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고전시대 실내악 4/5(2022.09.30)

작은대학교 2022. 9.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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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현악 앙상블 중 이중주와 삼중주의 형태와 어떤 식으로 발전해왔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그보다 조금 더 발전한 형태인 현악사중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3) 현악사중주

 

고전시대의 대표적 실내악 장르는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편성되어 있는 현악사중주입니다. 이 연주 방식 자체가 고전시대의 음악 이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네 명의 이성적인 사람들이 서로 담소하는 것을 듣는다(1829년)"고 말했던 바와 같이, 고전시대에 현악사중주라는 장르는 안정적인 음악적 짜임새를 가능케했고, 상류층의 고상한 취향을 대변하다시피 했습니다.

 

현악사중주의 등장은 실내악 분야에서 바로크 시대와 전고전시대가 전성기 고전시대와 만나는 접점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계속저음의 퇴조로 인해 독립적이고 필수적인 4성부 체제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또한 소나타형식의 등장으로 인해 기악음악의 유기적 조형력을 잘 발휘할 수 있었던 점도 한 몫을 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여기에 국한되지 않고 오케스트라 음악에서까지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기악음악이 지향하는 바가 4성부 체제의 음향에서 잘 표현이 되었기 때문에 현악사중주와 교향곡은 그 표현 매체에서 조금 차이가 날 뿐, 동일한 음악적 이상을 지향할 수 있었습니다.

 

네 가지 현악기들만으로 음악적 의미를 엮어가는 전통은 이탈리아의 신포니아를 비롯해 사중주 소나타(Sonata a quattro)에서 그 초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여흥이나 행사 음악의 성격이 강한 디베르티멘토에서도 현악기에 의한 4성부 편성이 자주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18세기 중반의 실내악은 기본적으로 여흥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악기의 사용이 임의적(ad libitum)으로 편성될 때가 많았습니다. 즉, 성부 구조에 비해 악기의 역량이나 음색을 고려한 편성은 자주 부수적이었습니다. 따라서 특정 악기를 사용하고자 할때는 '필수적(obligato)' 또는 '협주적(concertante)'이라고 악보에 기록해 두었고, 이런 경향으로 탄생된 것이 바로 현악사중주인 것입니다.

 

① 하이든

현악사중주를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킨 작곡가는 바로 하이든입니다. 그는 작품 수(약 70여 곡) 뿐만 아니라 그 기법을 구현하는데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루이지 보케리니 또한 이 분야에 많은 작품들을 남긴 사람이었지만, 하이든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초창기에 하이든은 현악사중주를 실내악의 전통에 따라 궁정의 오락적 행사용으로 작곡했습니다. 그의 초기 현악사중주 작품들은 처음에는 카사치온(Cassation)이라고 불렸다가 이후에는 디베르티멘토라고 이름 붙여졌습니다. 하이든이 현악사중주에 사용했던 카사치온이라는 용어는 '퇴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에서 왔고, 디베르티멘토는 '오락'(영어의 entertainment)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용어입니다. 그래서 현악사중주는 원래 저녁에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음악 장르의 하나였습니다. 하이든은 디베르티멘토로 지칭했던 초기 현악사중주들(Op. 1, 2; Hob. Ⅲ: 1~12)을 주변의 인사들과 함께 연주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당시 상류층의 여흥 음악들 중에는 세레나데(Serenade), 노투르노(Notturno) 등으로 불리는 장르도 있습니다. 이 장르들은 이름에 따라 약간의 뉘앙스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편안한 저녁 음악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소규모 편성으로 된 밝은 음악입니다. 그 가운데 세레나데는 야외음악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에 비해 디베르티멘토와 카사치온은 대체로 실내적 여흥 음악에 속했습니다. 이런 제목의 작품들에서는 때로 각 성부들이 복수의 악기로 중복되어 연주됩니다. 이 경우, 그 작품들은 실내악보다는 오케스트라 음악에 더 가까워집니다.

