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은 지난시간에 다 못했던, 세 대가 중 베토벤의 현악사중주에 대해 조금 다루고, 현악기가 아닌 관악기는 어떤 앙상블을 남겼고,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에 대해 다루어 볼 생각입니다.
③ 베토벤
베토벤은 작곡가로서의 입지를 어느 정도 다진 후에야 비로소 현악사중주를 작곡했습니다. 하여 현악사중주는 그의 다른 실내악 장르보다는 좀 더 이후에 작곡되었습니다. 그의 교향곡이 오케스트라 음악의 결정판 역할을 하듯이, 그의 현악사중주 작품들은 실내악적 사고를 총망라한 것입니다. 초기에 그는 모차르트처럼 하이든의 범주 안에서 현악사중주를 작곡했고, 당시 관습대로 여섯 곡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었습니다(Op. 18). 거기에는 주제-동기 가공작업, 악장들 간의 유기성 강화, 그리고 특유의 대비적 효과 등이 녹아들어 가 있습니다.
베토벤의 중기 작품에 해당하는 "라주모프스키 사중주"(Op. 59, 세 곡)는 오케스트라적 역동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이 작품들에서 베토벤은 헌정 대상자였던 러시아 외교관을 고려해서 그랬던 것인지, 러시아의 민요 주제를 사용하였습니다. 이처럼 민요적 선율성을 중시하는 것은 보편성을 추구하던 고전시대 음악의 주요 특징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들에는 내적 사고를 요구하는 불규칙성이 자주 드러나고 불협화적 화성이 대담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주기적 형식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현악사중주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하프 사중주》(Op. 74)와 《f조 사중주》(Op. 95)입니다. 베토벤이 현악사중주에서 실험적인 양식을 추구하게 된 것은 베토벤의 창조적인 성격이 중요한 동기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이 장르의 성격이 점차 공공연주회 쪽으로 바뀌어간 것이기도 했습니다.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는 1820년대에 작곡한 5개의 사중주(Op. 127, 130, 131, 132, 135)와 《큰 푸가 사중주》(Op. 133)입니다. 이 작품들은 흔히 고전시대의 음악 이상을 벗어난 작품들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작품들이 실험적 시도의 폭이 확대되었고, 정신적 내용을 음악화하려는 강한 집념을 보임에 따라 전반적으로 곡들이 난해하고 도전적인 음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악장 수나 배열에 일정한 규칙이 없었고, 선율 연결이나 화정 구조, 셈여림 및 빠르기의 자유로움 등이 작품 전체의 이미지를 매우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 가운데 네 작품(Op. 130, 131, 133, 135)은 푸가적인 진행을 포함하고 있기도 합니다. 푸가는 바로크 시대 이후 실내악의 발달에서 당연히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던 기법입니다. 심지어 현악사중주의 기반을 닦았던 하이든의 작품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기법입니다. 하지만 주제-동기 가공작업에 의한 형식적인 단아함을 지향하는 음악에서는 폴리포니적 진행이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호모포니적 중심의 음악 전개에 복합적으로 섞이기 때문에 청취의 난해함을 증가시키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은 내적인 진실성과 외적인 구조성의 조합을 위해 과감한 폴리포니적 진행을 도입하여 작품을 썼습니다.
음악외적인 내용을 순수 기악곡인 현악사중주에 덧씌우고자 하는 시도는 작품에 적혀있는 글에 잘 나타납니다. 그는 《a단조 사중주》(Op. 132)의 2악장 서두에 "치유 받은 자가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 찬송"이라고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이 문구는 이후 연주자나 청취자들에게 이 음악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현악사중주 《F장조 사중주》(Op.135)의 피날레에는 그 유명한 문구 "꼭 그래야 하나? 꼭 그래야 한다!"를 넣기도 했습니다. 이 안에는 해당 선율이 마치 그렇게 묻고 답하는 것처럼 들리게 합니다.
3. 관악기를 포함한 앙상블
1) 관악기의 활용
이전 시대의 실내악은 전통적으로 현악기의 음악 장르였습니다. 실내악에서 관악기가 부분적으로 현악기와 동행하거나 그것을 대체할 경우에, 그 음향은 어디까지나 현악기에 준하였습니다. 관악기 가운데 목관악기가 실내악에 먼저 사용되었던 이유는 음색이 금관악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실내의 연주에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관악기 중에서 호른이 종종 실내악의 연주에 참여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관악기가 실내악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전고전시대의 임의적 편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실내악은 이탈리아 전통의 합주 음악이 소규모 편성을 하게 되면서 나타난 것입니다. 이를테면 바로크 시대의 트리오소나타가 더 많은 연주자의 합주단과 연합해 연주한 형태가 콘체르토 그로소라면, 오페라 서곡이었던 신포니아가 소규모 실내 공간에 적응하면서 트리오소나타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 고전시대의 실내악입니다. 그래서 기악곡에서 임의적으로 편성을 하게 되면, 상황에 따라 독주적으로(실내악) 연주할 수도 있고 합주적으로(신포니아)도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임의적 편성에서 현악기가 플루트나 파곳(바순) 등의 목관악기로 대체되면서 목관앙상블이 되었습니다. 물론 전체 파트가 아닌 일부의 파트가 대체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전성기 고전시대에 가까워지면서 작품 성부의 임의적 변화나 생략을 하는 것을 불허하는 경향이 굳어졌고, 그 결과 작품의 수는 적었지만, 부분적으로는 관악기를 포함한 실내악이 구체화되는 결과를가져왔습니다.
