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20세기 말의 음악적 상황과 최근의 음악 1/6 (2023.04.19)

작은대학교 2023. 4. 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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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부터 하는 챕터는 서양음악사의 마지막 내용으로, 20세기 말의 음악과 지금까지의 음악에 대한 설명입니다. 최근의 음악이라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우리의 문화에 와닿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음악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과 음악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과의 괴리이기 때문에 그 거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므로 음악을 전공하거나 음악에 관심이 있는 분이시라면 한 번 즈음은 알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세기 말부터 정말 복잡한 음악 분야들이 등장하면서 점점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지만, 마지막 시간이니 만큼 조금 더 힘을 내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ⅩⅩⅦ. 20세기 말의 음악적 상황과 최근의 음악

 

1. 시대적 상황 변화

 

1975년,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자유를 표방한 양심의 마비', '인권에 대한 가치 와해', '자유로운 표현의 제한'과 같은 경직된 사고를 인류에게 야기시키게 되었습니다. 1980년대가 지나면서 소련의 고르바초프(Mikhail Sergeevich Gorbachev, 1931년 ~ 2022년)는 '페레스트로이카'(개혁) 및 '글라스노스트'(개방)를 천명했고, 이는 점점 냉전체제의 해체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냉전시대가 종식됨에 따라 인류는 새로운 사고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고, 특히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체제 와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차원에서 전 세계가 경계없이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 자유경쟁 구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의 시장 경제 확장, 새로운 생산 형태의 등장, 개인용 컴퓨터 시대로 나타났으며, 복합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 '세계화-지구화'의 형태로 자본주의 사회와 사회주의 사회까지 점차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1) 포스트모더니즘

 

1950년대와 1960년대의 문학, 그리고 건축에서 일어났던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크게 두 의미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모더니즘 앞에 붙은 접두사 포스트가 '다르다'는 의미인 '반(反)'으로 해석하면 포스트모더니즘은 문화와 사고에서의 합리적인 형식을 거부하며 과거 예술의 소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포스트를 '앞의 것의 다음'이라는 의미의 '연결'로 해석하면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의 연장, 즉 실험과 개혁의 계속적인 진행을 의미합니다.

 

반(反) 모더니즘으로의 포스트모더니즘은 루이비통 핸드백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습니다. 패션에 예술을 접합시킨 '무라카미 백'은  한때 루이비통의 수석디자이너였던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1963년 ~ )와 일본 출신 네오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i, 1962년 ~)의 만남으로 탄생하게 된 상품입니다.

 

출처 : 팝 아티스트 다카시 무라카미의 파리 전시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무라카미 백

 

루이비통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의 미학 가운데 대중문화와 예술과의 만남을 이해할 수 있다면, 필립 존슨(Philip Cortelyou Johnson, 1906년 ~ 2005년)의 《AT & T 빌딩》(1979년)을 통해서는 모더니즘이 만들어낸 서로 비슷한 건축물으로부터 벗어나 과거를 수용하고 역사를 참조하는 역사주의를 접할 수 있습니다.

 

출처 :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의 이야기] #6. 필립 존슨 (tistory.com)/필립 존슨의 《AT & T 빌딩》(1979년)

2) 음악과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은 과거의 예술을 소생시키려는 움직임과 고급예술과 저급예술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비판, 그리고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정신의 연장된 움직임 모두를 포용합니다. 즉 반(反), 연결, 고급예술과 저급예술의 경계허물기입니다.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은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음악의 예술사조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실험적 음악극 혹은 컴퓨터 음악처럼 실험정신을 가득 담은 내용의 음악들은 어려운 현대음악의 지속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입니다. 반면 신낭만주의, 신조성주의, '새로운 단순성'과 같은 전통적 음악요소의 활용, 그리고 인용음악은 쉬운 현대음악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의 현상입니다. 이 외에도 페미니즘 음악, 크로스오버 음악(crossover music), 세계음악(world music)등에 대한 관심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대변되는 1970년대 이후의 음악입니다.

 

① 여성작곡가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된 미국의 음악적 격변은 유럽으로부터 받은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고유한 표현 형식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 이 점은 처음으로 음악사에 여성작곡가의 이름을 남성과 동등하게 남기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1970년대 이후에는 그 당시에 활발하게 활동했던 여성작곡가들뿐만 아니라 지난 음악사 속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작곡가들에 대한 페미니즘 관점의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 1947년 ~ )처럼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의 창작 세계를 표현했던 여성작곡가 뿐만 아니라, 소피아 아스가토브나 구바이둘리나(Sofija Asgatovna Gubajdulina, 1931년 ~ ), 박영희(Younghi pagh-Paan, 1945년 ~)를 포함한 비서구 여성 작곡가들의 활동은 20세기 후반의 다양한 예술적 흐름, 음악어법의 모든 변화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왼쪽부터 로리 앤더슨,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박영희

② 크로스오버 음악

미국에서 대중음악 한 곡이 다른 종류의 차트에 동시에 등장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퓨전음악, 혹은 크로스오버 음악이라는 용어는 대중음악이라는 한계를 넘어 예술음악 영역, 그리고 문화 전반에 걸쳐 '교차', '융합', '서로 넘나드는' 현상을 지칭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음악에서의 이런 현상은 '순수예술' 개념 그리고 '예술을 위한 예술'을 강조하는 모더니즘 미학, 즉 고급예술과 저급예술의 이분법적 사고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크로스오버 음악 중 가장 두드러지는 대중음악에서의 예술음악 수용은 인용하는 주체가 대중음악이고, 인용되는 음악이 예술음악인 경우가 많습니다.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과의 크로스오버 현상 중 첫 번째라고 말할 수 있는 흐름은 클래식 음악 연주자와 대중음악 연주자들간의 공동작업입니다. 이런 작업은 1980년대 초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 1941년 ~ )와 미국의 팝음악 가수 존 덴버(John Denver, 1943년 ~ 1997년)가 함께 불렀던 《아마도 사랑은》(Perhaps Love)을 시작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6EEcfP0QiI

출처 : youtube/플라시도 도밍고, 존 덴버의 《아마도 사랑은》(Perhaps Love)

이 외에도 이런 작업의 선두에 있는 연주자로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Yo-Yo Ma, 1955년 ~ )가 있습니다. 그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사람으로 그의 다양한 음악적 관심은 대중음악을 넘어 동아시아 민속음악으로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습니다. 연주계에서의 크로스오버 현상으로 꼽을 수 있는 또 다른 흐름은 연주가들이 클래식 음악을 재즈나 록과 같은 대중음악 스타일로 연주하는 방식입니다.

 

크로스오버 음악은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융합을 위한 몇 번의 시도로 앨범을 발표하는것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팝과 오페라의 합성어인 팝페라가 바로 그것입니다. 유명한 아리아의 편곡작업을 통해 대중화된 팝페라는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를 대중적인 팝 스타일을 가미시켜 부르는 것을 지칭하는 새로운 장르입니다. 하지만 예술음악영역에서 잘 알려진 대중음악 선율을 차용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가령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르네상스 시대의 세속노래 선율을 정선율로 차용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찾는 것처럼 말입니다.

 

최근에는 창작계보다는 연주계에서, 그리고 예술음악보다는 대중음악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해서 긍정적인 쪽과 부정적인 쪽의 견해가 충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는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등과 같은 예술영역의 넘나들기를 통해 자유로운 표현 가능성 확장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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