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고전시대 실내악 3/5(2022.09.28)

작은대학교 2022. 9. 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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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고전시대의 실내악 중 피아노소나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럼 오늘은 현악앙상블 중 이중주와 삼중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현악 앙상블

 

1) 이중주

 

18세기 후반이 되면, 실내악의 현악기들은 전문적인 연주자들을 위한 곡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전 시간에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간단한 독주 선율 악기를 건반악기나 계속저음 악기가 후원하는 형태의 구성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독주적 건반악기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이제는 선율악기가 반주를 담당하게 되는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런 일종의 과도기적 형태를 지나 각 악기가 독주적인 성부를 담당하는 중주 방식의 형태가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같이 어울려서 하는 음악에서 점차 청취하는 음악으로 실내악의 성격이 바뀌어 감에 따라, 현악 앙상블이 원래의 사적인 소규모 공간에서 하는 음악으로부터 탈피해 점차 공개적인 대규모 연주회용 음악의 성격을 갖춰 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① 바이올린소나타

이중주 소나타의 표본은 바이올린소나타입니다. 바이올린의 주법에 관한 체계적인 정리는 이 악기의 활용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데,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사베리오 제미니아니(Francesco Saverio Geminiani, 1680년 ~ 1762년)의 바이올린 교습서는 런던(1751년), 파리(1752년), 비엔나(1785년)에서 차례대로 출판되었습니다. 지난 시간에 언급했었던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교습서(1756년)는 이탈리아 전통의 연주 방법을 정리한 책입니다. 베토벤이 바이올린소나타(Op. 47)를 헌정한 로돌프 크로이쳐(Rodolphe Kreutzer, 1766년 ~ 1831년)도 당대의 연주법을 정리한 바이올린 교습서(1803년, 공저)를 집필했고, 이 책은 이후 연주가들에게 중요한 지침서가 되었습니다.

 

하이든의 바이올린소나타와 첼로소나타는 대체로 현악기가 반주 역할을 해주는 방식으로 되어있습니다. 반면 피아노 외에 2대의 바이올린, 바이올린과 비올라, 바이올린과 첼로 등 현악기끼리 이중주로 묶은 작품들도 많이 있습니다. 모차르트도 적은 수이긴 하지만, 현악기끼리 연주하는 이중주를 남기기도 했습니다(K. 46d~e, 423, 424). 모차르트는 초기에 요한 쇼베르트의 작품에서처럼 바이올린 반주가 딸려있는 쳄발로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모차르트의 후기 바이올린소나타에서는 두 악기의 협력은 보다 긴밀해졌고, 성부의 배분에서 폴리포니적인 복잡성을 보이는 형식으로 발전하였습니다(K. 454, 526). 베토벤은 모차르트의 후기 작품처럼 두 악기가 대등한 관계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나아가 그는 이중주 소나타에서도 그의 피아노소나타처럼 때로는 강렬한 음향을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봄》(Op. 24, 1801년)은 서로 사랑스러운 대화를 나누듯 악기들이 선율을 주고 받는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이에 비해 《크로이쳐》(Op.47, 1803년)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협연을 하듯이 상대적으로 긴 패시지를 교환하는 형식입니다. 베토벤의 완숙기 작품들에서는 피아노 음향을 상대하는 강한 바이올린 음향은 비록 이중주의 형태지만 더 이상 소박한 실내악이라는 이미지를 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② 첼로의 부상

고전시대의 이중주 소나타에서 건반악기와 함께 새로운 위상을 부여받게 된 또 하나의 악기는 바로 첼로입니다. 전통적으로 첼로는 계속저음 악기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독주적인 임무를 거의 부여받지 못한 악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계속저음의 존재가 더 이상 의미를 갖지 않았기 때문에, 첼로와 같은 악기들이 점점 나름의 고유한 성격을 표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첼로 연주법의 발달과도 관계가 깊습니다. 루이지 보케리니와 장 루이 뒤포르(Jean Louis Duport, 1749년 ~ 1819년)의 뛰어난 첼로 연주는 작품 속에서 첼로의 역할을 확장시켜주었으며, 이후의 첼로 음악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장 루이 뒤포르는 오늘날까지 첼로 연주법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첼로 교습서(1770년)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하이든은 현악기를 위한 이중주에서 첼로를 저음악기로 사용했는데, 아직까지는 독주적인 성격이 약했습니다. 밝고 편안한 선율을 중시했던 모차르트 작품에서의 첼로는 대체로 음향 면에서 저음 성부를 담당하는 악기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베토벤은 바이올린소나타에 상응하는 첼로소나타를 작곡했고(Op. 5, 69, 102), 피아노와 함께 연주하는 변주곡(Op. 66, WoO 45-46)도 작곡하였습니다. 하이든의 작품(Hob. XVa: 1-3)과는 다르게 베토벤의 변주곡과 소나타는 피아노와 첼로가 독주적인 선율을 나눠서 맡아 진행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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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삼중주