 

현악사중주라는 장르는 이후의 작품들(Op. 9, 17, 20)에서 점차 가시화되며, 동시에 네 악장 구조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것들 중 앞의 두 작품 그룹(Op. 9, 17)에서는 느린 악장이 세 번째에 오면서 미뉴에트가 2악장이 되었습니다. 이어 "태양 사중주"라고 불리는 작품 그룹(Op. 20; Hob. Ⅲ: 31~36)에서는 미뉴에트가 신축성 있게 2악장이나 3악장에 배치됩니다. 이 작품들은 보다 섬세하고 짜임새 있는 진행을 하고 있는데, 이는 현악사중주가 여흥의 음악으로부터 점점 탈피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예를 들어 이 작품은 그룹의 다섯 번째 곡(Hob. Ⅲ: 35)의 1악장 주제를 보면 동기를 동형진행 방식으로 엮은 다음 그것이 변화를 주는 리듬과 꾸밈음을 연결해 오락적인 분위기를 넘어선 집중을 요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후 10년 동안은 현악사중주의 공백기가 나타났지만, 이후 1781년에 발표된 일명 "러시아 사중주"(Op. 33; Hob. Ⅲ: 37~42)는 현악사중주 장르의 새로운 도약을 알림과 동시에 하이든의 고유한 음악어법을 구체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음악적 특징이 독보적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음악사적으로 전성기 고전시대의 출발점으로 보기도 합니다. 하이든은 "아주 새롭고 특별한 방식으로"(하이든의 편지)라고 음악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주제-동기 가공작업'입니다. 그것은 처음에 제시했던 재료인 주제와 그것을 이루는 동기들을 잘게 쪼갠 뒤 가공을 하고 이후 음악적 진행에 사용함으로써 작품 전체에 조형력을 일구어내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전체 조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푸가의 주제를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허나 주제적 재료에 다른 요소들을 융합해 발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선율에 국한된 모방적 폴리포니의 형태를 띠지 않고서도 구조적인 통일감을 이룰 수 있게 합니다. 따라서 청취에 있어 적절한 난이도를 제공하는 복잡성과 체계성을 갖추게 합니다. 기악음악의 진수가 음들의 조형력에 있다고 하면, 주제-동기 가공작업은 그것을 담보하는 장치이자 표현 수단이 됩니다. 그러므로 순수 기악곡의 내용을 "음으로 울리며 움직이는 형식들"(한슬릭, 『음악적 아름다움에 대하여(1854년)』)로 보는 관점에서 아주 잘 어울리는 음악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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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모차르트

그는 초기에 하이든과 같이 디베르티멘토 계열의 현악사중주(K. 136~138) 작품을 작곡했습니다. 이후 이탈리아에 체류했을 때, 조반니 바티스타 삼마르티니의 영향을 받아 이탈리아 신포니아 계열의 현악사중주를 작곡했었고, 비엔나에서는 미뉴에트가 들어있는 네 악장 구조의 일명 "비엔나 사중주"(K. 168~173)를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현악사중주의 분야에서 고전시대의 표본적 작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곡들은 하이든에게 헌정했던 일명 "하이든 사중주"(K. 387, 421, 428, 458, 464, 465) 입니다. 이 작품들은 고전시대의 기악어법을 집대성한 하이든의 "러시아 사중주"(Op. 33)를 모델로 한 작품인데, 일정 기간에 몰아서 작곡을 한 것이 아니라 약 4년(1782년 ~ 1785년)에 걸쳐 만들어진  "길고 힘든 작업의 결과"(헌정사)입니다. 세 번째 곡(K. 428)을 제외한다면, 춤곡을 포함한 악장 구성 또한 유사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하이든이 스케로츠로르 쓰는 것에 반해, 모차르트는 비엔나의 전통대로 미뉴에트를 사용했으며, 그 위치가 2악장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이든에 대한 그의 학습 의지가 대단했다는 것은 이 작품 악보에 직접 첨부한 헌정사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헌정사에는 "당신의 칭찬이 나에게 큰 격려가 되었고, 그 때문에 이 작품들을 당신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이 작품들이 당신의 총애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헌정사) 라고 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사냥 사중주》(K. 458), 《불협화음 사중주》(K. 465) 등이 이 작품 속에 속해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하이든 음악의 깔끔한 구조성에 보편성을 추구하는 모차르트의 균형적 감성이 더해져 고전시대의 음악 이상을 더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후에 모차르트는 한 작품으로 이루어진 《호프마이스터 사중주》(K. 499)와 세 작품으로 이루어진 "프로이센 사중주"(K. 575, 589, 590)를 더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출처 : Pagina di dedizione alla Haydn quartetti di Mozart. K 387, 421, 428, 458, 464, 465. Prima edizione, 1785. Si legge: " Al mio caro amico Haydn". Wolfgang Amadeus Mozart: Il compositore austriaco, 27 Gennaio 1756 - 5 dicembre 1791 Foto stock - Alamy/출판 악보에 첨부된 하이든을 향한 헌정사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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