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고전시대의 개관 4/5(2022.09.07)

작은대학교 2022. 9.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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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고전시대의 시대적인 배경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오늘은 고전시대의 양식적 특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 양식적 특징

 

1) 보편성의 추구

 

바로크 시대에 있던 감정이론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당시에는 음악적인 묘사 능력을 우선적으로 여겼지만, 고전시대에는 합리적인 사고에 의한 음악의 작용을 우선적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전시대에는 어떠한 근거에 바탕을 둔 보편적인 음악적 이해가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슬픔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음악이면, 음악이 슬픔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사고는 바로크 시대의 양식적인 것이 점차 쇠퇴해가던 18세기 초에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사가 없는 기악음악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즉, 가사가 없이 단지 음악, 소리로만 표현한다고 해도 어느 누구에게나 음악의 내용이 전해질 수 있다면, 음악가들은 이러한 규칙을 찾아서 익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음악 본연의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에 있어서 시대를 초월하는 절대적인 기준을 찾는다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입니다. 허나 고전시대에는 이러한 것을 바라고 추구했습니다. 특히 사상가들과 문학가들의 발언들은 보편적인 음악을 상정하고, 그것을 지향해야 할 필요성들을 역설했습니다.

 

그들의 의견과 사고는 음악가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수용되었습니다. 이러한 것은 완숙기의 하이든이 단순한 선율적 소재를 가지고 가공, 발전을 시켜 청중들에게 쉽게 수용될 수 있는 기악음악을 작곡한 것, 또는 모차르트가 쉽거나 어렵지 않은 중간의 음악, "가장 끔찍한 환경에서도 귀를 괴홉히지 않고 즐길 수 있는"음악을 추구했던 것에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베토벤은 이러한 경향성을 더욱 심화시켰고, 음악이 세상의 진리가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예술만을 내세우지 말고 그 내부로 들어가라. 예술은 그러하기에 합당하다. 왜냐하면 오로지 예술과 학문만이 인간을 신의 경지로 들어올리기 때문이다" 또는 "우리에게는 도덕률이, 그리고 우리 위에는 별이 빛나는 하늘이! 칸트!!"라는 베토벤의 발언은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년 ~ 1804년)가 지향했던 합목적적 보편세계를 음악으로 구현해내려고 하는 그의 집념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2) 구조적 단아함

 

① 민요적 선율

고전시대의 음악적 단순성은 음악의 규모만 간단해진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어떤 작품의 음악적 구성이 누구에게나 이해될 수 있도록 음악이 보편성을 지닌다는 것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또한 이것은 음악이 음악 이외의 특정한 목적에 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의미합니다. 

 

음악 자체로 음악적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선 소리의 조직이 인간의 인식 구조에 합당하게 들릴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조직되어야 합니다. 하여 고전시대에는 그런 것들이 민요적 성격의 편안한 선율, 음악적 주기 구성, 호모포니 형태의 명쾌한 화성 연결(종지), 주제-동기 가공작업에 따른 균형 잡힌 형식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민요적 성격이라 함은 노래할 수 있는 선율이라는 의미와 같습니다. 그래서 고전시대의 작품 속에는 비록 그 선율이 악기로 연주되더라도 청중이 가볍게 흥얼거릴 수 있는 특징적인 선율들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 선율들이 바로크 시대의 기교적인 아리아들과는 다르게 단순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민요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실제로 고전시대의 작곡가들은 자주 민요에서 선율들 따와 작품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② 음악적 주기

규칙적 주기에 의한 악절의 구성은 먼저 민요적인 단순성과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악절 구성의 실제적인 기준은 청취를 할 때 음악적 진행이 쉽게 파악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두 마디의 동기를 두 개씩 연결해 네 마디의 악구를 만들고, 그것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악구를 연결해 총 여덟 마디 규모의 악절을 만드는 게 가장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편안한 노래들에는 이러한 주기성이 곡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주기성은 오케스트라 작품에서 악기나 악기군의 변화에도 그대로 적용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 어떤 특정 멜로디는 처음 연주하던 악기가 다음에 또 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악기 음색의 대비를 통한 선율적인 주기성이 고려되어 복잡성으로 발달되는 것보다는 단순성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복잡하게 들릴 수 있는 오케스트라 음향을 편안하게 청취할 수 있도록 단순화시키는 효과를 갖습니다.

 

고전시대에는 바로크 시대와는 다르게 호모포니적인 음향을 중용함에 따라 화음 연결이 음악의 구조성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따라서 온음계의 음층 중 Ⅰ, Ⅳ(ii6), Ⅴ(7), 즉 주요 3화음이 음악의 뼈대를 이루게 됩니다. 이 세 화음을 연결해 주기별로 명쾌한 종지를 형성하면 아래 위로 여러 성부들이 만들어내는 음향일지라도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연스러운 선율의 활용이 음악진행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화성의 변화는 대체로 선율 진행 단위에 종속적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화음의 변화는 선율 중심의 프레이즈를 후원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③ 주제-동기 가공작업

주제-동기 가공작업은 큰 규모의 기악 작품에서 단순한 선율 반복으로만 의미 있는 음악적인 진행을 이끌어내기가 어렵다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고전시대의 기악곡들은 대개 작은 동기를 연결해 특징적인 주제를 만들고, 그 요소를 가지고 다시 전체적인 음악 구성의 주요 재료로 사용을 합니다. 같은 말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먼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서 음악적인 진행을 위한 동기들을 도출해낸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예시를 보면, 제시부의 주제가 전개부에서 새롭게 진행되면서 음악 진행의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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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제 가공 방식은 시간적인 흐름으로 펼쳐지는 음악의 진행을 하나의 구조체로 파악하게 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바로크 시대에 핵심적인 조성이나 음형이 주요 표현 재료로 사용되었다면, 고전시대에는 음악의 동기(최소 의미 단위)와 그것의 연결로 특징지어지는 주제가 그 역할을 대신 맡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음악의 표현 내용들이 다른 목적에 묶이지 않고 음악 그 자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④ 완결체로서의 작품

구조적 단아함을 음악적 표현의 중심에 놓게 되면서 음악 작품은 하나의 완결체로 창작자에 의해 고정될 수 있습니다. 바로크 시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던 음악 분야의 '작품'(opus) 개념이, 고전시대부터는 예술적 완결체를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18세기 중엽부터는 반 즉흥연주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계속저음이 점점 밀려나고, 개별 화음의 구성 및 반주 음형이 창작 단계에서 이미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습니다.

 

반주 음형을 만드는데에도 고전시대의 음악 이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 시대의 반주는 되도록 선율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화음의 기본적인 구성음들을 채우는 역할을 합니다. 고전시대에 가장 흔했던 화성 반주 형태는 화성의 주요 구성음을 저음에서 연주하고, 반 박자를 쉰 다음에 다른 구성음들을 상성부에서 음정 간격을 좁혀 반복해주는 것입니다. 또한 저음에서 기준이 되는 음가보다 빠른 음표로 해당 화음을 위아래로 분산시켜 연주하는 소위 '알베르티 베이스'(Alberti-Bass)가 흔히 사용됩니다. 즉, 선율 아래에 화음의 구성음들이 만드는 부드럽고 두터운 음향층을 깔아놓는 방식입니다.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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