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세속음악은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2. 14세기 말의 프랑스 세속음악
1370년 경부터 1400년 경까지 프랑스의 작곡가들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주로 다성음악으로 된 세속노래들을 작곡하였으며, 기욤 드 마쇼가 정착시킨 정형시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여 사용하였습니다. 그들이 작곡한 노래들은 음악 양식적으로 봤을 때 기욤 드 마쇼가 작곡한 아르스 노바의 양식을 심화시킨 것으로, 리듬은 점점 복잡해지고 선율에는 변화음이 자주 사용되는 등의 이전 음악에서는 볼 수 없는 난해한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리듬적인 면에서 그런 양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가령 연속되는 당김음의 사용이나 한 성부 안에서 빈번한 박자의 변화, 여러 성부에서 대조되는 두 종류의 박자들의 동시 사용 등이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이런 복잡한 양상은 20세기 음악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난해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 당시의 작곡가들은 음악을 듣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인식하려고 했던 경향을 보였는데, 이러한 경향은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악보를 그리는 것에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돌림노래를 원 모양의 오선 악보에 기보한다던지, 아래의 그림처럼 오선 악보를 하트로 그려 시작적인 요소를 가미시킨 것들이 그러합니다.
1. 무지카 픽타(musica ficta, 변화음, 임시표)
중세시대의 음악에서 임시표는 지금의 악보처럼 음표의 왼쪽에 표기하는 것과, 악보에는 기보되어 있지 않지만 연주할 때 연주자들이 직접 붙여서 사용하는 두 종류의 방법이 있습니다. 현대 학자들은 옛날 악보를 현대식으로 기보할 때, 기존의 필사본에 없었던 임시표를 음표의 왼쪽이 아니라 음표 위에 표기하였습니다. 중세시대의 이론가들은 이런 음들을을 '무지카 픽타'라고 불렀습니다. 원래 무지카 픽타란 귀도 다레초의 음역(헥사코드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음들을 의미합니다. '가상의 음' 또는 '틀린 음'이라는 의미의 무지카 픽타는 그 이후 다성음악에서 협화음정을 만들거나, 종지를 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변화음을 지칭하는 용어로 확대되었습니다.
중세의 이론가들은 임시표를 언제 붙이는지에 대해 밝히긴 했지만, 그들의 이론대로 적용시키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인 규칙은 선율과 음정에 생기는 증 4도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고, 종지에서 완전 8도 바로 앞에 있는 6도를 장 6도로, 그리고 유니슨 앞에 오는 3도는 단 3도로 만들기 위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에는 대체적으로 종지에 무지카 픽타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3성부의 곡에서 바깥 성부의 6도를 장 6도로 만들기 위해서 윗성부의 음을 반음 높여야 하는데, 이 때는 위 두 성부 간에 증 4도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증 4도를 피하기 위해 다시 가운데 성부의 음을 반음 높이게 되며(c), 그 결과 종지에서 반음 이끔음이 두 개가 나오는 이중 이끔음 종지형(double leading-tone cadence)이 됩니다. 바로 이 이중 이끔음 종지형은 기욤 드 마쇼의 음악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종지형입니다.
