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중세의 세속음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 트루베르
트루바두르가 남부 프랑스에서 활동한 음유시인이라면, 지금의 파리를 중심으로, 즉 북부 프랑스에서 작사와 작곡을 겸한 음유시인들을 트루베르(Trouvere)라고 합니다. 이 당시에는 남부 프랑스와 북부 프랑스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했는데, 남부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지방어는 랑그 독(langue d' oc), 북부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지방어는 랑그 도일(langue d' oil)이라고 합니다. 이 북부 프랑스의 언어가 지금의 프랑스어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트루베르는 12세기 말에 두드러진 활동을 하였으며, 13세기 말까지 그들의 활동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그들은 트루바두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트루바두르 노래 유형의 일부를 그대로 물려받기도 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그들은 이 유형들에 자기들만의 새로운 유형까지 첨가시키기도 했는데, 트루베르의 사랑노래(chanson d' amour)와 파스투렐르(pastourelle)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랑노래는 칸조를, 파스투렐르는 파스토렐라 유형을 차용한 것입니다. 트루베르의 노래는 음악적으로 봤을 때, 트루바두르들의 작품보다 선율의 진행이 단순하고, 반복되는 부분이 많으며, 후렴을 유독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트루바두르의 칸조처럼 트루베르에게도 중요한 유형이 있었는데, 바로 이야기노래(chanson d' histoire)입니다. 이야기노래는 말 그대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래로, 노래 중간 중간에 대화부분이 등장하기도 하며, 줄거리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유형입니다. 그 내용은 한 여성이 방 안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고,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는 현실을 한탄합니다. 그 이후에 사랑하는 사람이 극적으로 나타나 여성이 크게 행복해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슬퍼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것도 있습니다.
트루베르가 활동했던 시기는 노트르담 악파의 다성음악 시기와 중첩됩니다. 마지막 트루베르라고불리는 아당 드 라 알르(Adam de la Halle, 1245, 1250년~1285년, 1288년 or 1306년)는 단성 노래와 다성 노래를 모두 남긴 몇 안되는 작곡가로, 그 당시 유행했던 프랑스어 모테트도 작곡했습니다. 아당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은 파스투렐르의 레퍼토리를 연극으로 만든 《로뱅과 마리옹의 극》(Jeu de Robin et Marion)입니다. 이 곡 안에는 여러 노래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노래들은 아당의 것도 있지만, 그 시대의 민요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4) 그 밖의 언어를 사용한 노래들
프랑스 이외의 지역에서도 자신들의 지방어를 사용한 노래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역은 독일 지방인데, 이 지역에서는 12세기 말부터 중세시대 독일어를 사용한 노래들이 작곡되었습니다. 프랑스의 트루바두르나 트루베르처럼 독일에도 민네징어(Minnesinger, 사랑을 노래하는 가수)라고 불리는 음유시인들이 있었는데, 이들의 주된 노래들은 주로 사랑을 소재로 삼지만, 프랑스의 곡들과 비교하면 종교적인 심각성이 더 가미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민네징어들의 노래 또한 프랑스 남부와 북부 처럼 가사의 내용에 따라 구분을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트루바두르의 알바는 민네징어의 타게리트(Tagelied)라는 유형에서 찾을 수 있으며, 칸조는 민네리트(Minnelied)에 의해 독일화되었습니다.
독일 지방에서는 어느 곳보다 단성음악의 전통이 오래 보존되었습니다. 민네징어의 후계자인 마이스터징어(Meistersinger)에 의해 16세기까지 지속됐을 정도로, 다른 지역보다 오랜 기간 지속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민네징어의 음악적 특징은 하나의 악절 전체를 다른 가사로 반복하고(aa), 새로운 악구와 가사를(b) 노래하는 것입니다. 즉 민네징어들은 'aab' 형식을 즐겨 사용하였습니다. 이 'aab' 형식을 바르(bar) 형식이라고 하는데, 이 형식은 독일 노래 뿐만 아니라 프랑스 음유시인들의 노래들에도 사용되곤 하였습니다.
이 외의 다른 지역에는 남아있는 자료들이 미미하여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서유럽의 몇몇 지역에서도 단성노래가 불렸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칸티가(cantiga)라는 노래가 있었는데, 이 곡들은 모두 성모마리아를 찬양하는 가사로 되어 있으며, 음악적으로는 트루바두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칸티가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는 라우다(lauda)라는 단성노래가 불려졌으며, 이 곡은 종교적인 가사를 가졌지만, 주로 교회 밖에서 종교적인 모임 또는 행렬을 할 때 불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한 이탈리아에는 세속적인 내용을 지니는 곡이 있었는데, 발라타(ballata)라는 이름의 이 곡은 춤을 출 때 부르는 곡이었습니다. 이 노래 유형은 단성 노래로 불려지다가 14세기에 이르러 다성음악으로 작곡되기 시작했습니다.
5) 단성노래의 연주
그레고리오 성가는 단성부 선율을 가지고 독창자와 합창단이 노래했던 순수 성악음악이었던 반면에, 세속음악의 노래는 조금 다릅니다. 악보로는 하나의 성부만 남아있는데, 이 선율을 노래로 부를 수도 있고, 적절한 악기를 사용해 반주하기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추측은 일반적인 추측이 아니라 그 당시에 그려진 그림이나 문학작품들에 묘사된 음악 연주 장면들을 통해 유추한 것이기 때문에 현대의 중세 음악 연주가나 음악학자들은 악기 반주 첨가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연주상의 문제가 있는데, 바로 리듬 해석의 문제입니다. 이 리듬 해석의 문제는 학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왔는데, 그 이유는 중세시대의 단성 노래들은 그레고리오 성가와 마찬가지로 음높이만 표기했을 뿐, 음의 길이는 표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그레고리오 성가처럼 일정한 박자 없이 자유롭게 연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가사 자체가 어느 정도 일정 장단의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어의 악센트에 맞춰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3박자를 기본 단위로 하여 가사를 적절히 3박자에 맞춰 부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이 해석이 유일하고 정확한 해석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 트루베르 : 북부 프랑스의 세속음악 작곡가, 음유시인, 시인
▶ 사랑노래 : 트루바두르의 칸조
▶ 파스투렐르 : 트루바두르의 파스토렐라
▶ 이야기노래 :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래
▶ 민네징어 : 독일의 세속음악 작곡가, 음유시인, 시인
▶ 타게리트 : 트루바두르의 알바
▶ 민네리트 : 트루바두르의 칸조
▶ 칸티가 : 스페인에서 불린 단성노래
▶ 라우다 : 이탈리아에서 불린 단성 노래, 종교적 가사
▶ 발라타 : 이탈리아에서 춤출때 부르는 노래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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