18세기 중엽에 오케스트라에 관악기가 포함되면서 실내악에서도 관악기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 기악적인 사고가 강화됨에 따라 실내악에도 다양한 악기 소리가 사용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원래 실외음악이었던 관악대(하모니) 음악이 고전시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연주회용으로 변화된 것도 유사한 흐름입니다. 18세기 중후반에 유럽의 여러 궁정에서는 디베르티멘토나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관악대가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특별한 편성의 틀이 없었고, 필요에 따라 저·중·고의 음역을 고려한 중주 편성이 사용되곤 했습니다. 고전시대에 자주 사용된 목관오중주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파곳 그리고 호른을 기본 편성으로 합니다. 반면 관악대는 주로 행사나여흥 용의 기능 음악을 연주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하이든은 디베르티멘토의 작곡에서 현악기와 관악기를 혼용하거나(Hob. Ⅱ: 8 등) 관악기만으로 편성한 작품(Hob. Ⅱ: 15 등)들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고, 음악적으로도 현악사중주에 비해 매우 주변적인 위치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성기 고전시대를 이루는 세 대가 중 관악기를 활용한 실내악의 작곡에서 두드러진 위상을 드러낸 작곡가는 모차르트입니다. 그는 관악기를 활용하여 다수의 디베르티벤토를 작곡하기도 했고(K. 213, 240, 252, 253, 270 등), 세레나데 또한 관악기 편성에 의한 것을 남겼습니다(K. 361, 375, 388).
나아가 그는 현악앙상블에 하나의 관악기를 넣은 편성으로도 높은 수준의 실내악을 구현했습니다. 실내악에 들어오는 전통적인 악기였던 플루트(K. 285, 285a, 298)나 오보에(K. 370)의 활용 외에도, 바세트 호른을 활용한 디베르티멘토(K. 437b), 클라리넷오중주(K. 581), 호른오중주(K. 407), 피아노와 관악기를 위한 오중주(K. 452)등으로 작곡하였습니다. 그의 클라리넷오중주와 관악오중주(피아노 포함)는 작곡기법적인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은 같은 악기를 두 대씩 사용한 관악팔중주(WoO 25, Op. 103)와 관악육중주(Op. 71), 현악기와 관악기를 조합시킨 칠중주(Op. 20), 그리고 모차르트의 편성을 연상시키는 관악오중주(Op. 16)를 작곡하였습니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이 작품에서도 매우 공을 들여 치밀하게 구성된 음향적 짜임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그의 기악작품들과는 다르게 중후함은 조금 덜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전시대의 실내악 요약
실내악은 실내에서 연주할 수 있는 정도의 소규모로 편성된 음악을 지칭합니다. 삼중주와 사중주 형태가 대표적인데, 대부분 현악기 앙상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전시대에는 실내악에서 건반악기의 음악적 위상이 강화되었는데, 특히 피아노의 등장과 피아노의 개량으로 인해 변화된 것입니다. 건반악기는 점차 계속저음 역할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성부를 가지게 되었고, 독주악기로서도 활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고전시대에 개척되고 번성하기 시작한 피아노소나타는 피아노가 지닌 악기로서의 장점을 아주 잘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이중주 소나타는 대개 피아노와 함께 편성됩니다. 초반에는 피아노가 음악적 전개의 중심을 이루고 있고, 다른 선율 악기가 피아노를 보조하는 형태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흔했습니다. 하지만 전성기 고전시대가 되면서 피아노와 독주 선율악기가 대등한 입장에서 역할을 나눠 맡게 되었습니다. 고전시대의 삼중주는 현악삼중주와 피아노삼중주가 대부분입니다.
고전시대의 기악어법을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현악사중주는 고전시대 실내악의 대명사로 여겨집니다. 하이든은 현악사중주라는 형식을 정착시킨 작곡가입니다. 그는 1780년대 초부터 시작한 주제-동기 가공작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어법의 현악사중주(Op. 33)를 선보여주었고, 이 시기는 전성기 고전시대를 여는 기점이 되었습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하이든의 작품들을 모델로 하여 점차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 작품들에서는 기존의 형식적 틀이 자주 무시되고, 정신적인 내용을 함께 담으려는 시도를 볼 수 있습니다.
관악기가 사용되었던 실내악은 현악앙상블에 플루트나 오보에, 클라리넷, 호른이 하나 더 해진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목관오중주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파곳, 호른으로 구성되었고, 이외의 관악기들을 활용하여 실내악 작품을 비교적 많이 남긴 작곡가는 바로 모차르트입니다.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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