3. 이탈리아 트레첸토(trecento) 음악
음악학자들은 14세기의 프랑스 음악을 아르스 노바라고 지칭한 것과 같이, 같은 세기의 이탈리아 음악을 트레첸토라고 지칭하였습니다. 트레첸토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1300'이라는 '밀레 트레첸토'(mille trecento)를 줄인 말로 1300년대 즉, 14세기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이탈리아의 트레첸토 음악은 이전 세기의 음악과 이후 세기의 음악을 연결짓기 어려운 특이한 경우입니다. 다시 말해, 이전 시간에 살펴본 프랑스 음악의 변천과정과는 다르게 14세기 트레첸토의 다성음악이 이전의 이탈리아 단성음악에서 어떻게 발달해왔는지,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약 100여 년간 절정을 달했던 이탈리아 음악의 전통이 15세기에 들어서 급격하게 위축되었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14세기의 이탈리아는 프랑스처럼 중앙집권적인 왕정에 기반을 둔 나라가 아니라, 도시별로 지배자가 다른, 그리고 그러한 여러 개의 도시로 국가를 이룬 도시국가 형태의 나라였습니다. 이런 이탈리아에서 동양과 서양을 잇는 길목이 되면서 각각의 도시국가들의 상업이 크게 발달하게 되었고, 그 결과 북부의 볼로냐(Bologna), 파도바(Padova), 모데나(Modena), 밀라노(Milano)는 강력한 도시국가가 되었으며, 중부의 피렌체(Firenze)는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메디치(Medici) 가문이 이끌게 되면서 반도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14세기의 피렌체는 『신곡』의 저자 단테(Dante Alighieri, 1265년 ~ 1321년)에 이어 『데카메론』을 쓴 보카치오(Giovanni Boccacio, 1313년 ~ 1375년)와 시인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 1304년 ~ 1374년)를 탄생시킨 문학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회화 또한 중세시대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회화기법의 창시자인 지오토(Giotto di Bondone, 1266년 경 ~ 1337년)도 피렌체 출신으로 미술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주었습니다. 이처럼 피렌체를 중심으로 활기를 띤 문화의 전반적인 발달을 이루게 된 이탈리아는 14세기에 이르러 처음으로 서양 음악사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14세기의 이탈리아는 프랑스만큼 활발한 창작이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음악이 다성 세속노래였고, 종교음악은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음악 양식 면에서 볼 때,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음악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프랑스의 작곡가들은 대체로 리듬의 변화라는 음악적 요소에 치중하는 반면, 이탈리아 작곡가들은 선율의 흐름에 중점을 두어 작곡하였습니다. 14세기에 나타난 이러한 두 나라의 다른 음악적 특징은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후에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1) 마드리갈(madrigal)
트레첸토의 음악은 아르스 노바와 마찬가지로 세 가지의 다성 세속노래 형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음악적 형식은 프랑스에 비해 비교적 덜 형식화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노래 형식 중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 양식은 바로 마드리갈로, 14세기 중엽에 이탈리아에서 크게 유행한 양식입니다. 마드리갈은 두 개 또는 세 개의 3행 절과 리토르넬로(ritornello)라고 불리는 반복구로 구성되어 있는 양식입니다. 음악에서도 리토르넬로를 노래하는 악구와 절을 노래하는 악구가 다른 박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마드리갈은 2성부로 가사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고, 가사의 내용으로는 자연과 사랑을 주요 주제로 다룹니다. 두 성부에는 모두 가사가 붙여져 있어 프랑스의 세속노래와는 다르게 악기 반주 없이도 연주가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2) 카치아(caccia)
트레첸토 노래의 다른 형식은 1345년 경부터 1370년 경까지 널리 유행했던 카치아입니다. 카치아 형식은 일종의 카논 형식으로 가사의 내용은 한 성부가 다른 성부를 쫓아가는 돌림노래의 특징처럼 사냥감을 쫓아가는 느낌의 사냥하는 장면을 대화체로 묘사한 것이 많습니다. 사냥 이외의 가사를 다룰 때에도 묘사가 담긴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일례로 시끌벅적한 시장을 노래할 때는 장사꾼들의 외침 소리가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카치아는 주로 3성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위의 두 성부와 비교했을 때 아래성부는 비교적 느리게 움직이며, 가사는 없는 것으로 봐서 악기로 연주되었던 성부임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카치아는 마드리갈과 마찬가지로 리토르넬로를 가지고 있으며, 앞부분과 같이 카논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모두 다 있습니다. 이 형식은 다른 트레첸토의 형식들 만큼 많은 곡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가사의 내용이 흥미로우며, 음악 또한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를 내고 있기 때문에 당시에는 큰 인기를 누렸던 형식입니다.
3) 발라타(Ballatta)
트레첸토의 음악 중에서도 가장 늦게 발달한 형식은 발라타 형식입니다. 트레첸토의 다성 발라타는 14세기 이전에 작곡되었던 단성 발라타와는 아주 다른 것으로, 프랑스의 비를레 형식과 같은 형식(AbbaA)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트레첸토의 다성 세속노래 중에 유일하게 발라타만 정형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14세기의 발라타는 몇 개의 단성노래가 있지만, 대부분은 2성이나 3성으로 된 곡으로 작곡되었고, 가사 내용은 주로 프랑스 세속노래에서 다루었던 궁정의 사랑입니다.
