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20세기 초반의 음악적 상황 3/4(2023.01.30)

작은대학교 2023. 1.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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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은 20세기에 등장하게 된 새로운 음악들에 대해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세계사가 복잡해진 만큼 음악의 문화 또한 복잡해지기 시작했으므로, 이 부분부터는 예시를 통해 이해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2. 새로운 음악을 향하여

 

1) 서양음악사에 나타나는 "새로움"의 개념들

 

서양음악사에서 '새로움'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앞에서 서술한 적이 있습니다. 가령 13세기에서 14세기로 넘어가는 1300년 경, 그리고 16세기에서 17세기로 넘어가는 1600년 경에 음악양식이 크게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1300년이면 중세시대 말기에 해당하는데, 이 시절에는 이미 교회의 권위가 어느 정도 실추되어 있었고, 음악 역시 이전보다 상당히 세속화되어, 1300년을 분기점으로 하여 그 이후의 음악을 흔히 '아르스 노바'(Ars Nova, 라틴어로 '신식 예술'의 뜻)라고 말하고, 그 이전시대를 '아르스 안티쿠아'(Ars Antiqua, 구식 예술)라고 지칭했습니다. 그 이후 300년이 지나고 1600년대가 되면 르네상스시대의 막이 내려가고 바로크시대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복잡한 대위법적 음악에서 이제는 단순한 노래중심의 음악으로 음악양식의 큰 변화가 또다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오페라가 생기면서 이탈리아가 서유럽 음악문화를 다시금 주도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이탈리아인들은 17세기의 새로운 음악양식을 그 당시 출간된 대표적인 악보집의 이름을 따 신음악(Le nuove musiche)이라 지칭하였습니다.

 

이로부터 다시 300년이 지난 뒤 1900년대를 기점으로 하여 그 이후에 나타난 음악을 '현대음악'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현대음악이란 말은 서양용어, 그러니까  'Neue Musik', 영어의 'New Music'이나 'Modern Music'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데, 앞서 예를 들었던 라틴어(아르스노바) 이탈리아 용어(레 누오베 뮤지케)와 결국엔 같은 의미(New Music, 새로운 음악)를 가지고 있습니다. 1300년, 1600년 경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1900년을 전후해 20~30년 동안의 변환기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추세들이 공존했습니다. 따라서 20세기 초의 상황에서는 이전의 사조인 '낭만주의'의 전통이 소멸되지 않았고, 20세기가 깊어져 가면서 까지도 면면히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 나타난 변화들을 단순한 양식적 변화로만 본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음악을 들을 때 피상적으로 느끼는 '다른 점'은 분명히 음악양식적인 차이이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20세기에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서양음악사의 양식을 보면 그 변화는 끊임없이, 그리고 다방면적으로 변화를 거듭해왔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고, 이런 발전 가운데 한 가지 연관성도 존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서양음악사는 '팽창의 역사'로 일관되어왔다는 것입니다. 단성음악이었던 그레고리오 성가로부터 시작해 2성부, 3성부 오르가눔을 거쳐 음악적 성부가 점점 증가합니다. 그리고 교향곡도 2관 편성부터 시작해 3관, 4관으로 확장되는데 결국 구스타프 말러의 "천인 교향곡"(Symphony of a Thousand)까지 발전해 약 1000명이 가까운 인원이 무대 위에 서게 됩니다.

출처  : 교향곡 8번 (말러)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1916년 3월 2일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지휘,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에 의해 미국에서 초연된 천인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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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성부나 연주자의 수가 늘어나는 종적, 혹은 수직적인 팽창과 함께 횡적 팽창도 꾸준히 일어났습니다. 중세의 그레고리오 성가에 새로운 부분이 첨가되었던 트로푸스(tropus)를 시발점으로, 음악은 점점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가령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교향곡은 보통 2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베토빈의 교향곡은 그 두 배 정도의 시간이 걸리며, 낭만시대의 말기가 되면 교향곡 한 악장만 해도 20분 이상이 걸리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 3번》은 1악장만 해도 30분 이상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극단적 예시이기도 하지만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10시간 이상이 소요되어 며칠에 나뉘어 공연이 되곤 했습니다.

 

이렇게 서양음악 양식의 변화에 있어 '팽창'이라는 개념은 19세기 후반에 절정에 달했고, 더 이상 팽창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극도로 팽창된 음악들에 대해 흔히 '대형주의'(gianticism)라고 지칭했는데, 이것이 마치 이 시대의 특별한 음악사조인 것처럼 말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 '대형주의'란 서양음악이 향해왔던 대체적인 방향일 뿐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관점은 결과론적 이야기라는 약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그들이 팽창이라는 일방통행로의 막다른 지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방향을 전환할 필요성을 점점 느끼게 되었고, 그를 위해 또 다른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생각했습니다.

 

20세기 초의 작곡가들이 선택한 돌파구는 아주 다양하게 나타났고,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여러 종류의 음악 양식의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음악의 근본적인 역할에 대한 이 시대 작곡가들의 견해가 판이했기 때문에 그들이 설정했던 '음악이 가야할 길' 역시 여러 갈래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세기에는 음악이 양식적인 통일을 이룩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대 음악의 일반적 특징을 열거하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즉 지금까지 서양음악의 역사적 상황과 비교해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20세기의 새로움이라는 것은 과거와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에 첨가되어 결국 여러가지 사조와 양식이 공존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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