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고전시대 실내악 1/5(2022.09.23)

작은대학교 2022. 9.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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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고전시대의 성악음악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고전시대에 들어서면서 성악음악의 위상이 이전보다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이유가 역사적인 것도 한 몫 했다고 보는데, 바로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통해 사회적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것도 있고, 종교개혁 이후로 혼란스러운 종교가 점차 힘을 잃어버리면서 성악 중심의 음악관에 변화가 찾아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제 관점은 제 주관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고전시대의 기악음악의 첫 장르, 실내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ⅩⅥ. 고전시대의 실내악

 

실내악은 말 그대로 실내에서 연주하는 음악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 실내에서 연주할 수 있는 정도의 소규모로 편성된 음악을 의미합니다. 실내악이라는 용어는 원래 교회음악이 아닌 세속음악을 지칭하는 단어였는데, 기악에만 사용되던 단어는 아니었습니다. 이후 고전시대가 되면서 이 용어는 대규모의 연주회 음악과 구별된 소규모의 기악음악의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궁정 중심의 연주회 문화가 이제는 새로운 대중적 연주회로 확장된 것을 알 수 있는 것으로, 고전시대에는 음악의 종류나 형태가 더욱 다양해졌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즉 실내악은 대규모의 공공연주회와 구별된 사적인 모임이나 음악 식자층, 애호가 등의 소규모 청중들을 위한 것입니다.

 

고전시대 실내악은 독주 성부 편성으로 된 음악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현악기 중심의 삼중주(Trio), 사중주(Quartet), 오중주(Quintet)이며, 피아노 반주를 곁들인 독주악기 편성과 관악기가 섞인 육중주(Sextet), 칠중주(Septet), 팔중주(Octet), 구중주(Nonet)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간단한 편성의 악기 반주를 가지고 있는 독창이나 중창 역시 넓은 의미에서 실내악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음악형식에서의 실내악은 일반적으로 당시 기악음악의 기본적인 틀에 해당했던 소나타 형식을 포함하고 있는 다악장 구조로 되어있었습니다. 실내의 음악이라는 범위에서 보면 독주를 위한 음악들도 실내악에 포함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의미로서 실내악은 이중주 이상의 음악을 지칭합니다. 이러한 이유는 궁정에서 연주가 가능한 방에서 어울려 즐기면서 만들어진 실내악의 태생을 감안한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다룰 고전시대 실내악에서는 성악을 제외한 소규모 편성으로 된 기악음악을 실내악의 중심에 놓고 다룰 예정입니다.

 

1. 건반악기 음악

 

1) 건반악기 위상의 강화

 

고전시대에 소나타라는 이름이 붙여진 작품들은 대체로 '독주'  형식의 피아노소나타이거나 피아노와 함께 연주되는 소나타입니다. 하여 피아노소나타라고 하면 피아노만 등장하는데, 바이올린소나타 또는 플루트소나타에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플루트와 피아노가 함께 연주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바로크 시대의 트리오 소나타가 고전시대의 기악곡으로 변화함에 따라 피아노의 위상이 강화된 결과물이었습니다. 두 개의 고음 악기와 하나의 저음 악기에 화성 반주를 위한 건반악기가 더해져 일종의 사중주 형태로 되어있던 트리오소나타는, 전고전시대에 이르러 음악의 진행에서 자주 하나의 성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바로크 시대의 트리오소나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푸가적 진행이 점차 뒤로 밀려나고, 선율의 가공을 통한 추진력이 선호됨에 따라 변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짜임새에서 저음 성부에 반즉흥적 화성을 더했던 계속저음의 역할이 점차 애매해지게 되었습니다. 하여 화성을 담당했던 건반악기는 음악적으로 차츰 독자적인 역할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방향의 변화가 선율 악기의 조합으로 전개되었고, 이 것이 현악삼중주 및 현악사중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건반악기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이중주 소나타 및 피아노소나타입니다.

 

건반악기가 음악 전개의 보조적인 역할을 벗어났다는 것은 이제 건반악기가 더 이상 계속저음의 연주가 아닌 다른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18세기 중후반을 지나면서 건반악기가 이제는 실내악 작품의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흐름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특징적인 점은 이전의 계속저음 구조나 트리오소나타의 틀을 벗어나 건반악기가 음향 구성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이로인해 건반악기와 함께 연주하는 악기가 오히려 반주를 담당하게 되는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런 반주가 붙은 건반악기 소나타들은 특히 파리와 런던에서 번창하였습니다.

 

아래의 악보의 작품처럼, 바이올린이 자주 건반악기의 오른손 또는 왼손의 선율을 함께 연주하면서 음향적인 독립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유형은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모차르트의 초기 바이올린소나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유형입니다. 이를테면 아래의 악보처럼 바이올린이 건반 악기의 진행에 화성적인 채색을 하는 것입니다. 두 악기가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하듯이 진행되는 소나타는 18세기 후반에 들어서서 눈에 띄게 자주 나타나는데, 루이지 보케리니(Luigi Boccherini, 1743년 ~ 1805년, Op. 5, 1758년)와 모차르트의 중후기 작품(K. 376 ~ 381, 454)이 그 초창기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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