4) 란디니
아르스 노바의 대표적인 작곡가가 기욤 드 마쇼라면, 트레첸토의 대표적인 작곡가는 피렌체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활동했던 란디니(Francesco Landini, 1325년 경 ~ 1397년)입니다. 그는 어려서 천연두를 앓아 장님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곡가로, 그리고 오르간 연주자로 높은 명성을 누렸으며, 피렌체의 지식인들과도 많은 교우 관계를 유지했던 지성인이었습니다. 란디니는 약 150개의 세속노래를 작곡하였는데, 그 중 10여 개의 작품을 빼면 모두 발라타 형식으로 작곡된 곡입니다. 란디니의 발라타는 2/3이 2성부 곡으로 되어 있고, 나머지 1/3은 3성부로 작곡되었습니다. 2성 발라타는 마드리갈처럼 두 성부에 가사가 붙여져 있기 때문에 두 성부 모두 노래로 부르는데, 3성부로 작곡된 발라타는 프랑스의 다성노래처럼 최상부에만 가사가 있고 나머지 두 성부에는 가사가 종종 없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악기로 반주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란디니의 발라타는 새로운 형식의 종지가 사용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계명으로 상성부가 '시-라-도'로 종지하는 것인데, 특히 란디니의 시대부터 15세기까지 자주 사용되는 종지형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종지가 란디니의 음악에 자주 나온다고 해서 '란디니 종지형'이라고도 부르지만, 이 종지형은 란디니 이외의 작곡가들에게도 자주 나타나는 종지형태입니다.
이탈리아의 트레첸토 음악은 초기에 나름의 독자성을 띄며 발전해왔지만, 란디니의 시대에 오면서 점점 프랑스의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반면 15세기에 가까워지면서 프랑스의 음악에서도 이탈리아의 영향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14세기 말 프랑스 세속노래가 추구해왔던 복잡한 리듬의 사용은 점점 절제되었고, 선율을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이런 혼합된 양식들은 중세시대의 끝을 장식하는 작곡가인 요한네스 치코니아(Johannes Ciconia, 1370년 경 ~ 1412년)의 음악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어로 된 마드리갈과 발라타, 프랑스어로 된 비를레를 비롯한 세속음악과 종교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다양한 양식으로 작곡한 작곡가였습니다. 15세기에는 북부의 유럽대륙(벨기에,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이탈리아를 자신의 활동하는 곳으로 삼은 수많은 작곡가들이 등장했는데, 치코니아는 그 중 첫 번째 작곡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벨기에의 리에주(Liege)에서 태어나 파도바를 비롯한 북부 이탈리아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파도바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의 곡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과 같이, 점점 지역적인 특징이 혼합되면서 지역적, 국가적인 특성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고, 15세기에 이르러서는 지금까지 특정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영국의 작곡가들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여 유럽의 음악어법은 14세기에 비해 좀 더 통일된 양상을 띄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음악어법은 이후 등장할 르네상스 음악양식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14세기 음악 요약
서양 음악의 역사의 관점으로 보면 14세기는 중세시대의 황혼기에 해당합니다. 종교적인 의미는 크게 축소된 반면 음악, 문화 등 곳곳에서 세속적인 요소들이 강화되었습니다. 중세시대 교회의 두 축인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서로 경쟁하듯이 자신들의 음악 양식을 독특하게 발전시키기 시작했고, 세기 말에 이르러 두 양식이 점점 통합을 이루어 새로운 세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다성 세속노래는 세 가지의 정형시 형식으로 정착하였고, 발라드가 가장 성행했다고 볼 수 있었던 반면, 이탈리아의 세속노래는 비교적 덜 정형화되었지만, 나름의 형식을 갖추어 발달했습니다. 14세기는 작곡가 개개인이 부각되던 시기이기도 했는데, 특히 기욤 드 마쇼는 자신의 전집을 직접 편찬해 개인의 예술적인 업적을 과시하기도 하였고, 란디니는 동시대의 작곡가들에 비해 짧은 생애를 가졌지만, 그의 일대기가 집필된 최초의 작곡가일 것입니다. 이렇게 점점 인간 중심적인 사고는 이후의 시대인 르네상스에 이르러 꽃을 피우게 됩니다.
▶ 무지카 픽타 : 귀도 다레초의 음역(헥사코드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음, 변화음, 임시표
▶ 트레첸토 : 밀레 트레첸토(mille trecento), 1300년(14세기)의 이탈리아 음악 양식을 지칭하는 말
▶ 마드리갈 : 두 개 또는 세 개의 3행 절과 리토르넬로(반복구)로 구성되어 있는 양식
▶ 카치아 : 주로 3성부로 구성, 아랫성부는 비교적 느리게 움직임, 리토르넬로가 있음, 때로는 카논형식으로 구성된 양식
▶ 발라타 : 프랑스의 비를레 형식과 같은 형식(AbbaA)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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