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14세기 프랑스, 이탈리아 음악 2/3(2022.06.02)-기욤 드 마쇼

작은대학교 2022. 6.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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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아르스노바와 필립 드 비트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14세기의 대작곡가 기욤 드 마쇼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3) 기욤 드 마쇼

 

14세기에 이르게 되면, 서양 예술음악의 대작곡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기욤 드 마쇼(Guillaume de Machaut, 1300년 경 ~ 1377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14세기 유럽 최고의 작곡가로 꼽히는 동시에, 중요한 시인이었습니다. 기욤 드 마쇼는 프랑스 북부 지방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했습니다. 20대가 된 그는 보헤미아 왕의 비서관을 하게 되었고, 행정직을 맡기도 하면서 왕을 따라 유럽 곳곳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1340년부터 기욤 드 마쇼는 프랑스 북부의 랭스(Reims)대성당에서 수사 신부로 일을 하게 됩니다. 그가 작품 활동에 몰두할 수 있게 되는 시기는 왕이 죽었던 1346년 이후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는 그 때부터 왕의 딸을 비롯한 프랑스의 여러 귀족들을 위한 음악 작품들과 시를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기욤 드 마쇼는 그 당시의 모든 음악 장르의 음악 작품을 작곡하였습니다. 20여 개가 넘는 모테트를 비롯해 4성부 미사곡, 《다윗 호케투스》(Hoquetus David)라는 기악 음악, 그리고 그의 최고의 업적으로 꼽히는 120여 개에 달하는 세속 노래 등등 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의 음악작품 중에서 종교음악이 미사곡 단 한 곡이라는 점은 당시 14세기의 대중적인 흐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욤 드 마쇼는 아르스 노바의 새로운 리듬들을 잘 활용하여 3박자 뿐만 아니라 2박자의 음악도 다수 작곡하였습니다. 특히 그가 자주 사용했던 기법 중에는 당김음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그는 당시 새롭게 유행하던 기법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지만, 이전 시대의(13세기) 요소들도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욤 드 마쇼의 모테트에는 동형리듬이나 곡의 확장된 규모 등의 음악적으로 아르스 노바의 정신이 잘 녹아들어 있지만, 그 당시의 전반적인 흐름과는 다르게 그의 곡에는 프랑스어로 된 사랑노래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왕의 즉위와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 사용될 모테트에는 공식적인 느낌이 나도록 라틴어 가사를 사용했습니다. 기욤 드 마쇼의 동형리듬 모테트는 테노르만 동형리듬 기법이 적용된 것이 아니라 다른 성부에도 사용된 것을 볼 수 있으며, 탈레아가 비교적 길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위의 모테트에서 잘 드러나듯이, 기욤 드 마쇼의 작곡 기법은 400년 후에 등장 할 J.S. 바흐를 연상시킬 정도로 매우 정교합니다. 그의 롱도 《나의 끝은 나의 시작이요, 나의 시작은 나의 끝이요》(Ma fin est mon commencement, et mon commencement est ma fin)는 오리지널 필사본에 하나의 선율과 그 선율의 절반 길이의 테노르 성부가 기보되어 있습니다. 한 사람은 그 하나의 선율을 처음부터 노래하고, 다른 한 사람은 같은 선율의 끝부터 노래합니다. 테노르는 주어진 선율을 연주한 뒤에, 바로 악보를 거꾸로 다시 연주합니다. 이렇게 연주를 하게 되면, 전체 3성부 곡이 중간 지점에 이르면 완전히 역행하는 연주로 바뀌는데, 이 기법은 J. S. 바흐의 《음악의 헌정》에 유사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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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미사 노트르담

기욤 드 마쇼가 의도적으로 했는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가 미사 통상문 전체를 4성부의 곡으로 작곡했다는 점은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집니다. 다성음악이 나타난 이유는 전례음악의 다성화로 인해 시작된 것입니다. 특히 전례음악 중에서도 응답식으로 부르는 부분들을 주로 다성화 시켜 작곡했기 때문에, 미사 때 사용하는 음악 중 통상문보다는 고유문들이 주로 다성화되었습니다. 그러나 14세기에 이르러, 가사의 내용이 매번 바뀌는 고유문 보다 항상 일정한 통상문에 작곡가들의 관심이 쏠렸고, 그런 시도들이 시도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14세기에 만들어진 단성 미사음악들의 필사본을 보면, 통상문의 음악을 별도로 모아놓은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기리에>부터 <미사가 끝났으니>까지 6개의 통상문을 모두 하나로 모아놓은 것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14세기에 이르러 통상문의 음악은 특별하게 하나의 그룹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점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후에도 계속되어 통상문 전체를 하나의 음악 작품으로서 작곡하게 되었고, 이것을 지금의 음악 장르 용어로 '미사'라 부릅니다. <주님의 기도> 역시 통상문에 속한 것이긴 하지만, 단성 성가의 주기도문은 음악적으로 중요하지 않았으므로 다성 미사음악으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미사음악의 발전 과정을 보았을 때, 기욤 드 마쇼의 《미사 노트르담》(Messe de la Notre Dame)은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우선 그의 6개의 통상문 전체를 다성음악으로 작곡한 최초의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미사를 당시엔 이례적인 4성부로 작곡하여 중세시대 음악 중에서도 매우 큰 규모를 자랑하고, 예술적 가치 또한 월등한 작품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기욤 드 마쇼의 《미사 노트르담》에 나오는 노트르담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욤 드 마쇼가 말년에 지내던 랭스에 있던 대성당의 이름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이 곡의 6개의 부분은 판이한 두 종류의 음악 양식으로 작곡되었습니다. 통상문 중에서도 비교적 가사가 긴 <글로리아>와 <크레도>는 실러블적인 요소로 처리된 콘둑투스 양식이고, 나머지 부분은 동형리듬 기법으로 작곡된 모테트 양식을 보여주지만, 모든 성부가 하나의 가사를 부른다는 점에서 기존의 모테트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욤 드 마쇼의 미사곡은 통상문 전체를 모두 다성음악으로 작곡한 최초의 미사곡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작품이라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후의 작곡가들이 기욤 드 마쇼의 방식을 차용하여 미사곡을 작곡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기욤 드 마쇼의 《미사 노트르담》이 15세기에 등장한 '미사'라는 장르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쳤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② 세속노래

