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은 아방가르드 장르 중 하나인 우연성음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우연성음악
존 케이지가 주역을 연구한 뒤 자신의 창작 세계에 수용했던 '우연성', 즉 '무작위가 작위'라는 사고를 담은 불확정성 작곡법을 우연성음악이라고 말합니다. 이 우연성음악은 유럽의 총렬주의 작곡가들이 받아들였던 '우연성'사고를 지칭하는 '알레아(Alea)' 음악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개념이기도 합니다.
존 케이지의 우연적 사고는 《주역 음악》(Music of Changes, 1951년)을 시작으로 그의작품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머스 커닝햄을 비롯한 현대 무용가들의 위촉으로 존 케이지는 피아노의 현에 이물질(종이, 천, 나사, 고무 등)을 넣어 타악기적인 효과를 내는 새로운 악기를 발명하였습니다.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위한 창작은 1943년부터 1948년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처음에는 리듬적으로, 그리고 선율적으로 단순한 내용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점차 선율의 강조, 그리고 큰 규모를 위한 작품으로 확대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존 케이지는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우연적 사고와 결합해 《두 편의 전원곡》(Two Pastrorale, 1951년)라는 작품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존 케이지 | |
1912년 |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9월 5일 출생 |
1931년 ~ 1932년 | 포모나 대학시절 파리에 가서 피아노와 건축을 배움 |
1933년 ~ 1937년 | 미국으로 돌아와 헨리 카웰과 아놀드 쇤베르크에게 작곡을 배움 |
1938년 | 타악기 앙상블을 조직, 버드(Bird)라는 댄스그룹의 작곡가 겸 반주자 |
1942년 |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과 함께 일하기 시작함 |
1943년 ~ 1948년 |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위한 작품 발표 |
1947년 | 선불교를 배우고 중국의 역학책 『주역』을 연구 |
1951년 | 《주역 음악》을 시작으로 《4분 33초》를 비롯한 우연성음악 창작 |
1952년 | 자기테이프를 위한 음악계 사업을 조직 |
1957년 ~ 1958년 | 그래픽 기보법으로 우연적 사고를 제시한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콘서트》 작곡 |
1962년 | 《4분 33초 제2번》이라고 하는 《0분 00초》 발표, 행위음악 |
1969년 | 콜라주를 통한 《값싼 모방》(Cheep Imitation)을 발표 |
1985년 ~ 1991년 | 다른 작곡가들의 오페라를 인용한 《유로페라 1&2》, 《유로페라 3&4》, 《유로페라 5》를 작곡 |
1992년 | 8월 12일 사망 |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존 케이지는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위한 작곡에서 벗어나, 정상적인(프리페어드 피아노가 아닌) 피아노를 위한 작품들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우연성음악을 대표하는 《주역 음악》입니다. 이 작품은 점서일 뿐 아니라, 우주변화의 원리를 담고 있는 주역의 64괘를 이용해 작곡한 작품입니다. 존 케이지는 작곡가의 창작 과정을 독특하게 규정했는데, 음고와 리듬, 템포, 다이내믹을 선택하는 데 동전을 던져 정했다는 것입니다. 가령, 아래의 보기처럼 64괘에 메트로놈 숫자를 적어 넣고, 동전을 던져 악곡의 속도를 정한다는 것입니다. 동전의 앞면을 양(陽, - 라고 표기) 그리고 뒷면을 음(陰, - - 라고 표기)으로 정하고, 3개의 동전을 던져 얻은 결과와 다시 한 번 더 던져 얻어진 결과가 만나는 칸에 있는 메트로놈 숫자가 작곡에 사용되는데, 이는 작곡가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한 우연적 결과입니다.
존 케이지의 《주역 음악》이 창작 과정에서의 우연성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면, 그의 《4분 33초》는 연주하는 과정에서의 우연성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침묵'으로 인한 모든 우연의 소리를 음악의 내용으로 담아내었던 존 케이지의 《4분 33초》는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David Tudor, 1926년)의 초연으로 인해 피아노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작곡가가 연주형태 또한 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악기의 조합으로도 연주가 가능한 작품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연주회장에서 들리는 우연한 소리, 그리고 매번 연주회에서 다른 악기와 매번 새로운 악기들의 조합으로 연주될 수 있는 이 작품은 필연성을 배제한 순수 우연성을 가장 잘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우연성음악이 일회성 음악, 즉 매번의 연주가 매번 새로운 작품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존 케이지는 점차 주역의 도표를 가지고 창작을 했던것으로부터 벗어나, 우연성음악을 전자음악의 영역으로까지 확대하였고, 그것을 새로운 기보법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새로운 기보법을 통한 우연성음악은 《변주 Ⅰ》(Variation Ⅰ, 1958년)과 《변주 Ⅱ》(Variation Ⅱ, 1961년)에서 점과 선들을 그린 여러 장의 투명한 시트, 그리고 그 시트들의 무수한 조합에 의한 악보를 통해 구체화되었습니다. 존 케이지가 새로운 기보법과 연주를 통해 보여준 불확정성에 대한 연장은 모트 펠트만, 크리스찬 월프(Chrisrian Wolff, 1934년), 얼 브라운(Earle Brown, 1926년)과 같은 젊은 작곡가들에 의해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지속되었습니다. 얼 브라운의 《12월》(December, 1952년)이나 모트 펠트만의 《투영》(Projections, 1950년 ~ 1951년)과 같은 작품의 그래픽 기보는 이들의 우연적 사고에 대한 표현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우연성음악은 존 케이지가 1954년 도나우에싱엔 음악제에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위촉받은것을 계기로 유럽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총렬음악이 지배하고 있던 1950년대의 유럽에서 존 케이지의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위한 작품, 우연성음악, 그리고 데이비드 튜더의 연주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따라서 총렬음악이 작곡 과정에서 음악을 구성하는 모든 내용을 숫자로써 조작하고 계획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작곡가는 작품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된 총렬주의 작곡가들에게 존 케이지의 이러한 음악적 사고는 유럽에도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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