 

① 피아노삼중주

 

고전시대의 삼중주는 대체로 피아노삼중주나 현악삼중주입니다. 피아노삼중주는 바이올린과 첼로를 포함한 작품인 것이 흔한데, 경우에 따라 고음 악기가 플루트 등으로 대체되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피아노삼중주는 이전의 트리오소나타의 편성을 잇는 것으로, 저음을 담당하는 악기가 첼로로 고정되어 있고(필수) 피아노가 상성부의 일부를 담당하는 형태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중주 소나타에서처럼 피아노삼중주는 초창기에 반주를 가지고 있는 피아노소나타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즉, 피아노소나타에서 오른손의 고음 성부를 바이올린이, 왼손의 저음 성부를 첼로가 함께 연주하는 형태를 보였습니다.

 

베토벤은 각 악기들이 독자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 피아노삼중주 장르의 음향적 범위와 음악적 심각성을 확대시켰습니다. 피아노삼중주에 화성을 채우는 비올라를 더하면 피아노사중주가 됩니다. 피아노사중주는 중음이 보강되기 때문에 어찌보면 음악적인 완성도를 높여줄 수는 있지만, 피아노의 넓은 음역과 표현력이 나머지 세 현악기와 겹치기 때문에 아담한 음악구성에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피아노가 세 현악기와 겨루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 협주곡 분위기의 음향이 생성되기 때문에, 이런 경계적 모호함을 피하기 위해 피아노사중주는 대체로 많이 작곡되지 않았습니다.

 

② 현악삼중주

현악삼중주는 트리오소나타에서 계속저음에 의한 화성연주 악기를 뺀 형태로, 바이올린과 비올라 및 첼로의 편성이 표준적입니다. 계속저음의 퇴조는 음악적 짜임새를 위해 작곡자가 세밀한 음형구성을 직접 제시하고자 하는 경향과 맞물려 있습니다. 말하자면, 화성반주를 담당하던 건반악기 파트의 음들도 이제는 음악적 구조에 의해 분명하게 자리를 잡아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넓은 음역을 양손으로 음향적 풍요로움을 제공해줄 수 있는 건반악기를 배제한 현악삼중주는 현악사중주에 비해 고전시대의 음악적 표현에 상대적으로잘 적응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이런 흐름은 실내악이 여흥의 범위를 넘어 연주회용 음악으로 발전하게 된 것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현악오중주나 현악육중주 등의 편성들도 일부 사용되기는 했지만, 이런 편성은 오히려 음향 중복의 처리가 애매했기 때문에 역시나 선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연주자였던 루이지 보케리니가 현악사중주보다 많은 현악오중주를 작곡한 것은 예외에 속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악삼중주가 아무런 가능성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여흥을 위한 연주에서는 현악삼중주가 이중주 못지 않은 나름의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고용주에게 봉사하는 음악가로서 오랜 시간을 살았던 하이든은 세 명의 연주자를 고려한 많은 현악삼중주를 작곡했습니다. 하이든의 현악삼중주 작품들은 성부의 효율적인 배치를 통해 풍부한 을림을 얻고, 폴리포니와 호모포니를 적절히 조화시켜 성부 진행의 우아함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그는 본격적으로 현악사중주를 작곡하기 시작한 뒤에는 현악삼중주의 작품은 만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현악삼중주의 표준 편성은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이며 비올라 대신에 또 하나의 바이올린을 넣은 작품도 있습니다. 

 

하이든은 니콜라우스 에스테르하지(Nikolaus I. Furst won Esterhazy, 1714년 ~ 1790년)의 주문에 의해 당시 유행에서 밀려난 현악기였던 바리톤을 넣어 130곡에 가까운 현악삼중주를 작곡했습니다. 뛰어난 바리톤 연주자였던 니콜라우스 에스테르하지는 자신이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실내악을 지속적으로 작곡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바리톤은 테너 감바 계열의 악기로 소프라노 음역의 바이올린을 대신해서 편성되었는데, 이로 인해 전체 앙상블의 음역은 좁아졌지만, 하이든은 이것을 작곡적 역량으로 극복할 수 있었고, 경쾌하고 편안한 음악을 제공하기까지 했습니다.

 

모차르트는 디베르티멘토 계열의 현악삼중주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의 후기 작품(K. 563, 1788년)에서는 하이든의 기법에 자신의 섬세함을 더해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토벤의 현악삼중주는 모두 작품 활동의 전반부에 작곡된 것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하이든의 음악어법을 따르고 있지만, 특유의 열정과 심각성이 담겨있는 작품(Op. 9, No. 3)들도 있습니다.

니콜라우스 요제프 에스테르하지 (mir.pe)/Nikolaus I, Prince Esterházy - Wikipedia/니콜라우스 에스테르하지와 그의 바리톤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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