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이전 시간에 알아본 것들은 라틴어로 된 종교 중심의 음악에서 점차 지역별로, 그리고 세속적으로 발달하면서 독특한 지역적 특징이 드러나는 음악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점점 발전된 형태, 즉 14세기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어떤 음악들이 발달되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14세기의 음악은 아르스 노바(Ars nova)라고도 하는데, 이렇게 명명하게 된 이유는 약 300년의 주기로 이전의 음악과는 다른 새로운 음악이 등장했다고 구분을 하기 위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000년대의 음악은 아르스 안티콰(Ars Antiqua, 옛날 노래), 1600년대의 음악은 뉴 무지크(New musik, 바로크시대), 1900년대의 음악은 뉴 뮤직(New music, 현대음악)으로 불리웁니다. 그럼 14세기에는 어떤 음악적 발달이 이루어졌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Ⅳ.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14세기 음악
1. 아르스 노바(Ars Nova)
그리스도교가 점점 유럽의 종교로 퍼져나갈 때, 그 중심에서 구심점 역할을 했던 것은 바로 로마 교황청이었습니다. 그래서 로마 교황청의 권위는 무엇보다 절대적이었는데, 이 권위를 기반으로 교황청은 중세시대의 사람들의 생활부터 생각까지 일사불란하게 지배해 왔고, 심지어 예술분야 까지도 교회의 영향력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교황청의 계속되는 무리한 요구로 인해 점점 교황청의 권위는 무너지기 시작했고, 1305년에 프랑스 왕국과의 대결에서까지 패하게 된 교황청은 이때부터 프랑스의 간섭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프랑스에서 선출된 프랑스 태생의 교황은 로마가 아닌 프랑스 남부 지방에 있는 아비뇽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아비뇽 교황청의 시대가 시작되었고, 14세기 말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이때부터 교황청은 점점 더 약화되어갔고 분열되었습니다. 특히 16세기에 이르러 종교개혁으로 인해 가장 큰 도전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교회 권력의 변화에 따라서 각 예술분야에도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바로 세속적인 요소가 발전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14세기에는 다양한 언어로 집필된 최고의 문학작품들이 탄생했던 시기였으며, 음악분야에서도 세속적인 음악이 종교적인 음악보다 더욱 발전을 이루게 된 시대였습니다.
1) 필립 드 비트리(Philippe de Vitry, 1291년 ~ 1361년)
14세기의 시대적 흐름의 변화와 함께 당시 음악인들은 음악의 양식적 측면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 새로운 가능성을 이전 시대의 음악과 비교하기 시작하였고, 그 당시의 음악을 '아르스 노바'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아르스 노바란 '새로운 예술'이라는 의미이지만, 여기서 '아르스'라는 단어는 '기술'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 용어는 필립 드 비트리의 논문에서 유래된 말로, 현대의 학자들은 1300년 경부터 1370년 경까지의 프랑스 음악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필립 드 비트리가 1322년 경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1321년 요한네스 무리스(Johannes de Muris, 1290년 ~ 1355년)가 비슷한 제목으로 쓴 저서를 통해서도 이 당시의 흐름이 새로운 예술의 정신을 찬양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1320년대 초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새로운 음악의 흐름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그들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새로운 음악을 비판하고 지난 13세기의 음악을 옹호하는 음악 이론가인 자크 드 리에주(Jacques de Liege)는 1325년 경에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이론서를 내놓았습니다. 즉, 1320년대는 서양음악사에서 새로운 것과 예전의 것이 충돌하는 시기 중 가장 첫 번째 시기입니다.
필립 드 비트리의 논문, 『아르스 노바』에 따르면, 새로운 예술이라고 말하는 음악은 쉽게 말해 새로운 개념의 리듬을 사용하는 음악을 지칭하는 것이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프랑코 기보법에서는 원칙상 한 음가를 3분법의 기준으로 분할하여 사용하였지만, 필립 드 비트리는 2분법을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2분법을 3분법과 동등하게 취급하기도 하였습니다. 즉 프랑코는 3분법에 의해 분할된 것을 '완전하다'라고 말했던 반면, 2분법은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필립 드 비트리는 두 방법 모두 차별을 두지 않고 사용하였습니다.