기욤 드 마쇼는 작곡가 이외에 시인으로서도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그는 서양음악사에서 시인과 작곡가의 두 역할을 동시에 훌륭하게 수행한 마지막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트루바두르와 트루베르의 전통을 이어받은 세속노래 분야에서 그의 업적이 높게 평가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욤 드 마쇼의 세속노래는 세 가지 시 형식에 집중되어 있으며, 세속노래 가사의 내용은 모두 '궁정의 사랑'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기욤 드 마쇼의 시대부터 세속노래를 구분하는 방식은 가사 내용의 유형이 아닌 어떤 시의 형식을 갖느냐에 따라 구분하는 것입니다.

 

③ 정형시 형식

기욤 드 마쇼가 사용했던 시의 형식은 음악 형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런 시의 형식들은 트루베르의 시기부터 사용되던 것들입니다. 기욤 드 마쇼의 중요한 업적은, 트루베르 때부터 내려오던 오래된 시 형식들을 일정한 하나의 형태로 고정시켰으며, 고정된 형식으로 여러 성부를 위한 세속노래들을 작곡했다는 점 입니다. 이렇게 기욤 드 마쇼가 고정시킨 시 형식을 정형시 형식(fomes fixes)이라고 부르고, 이를 직역하면 '고정된 형식'이라는 의미입니다. 정형시 형식에는 비를레(Virelai), 롱도(Rondeau), 발라드(Ballade)의 세 가지 형식이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이 형식들은 1500년 경까지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아온 것입니다.

 

세 가지의 정형시 형식들은 모두 반복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형식을 표기하는 방법은, 선율과 가사가 같은 반복구들은 대문자 알파벳 A, B, C 등으로 표기하고, 선율은 같지만 가사가 다른 경우 소문자 알파벳 a, b, c 등으로 표기합니다. 비를레 형식은 AbbaA라고 표기하며, 여기서 대문자 A는 가사와 선율이 같은 반복구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비를레는 a와 b의 두 개의 악구로 구성되고, b 악구는 항상 다른 가사로 불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a악구도 다른 가사로 불리어 지고, 곡의 마지막인 A는 처음에 불렀던 가사와 똑같이 부르면서 반복구의 역할을 하며 마무리됩니다.

 

기욤 드 마쇼가 가장 좋아했던 발라드는 aabC로 표기할 수 있는데, 반복구(C)가 매 절의 끝에 나오면서 후렴구 역할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 두 번 반복하는 a 악구는 각각 다른 종지를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C 부분은 하나의 독립적인 악구라기 보다는 b 악구의 끝에 해당하는 비교적 짧은 부분입니다.

 

기욤 드 마쇼 이후에 등장하는 15세기의 작곡가들은 롱도 형식을 가장 자주 사용했는데, 이 롱도 형식은 다소 복잡하기도 하였습니다. 롱도는 총 8행의 시로, 첫 두 행으로 된 반복구(AB)를 노래한 다음에 세 번째 행은 반복구의 첫 부분의 선율에 새로운 가사(a)를 부릅니다. 네 번째 행은 반복구의 절반(A)을 다시 그대로 반복하고,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의 행은 반복구 선율에 새로운 가사를 붙여(ab) 진행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두 행은 처음에 했던 반복구를 다시 노래함으로써(AB) 롱도 형식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즉 ABaAabAB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롱도 형식이며, 하나의 절을 노래할 때 a 선율만 다섯 번 부르는 것입니다. 아래는 14세기 말에 활동했던 프랑스의 작곡가 솔라주(Solage)의 롱도 가사를 보면, 롱도의 가사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솔라주, <뿌연 연기를 통해서>(Fumeux fume par fumee)

 

(A) 뿌연 연기를 통해서

(B) 나타나는 희미한 생각

(a) 생각을 태워 날리면

(A) 뿌연 연기를 통해서

(a) 그는 연기를 즐기네

(b)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A) 뿌연 연기를 통해서

(B) 나타나는 희미한 생각

 

기욤 드 마쇼가 작곡했던 약 120여개의 세속노래 중에 100여 곡이 위의 세 가지 정형시 형식에 의해 작곡된 노래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작곡된 장르는 발라드로, 40여 곡에 달합니다. 기욤 드 마쇼의 발라드는 한 곡을 제외하곤 모두 다성노래로 구성된 반면, 비를레는 대부분이 단성노래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트루베르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 미사 노트르담 : 통상문 전체를 다성음악으로 만든 최초의 미사곡

▶ 정형시 형식 : 오래된 시 형식들을 하나의 형태로 고정시켜 여러 성부를 위한 세속노래로 작곡한 형식

▶ 비를레 형식 : AbbaA

▶ 발라드 형식 : aabC

▶ 롱도 형식 : ABaAabAB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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