아노 연습곡인 《미크로코스모스》(Mikrokosmos)에서 잘 나타납니다.

반응형

 

2) 바르톡의 신고전주의

 

벨라 바르톡의 음악에는 서양 예술의 음악 전통 또한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를 신고전주의 작곡가로 말하는 이유는 그가 바로크 시대나 초기 고전주의 시대의 형식과 악기편성 그리고 다양한 기법들을 20세기의 음악어법으로 재현해 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으로 이어지는 고전주의의 전형적인 장르인 현악4중주 분야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낭만주의 시대에는 프란츠 슈베르트나 요하네스 브람스, 안톤 드보르작 등이 현악4중주곡을 작곡하긴 했지만, 실내악이 낭만주의 시대의 주된 장르는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벨라 바르톡을 신고전주의 작곡가라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는 현악4중주를 작곡하는데 많은 열정을 쏟았는데, 그가 남긴 6개의 현악4중주곡들은 베토벤의 작품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명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벨라 바르톡의 신고전주의적 면모는 그가 자신의 이전 시대였던 낭만주의시대에 널리 사용되던 장르인 '협주곡'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벨라 바르톡이 살던 시절, '콘체르토'라고 하면 누구나 낭만주의의 협주곡을 연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주악기가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관현악을 위한 콘체르토》라는 작품을 내놓았는데, 당시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이 아닐 수 없었지만, 협주곡의 역사적 자취를 더듬어 본다면 그것은 낭만주의 시대의 독주협주곡이 아니라 바로스 시대의 협주곡 의미로 돌아간 것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작품을 엮어나가는 짜임새를 볼 때, 그의 음악 중 많은 부분이 대위법적으로 짜여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위법적 작품에서 각개의 선율들이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짜임새 자체가 기본적으로 흥미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꽉 짜여진 듯한 느낌을 주는데, 벨라 바르톡의 경우 여러 가지 다른 악기로 각 성부를 연주함으로써 음색의 대비와 풍요로움까지 모두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벨라 바르톡은 실제 연주 시 음색의 조화를 위해 각 악기의 무대 배치에 대해서도 각별히 신경쓰기도 했습니다. 가령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현과 타악기,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Music for Strings, Percussion and Celesta, 1936년)의 경우, 벨라 바르톡은 현악기를 무대 위에서 두 그룹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다른 악기들을 배치하도록 악보에 지시해놓았습니다.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