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중세시대의 종교음악과 다성음악이 어떻게 발달해왔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중세시대의 종교음악과는 다른 세속음악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종교에서는 하나님께 메시지를 보낼 수 없는 기악음악을 배제했지만 세속음악에서는 다양하게 사용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중세시대에는 기악음악이, 그리고 세속음악이 어떻게 사용이 되었고, 어떻게 발전이 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Ⅲ. 중세의 세속음악
1. 세속음악
중세시대의 음악은 크게 두 종류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종교와 연관된 종교음악과 종교음악이 아닌, 즉 비종교적인 세속음악입니다. 여기서 세속이라는 뜻은 불교에서 사용하는 속세의 다른 말로, '세상의 일반적인 풍속'을 의미합니다. 서양음악에서는 세속음악을 비종교적인 음악을 의미하는 만큼, 종교음악의 범주를 정확히 구분해주어야 세속음악의 범주 또한 분명해집니다. 넓은 의미로서 종교음악은 종교와 관련된 모든 음악을 말합니다. 이 중에서도 종교의식을 거행하기 위한 음악을 전례음악(liturgical music)이라고 했으며, 종교의식을 거행하는 데 사용하지는 않지만 종교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음악은 비전례적 종교음악이라고 하였습니다. 가령 성모마리아를 찬양하는 마리아 찬미가(Marian Antiphon)는 전례음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탈리아어 가사로 같은 내용을 노래하지만 전례에 사용하지 않는 음악은 비전례적 종교음악입니다.
물론 종교음악과 비종교적인 세속음악의 경계는 항상 명확하지만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처음에 전례의 한 부분으로 포함된 음악이 나중에는 전례와 상관없는 음악으로 변하기도 하고, 그 반대인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앞서 배운 모테트가 바로 그 것입니다. 모테트라는 장르는 초기에는 전례음악이었던 오르가눔에 가사를 붙이면서 나타나 유래된 장르였지만, 프랑스어 가사가 붙으면서 세속음악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5세기에 이르러 모테트가 다시 라틴어 가사를 갖고, 성경에서 가사를 가지고 오면서 종교음악의 장르로 다시 한 번 전환되었습니다.
앞서 알아본 내용들은 종교음악과 다성음악입니다. 그러므로 이번에 알아볼 것은 세속음악과 라틴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한 비전례적 종교음악, 그리고 기악음악을 중심으로 알아볼 예정입니다. 서양의 세속음악은 성악과 기악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성악 세속음악을 즐겼던 계층은 비교적 지위가 높았던 귀족들이었으며, 이 때문에 성악 세속음악의 작곡가들은 주로 귀족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반면 기악 세속음악은 거의 춤곡으로 구성되어 있고, 귀족과 평민 모두가 즐겨 향유하던 장르였습니다.
2. 단성 노래
1) 라틴어노래
초기의 세속음악은 그레고리오 성가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성부로 구성된 라틴어 노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옛 시조와 같이 서양에서도 노래와 시는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고대 로마시대의 라틴어 시가 전해내려온다는 것은 그 라틴어 시를 노래했었던 음악이 존재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현재는 가사만 있기 때문에 그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는 알 수 없지만, 9세기 경 프랑스에서 유래된 노래들을 보면 종교음악인 성가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가사 내용을 보면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거나, 사회에 대한 풍자나 교육적인 내용을 다루는 등 다양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귀도 다레초가 계명창을 알리기 위해 제시했던 《너의 시종들이 마음껏》이라는 곡 또한 원래 라틴어 시를 노래하기 위한 선율이었습니다. 귀도 다레초가 교육적인 목적으로 이 선율에 라틴어 가사를 붙인 것 또한 라틴어로 된 세속 노래를 교육용으로 사용했던 전통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라틴어로 된 세속노래가 절정에 달했던 12세기에 만들어졌다고 추정되고 있는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는 라틴어로 된 세속노래 모음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 모음집에 실려 있는 음악을 '골리아드의 노래'(Goliard songs)라고 부르는데, 어떤 일정한 교육기관이나 궁정과 같은 곳에 자리 잡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떠돌이 학자(또는 수도승)'들의 생활과 세계관이 그려져 있는 노래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들의 노래를 보면 주로 술과 여자, 그리고 사회에 대한 풍자들로 가득하고, 그 표현들은 현재의 기준으로 봐도 다소 노골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아래의 두 가사는 《카르미나 부라나》에 수록된 곡 중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자, 다함께 공부를 하지말자.
빈둥빈둥 놀면 더 재미있지.
젊었을 때 달콤한 것을 즐기고
골치아픈 문제는 늙은이들에게.
(후렴) 공부는 시간 낭비
여자와 술이 좋지.
사랑의 황금빛 신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네.
내가 두 손을 내밀면
과연 무엇을 주실까?
그 분께서 여자를 주셨지.
그녀에게 나도 뭔가 주리라,
결코 잊지 못할 것을...
