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지난 시간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음악 양식의 혼합이 점차 두드러지고, 이후에는 영국음악이 영향을 미치는 것을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초기 르네상스에 이르러 영국의 음악 양식들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 그 전에 영국에 어떤 음악 양식이 발달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오늘은 영국의 음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 영국음악
중세시대까지의 서양 음악사에서 영국의 음악사가 빠져있는 것은 중세시대에 영국의 음악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 때문이 아니라, 영국에 남아있는 단편적인 자료들로는 유럽 대륙에서 진행되었던 음악사의 흐름과 함께 영국의 음악사를 다루는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15세기에 이르러 영국 작곡가들이 유럽대륙으로 진출하여 직접 활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음악이 점차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이르렀고, 이 영향은 그 당시 유럽인들에 의해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직접적인 영향이었습니다.
중세시대의 음악에서도 알아보았듯이, 다성음악이 생긴 이후에 유럽의 대륙 작곡가들은 주로 리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화음에 대한 문제는 이차적인 문제로 취급하였습니다. 그래서 14세기에 활동했던 작곡가들은 200년 전의 다성음악에서 사용되었던 협화음정 중 완전 협화음정만(1도, 4도, 8도)을 고집하여 작곡하였습니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오래전부터 3도나 6도 같은 불완전협화음정을 자유롭게 사용해왔으며, 이런 음정과 이 음정에 기초한 화음들이 대륙 작곡가들에게 소개되었을 때, 대륙 작곡가들은 이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음향의 가능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1) 포부르동(fauxbourdon)
앞에서 언급한 영국의 음악적 특징이 잘 나타나는 것으로 파버든(faburden)이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이 기법은 대륙으로 건너와 포부르동이라는 기법을 탄생시킨 주요 요인이라고 짐작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어로 '가짜 베이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포부르동은 일종의 즉흥연주의 방식이며, 악보에는 두 성부가 적혀있고, 그것을 보면서 또 하나의 성부를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형식을 말합니다. 악보에 기보되어있는 두 성부의 윗성부는 단성 성가로 부터 가져온 것이고, 아래의 성부에는 성가 선율의 6도 아래의 음을 병진행으로 진행시키면서, 때로는 8도를 섞어서, 그리고 종지는 항상 8도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이 두 성부에 즉흥적으로 첨가되는 성부는 윗성부를 오르가눔의 형식과 유사하게 완전 4도 아래로 병진행을 시키면서 진행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이 성부가 가운데 성부가 됩니다. 결국 포부르동 형식으로 만들어진 3성부의 어울림은 화성학에서 말하는 3화음의 제1 전위형이 연속적으로 나오는 형태입니다.
포부르동 기법은 주로 실러블적인 단순한 성가들에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기법이 만들어내는 3화음적인 음향은 1420년 경부터 1450년 경까지 작곡된 모든 종류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물론 이 기법이 주는 가장 큰 변화는 음향적인 면에서 잘 나타나지만, 3성부의 짜임새에서도 그 영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4세기 3성부 짜임새는 각 성부 간 리듬 진행의 차이를 통해 각 성부의 독자적인 흐름을 가지게 되는 다성음악이었지만, 포부르동의 영향을 받아 모든 성부가 비슷한 길이의 음가를 사용하기 때문에 중세시대에 비해 전체적인 흐름이 훨씬 호모포니적입니다.
2) 던스터블
영국의 음악을 유럽 대륙에 소개했던 중요한 작곡가로는 바로 존 던스터블(John Dunstable, 1390년 경 ~ 1453년 경)입니다. 천문학자로서도 이름을 알렸던 존 던스터블은 생애와 관련된 자료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잘 알 수는 없지만, 1422년부터 1435년까지 일어났던 프랑스와의 백년전쟁을 위해 프랑스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군 사령관 베드포드 공작의 수행원 중 한 사람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존 던스터블이 지속적으로 프랑스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은 알 수가 없습니다. 존 던스터블이 남긴 작품은 대부분 종교음악으로, 약 60여개의 달하지만 세속음악은 2~3개 정도밖에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종교음악은 미사와 그 밖의 전례음악, 그리고 모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통상문 전체를 한 벌로 작곡한 두 편의 미사곡이 존재합니다(다만 존 던스터블의 곡인지 확실치 않음). 나머지 미사음악은 한 개씩 따로 작곡하거나 <글로리아>와 <크레도>를 하나의 짝으로 작곡한 것들입니다. 또 다른 전례음악은 성무일도를 위한 찬미가, 마그니피카트가 있고 대부분 3성부로 작곡된 곡들입니다.
약 40여개에 달하는 존 던스터블의 모테트는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우수한 것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존 던스터블의 모테트는 크게 세 가지의 양식으로 작곡되어 있습니다. 첫째로 복잡하고 화려하게 꾸며진 모테트들은 주로 동형리듬 기법이 사용되어 작곡되었고, 많은 경우에 이 기법을 성가 선율이 있는 테노르 성부에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모든 성부에 사용하여 작곡했습니다. 둘째로 몇 개의 모테트에는 가장 위에있는 성부에 성가 선율이 변형되어 나타나고, 마지막으로 성가 선율을 전혀 쓰지 않고 완전히 자유롭게 작곡된 모테트였습니다.
영국의 작곡가로서 유럽 대륙의 음악에 영향을 미친 인물로 존 던스터블 이외의 다른 인물도 있습니다. 그는 존 던스터블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작곡가로 그의 생애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레오넬 파워(Leonel Power, ? ~ 1445년)입니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로 전환하던 시기에 활동했던 작곡가로서 오히려 존 던스터블보다 역사적 관점에서 흥미로운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의 작품은 약 50여 개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모두 종교음악입니다. 존 던스터블과 레오넬 파워의 작품들에서 알 수 있듯이, 15세기 전반 영국의 작곡가들은 주로 종교음악에 전념하였으며, 14세기 유럽 대륙의 작곡가들이 세속음악에 몰두하여 작곡한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포부르동 : 가짜 베이스, 즉흥연주 방식, 악보에 두 성부가 적혀있고 나머지 성부는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형식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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