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지난 시간에 알아보았다시피 오늘 알아볼 알레아는 유럽의 총렬주의 작곡가들이 받아들였던 우연성 사고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럼 그 알레아는 어떻게 발전해 나갔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 알레아
존 케이지의 우연성음악이 유럽에 소개된 이후 피에르 불레즈나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과 같은 총렬주의 작곡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우연성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피에르 불레즈는 총렬음악을 작곡할 때 엄격한 통제와 세부적인 조작으로 작곡을 하지만, 사실상 작곡하는 과정과 연주하는 데 있어서 작품에 대한 통제력이 점점 상실되어가고, 우연은 이미 재료의 순열화 관계에서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존 케이지와는 구별되는 우연성음악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음악적 방향성은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의 《피아노소품 ⅩⅠ》(Klavierstuck ⅩⅠ, 1956년), 피에르 불레즈의 《피아노소나타 제3번》(1957년) 그리고 「알레아」(주사위 또는 주사위 놀이 라는 라틴어)라는 제목으로 다름슈타트 음악제에 발표한 피에르 불레즈의 글로 구체화되었습니다.
피에르 불레즈와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이 자신들의 작품에 도입했던 우연성은 인간의 의식과 의지를 완전히 벗어버린 존 케이지의 우연적 사고가 아니라 '변형 가능한 형식', 즉 '열린 형식'으로 나타났습니다. 알레아 음악의 세부적인 내용은 총렬주의 작곡기법으로 작곡되기도 하지만, 큰 형식은 확정되어 있지 않고 연주자에 의해서 우연적으로 결정됩니다. 따라서 한 명의 연주자가 열린 형식에 의한 동일한 곡을 연달아 연주를 한다고 해도 똑같이 연주할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알레아 음악은 연주할 때마다 매번 변형이 가능한데, 이러한 형식은 미국의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1898년 ~ 1976년)의 모빌 조각과 비교할 수 있는데, 모빌도 공기의 진동이나 빛에 따라 매번 형상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의 《피아노소품 ⅩⅠ》은 100×50cm 크기의 종이에 19개의 음악적 단편들이 연결되지 않은 채로 기보되어 있는 한 장짜리 악보로 출판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연주자가 임의로 단편을 선택해 형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주자가 각 단편의 끝에 있는 템포, 다이내믹, 연주법(스타카토, 포르타토 등)의 연주 지시에 따라 새롭게 선택된 단편을 연주해야 하는 '조정되어지는 우연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불확정 형식이라는 새로운 음악의 길을 보여준 피에르 불레즈는 알레아 음악에 대한 사고를 자신의 옛 작품을 끊임없이 개작하게 되는 '열린 작품'의 세계로 연계하였습니다.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이 주장하는 직관음악(intuitive Musik) 또한 알레아 음악에서 보여준 사고의 발전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직관음악이란 그래픽기보 또는 텍스트와 같은 새로운 기보 방식으로 표기된 악보를 기초로 연주자가 작곡가의 창작 의도를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직관'에 의해 연주하는 것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일곱 날로부터》(Aus den sieben Tagen, 1967년)와 같은 작품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알레아 음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직관음악 작품입니다.
▶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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