13세기에는 모두 네 종류의 음표를 사용했지만, 당시 가장 짧은 음가였던 세미브레비스보다 더 짧은 음가를 표기하기 위해 새로운 음표를 고안하였는데, 바로 미니마(minima) 음표입니다. 이 미니마 음표보다 더 짧은 음표도 등장하였는데 바로 세미미니마(semiminima)입니다. 그러므로 작곡가들은 실제로는 드물게 사용했던 두플렉스 롱가를 포함해 총 6개의 음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여 다양한 리듬을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2분법과 3분법, 모두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분할법을 두 개의 음가 단위, 즉 브레비스, 세미브레비스에 적용해 4개의 방식, 쉽게 말해 현대식의 박자 개념과 박자표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그 조합에 따른 기보 방식입니다.
2) 동형리듬 모테트
필립 드 비트리는 음악이론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외교관이기도 했고, 시인이었으며, 유명한 작곡가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남아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속노래는 작곡된 것이 없으며, 모테트도 10개 정도만 전해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모테트에는 약 100년 이상 모테트의 테노르 성부에 자주 등장하는 특별한 작곡기법인 동형리듬(isorhythm)이 나타나며, 이러한 기법을 사용한 모테트를 '동형리듬 모테트'라고 합니다. 이 기법은 필립 드 비트리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테노르 성부에 동형리듬을 사용한 것은 그보다 더 이전의 작곡가인 페로텡의 클라우줄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동형리듬이란 하나의 선율형과 리듬형을 반복하여 전체 모테트의 테노르 성부를 작곡하는 기법으로, 리듬형은 탈레아(talea), 선율형은 콜로르(color)라고 부릅니다.
하나의 탈레아를 구성하는 음가의 수와 하나의 콜로르를 구성하는 음의 수가 같을 때는, 반복이 되더라도 같은 선율로 돌아오기 때문에 가장 단순한 동형리듬 기법이 되지만, 탈레아와 콜로르 음가의 수가 다를 때는 서로의 반복되는 시점이 달라지게 되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은 선율의 리듬이 바뀌게 됩니다. 필립 드 비트리의 모테트 《수탉은 비통해 하면서-나의 마음은-네우마》(Garrit Gallus-In nova fert-Neuma)를 보면, 이 곡에서 필립 드 비트리는 12개의 음가로 된 탈레아와 36개의 음으로 된 콜로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콜로르는 탈레아를 세 번 반복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게 되고, 탈레아의 네 번째 반복때는 콜로르도 다시 반복하게 됩니다.
(a는 콜로르, b는 탈레아, c는 테노르입니다)
14세기 모테트는 13세기에 비해 규모면에서 더욱 확장된 규모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13세기 말의 모테트는 라틴어를 사용하든지 불어를 사용하든지 모테트의 가사 내용의 소재는 주로 사적인 사랑이 아니라 정치적이면서 사회풍자적인 소재들을 자주 다룹니다. 따라서 모테트의 가사는 지방어를 쓰기 보다는 조금 더 공식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라틴어로 쓰여지는 것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필립 드 비트리의 10여 개의 모테트 중에는 프랑스어 가사로 된 모테트는 단 1개에 불과합니다.
음악적으로도 14세기의 모테트와 13세기의 모테트는 큰 차이를 보이는데, 13세기 후반의 모테트는 각 성부의 리듬 진행이 크게 구별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14세기의 모테트는 위의 두 성부간 리듬상의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그렇지만 테노르는 여전히 천천히 움직이는 리듬으로 나머지 성부와는 뚜렷하게 구분되었습니다.
▶ 아르스 노바 : 새로운 예술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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