골리아드가 정말로 떠도는 학자들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3세기가 되어 유럽에 대학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그들의 인기나 라틴어로 된 세속노래들이 급속하게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클래식 음악 중에서 잘 알려진 곡 중 하나에 카를 오르프(Carl Orff, 1895 ~1982)의 《카르미나 부라나》가 있는데, 이 곡이 바로 위의 모음집에서 가사만 사용해 작곡된 것입니다.
라틴어로 된 노래들의 특징은, 라틴어가 전 유럽의 공용어기 때문에 유럽의 각 지역의 특정한 면들이 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렇지만 12세기부터 약 200여 년 간 유럽의 각 지역들이 라틴어로부터 점점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그 지역들만의 독특한 지방어들을 중요시 하는 문화가 강해지기 시작했고,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지방어로 집필된 문학작품들이 대거 출품되기 시작했습니다. 세속노래도 이 지방어로 된 문학의 발달과, 이를 가사로 노래하는 음유시인들로 인해 크게 융성했습니다.
2) 트루바두르
지금의 남부 프랑스 지역은 지방어를 가사로 한 레퍼토리를 가장 처음 발달시킨 지역이었습니다. 11세기 말부터 등장한 이 지역의 세속노래는 그 당시부터 이후 까지 전 유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여러 면에서도 모범이 되었습니다. 이런 흐름을 주도했던 사람들을 트루바두르(Troubadour)라고 불렀는데, 이들은 남부 프랑스에서 세속노래를 만들었던 음유시인이었으며, 이들은 가사와 음악 모두를 만들던 시인이자 작곡가였습니다. 중세시대의 트루바두르는 가끔 귀족 출신의 트루바두르가 있긴 했지만, 보통은 평민 출신의 트루바두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세속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주로 귀족 계층이었으므로 평민 출신의 트루바두르는 그들의 재능으로 인해 귀족 계층과 친분이 두텁게 지냈으며, 귀족들로부터 안정적인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자유롭게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트루바두르의 중요한 업적은 사실 음악보다는 문학적인 면에 더 있습니다. 이들이 남겨놓은 시(가사)는 보통 그 내용들이 유형별로 구분되는데, 주요 유형은 칸조(canso), 파스토렐라(pastorella), 그리고 알바(alba)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각 유형의 노래들의 내용은 특정한 인물이나 장소 같은 요소들이 고정되어 있으며, 이런 시 유형에서 다루는 소재들은 중세시대 이후에도 유럽에서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입니다.
이 유형 중 가장 중요한 유형은 칸조입니다. 칸조는 그 시대의 정신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데, 칸조 유형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으로는 '궁정의 사랑'(I'amour courtois)입니다. '궁정의 사랑'의 주제는 정신적인 사랑인데, 이 정신적인 사랑의 대상이 되는 여성은 항상 높은 지위에 있는 인물이며,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으로 등장합니다. 즉, 칸조는 주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남성 시인이 고귀한 귀부인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을 노래하며, 일반적으로는 그 사랑의 대상이 되는 여성이 주인공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는 것 때문에 나타나는 시인의 고통을 표현합니다. 한마디로 칸조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여기서 등장하는 완벽한 여성에 대한 사랑은 가톨릭의 성모마리아를 향한 중세인들의 흠모하는 마음이 투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알바라는 유형의 시는 사랑하는 사람이 밤을 새는 동안 망을 보는 다른 사람이 노래를 하는 것으로, 아침이 되면 헤어져야 하는 슬픔을 노래하는 시입니다. 알바는 매 절마다 후렴구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새벽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내용입니다. 이 레파토리는 중세시대 이후에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제 3막 5장이나, 19세기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제 2막에서 사용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유형의 시는 파스토렐라입니다. 파스토렐라의 배경은 항상 시골의 목장과 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남녀 간의 히해프닝들을 소재로 하며, 남녀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대화체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파스토렐라 이야기의 남자 주인공은 높은 지위를 가진 기사이고, 여자 주인공은 목장의 양치기 처녀인데, 기사가 여자 주인공을 유혹하는 내용입니다. 파스토렐라의 가장 흔한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기사가 말을 타고 가다가 예쁜 양치기 처녀를 만났고, 기사는 그 처녀에게 다가가서 자신의 음흉한 의도를 직설적으로 전달하게 됩니다. 한동안은 기사와 처녀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다가,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점점 기사의 유혹에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파스토렐라 구성은 그 당시에도 크게 유행했을 뿐만 아니라, 중세시대 이후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후에도 흥미를 끄는 소재로서 사용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트루바두르들은 다양한 내용을 담은 노래들을 작곡했으며, 그 중 십자군이나 사회를 풍자하는 등의 노래, 춤을 추면서 부르는 노래 등 다양한 종류가 남아 있습니다. 트루바루드의 활동은 12세기 후반부까지 절정을 달했지만, 이후 점차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 트루바두르 : 남부 프랑스의 세속음악 작곡가, 음유시인, 시인
▶ 칸조 : 궁정의 사랑, 남성 시인과 귀부인 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시
▶ 알바 : 밤 새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아침이 되면 헤어져야 하는 슬픔을 노래하는 시
▶ 파스토렐라 : 시골 목장에서 기사와 양치기 처녀의 해프닝을 노래한 시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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