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20세기 말의 음악적 상황과 최근의 음악 2/6 (2023.04.21)

작은대학교 2023. 4. 21. 18:00
반응형

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예정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반대'의 성격 혹은 '유지'의 성격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따라서 그 두 의미를 가지고 구분해 이번 시간과 다음 시간에 나누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설명드릴 내용은 '연장, 유지'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입니다.


2. 실험정신의 연장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

 

1) 음악극의 다양한 시도

 

① 실험적 음악극

1960년대부터 아방가르드의 움직임을 따르면서 등장한 실험적 음악극은 1970년대 이후가 되면서 인용음악, 다양한 예술과의 결합, 그리고 기계적 무대장치를 통해 더욱 활성화되었습니다. 실험적 음악극은 음악뿐만 아니라 몸짓의 모든 가능한 표현, 다양한 예술을 수용한 것으로 오페라나 음악극과는 구별되는 장르입니다.

 

1970년대 이전에 연극적 음악이라고도 불리고 있었던 실험적 음악극의 시도는 존 케이지, 베른트 알로이스 치머만(Bernd Alois Zimmermann, 1918년 ~ 1970년) 그리고 마우리치오 카겔(Mauricio Kagel, 1931년 ~ 2008년)의 작품들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케이지는 《음악산책》(Music Walk, 1958년)을 시작으로 《변주 Ⅴ》(Variations Ⅴ, 1965년)를 통해 자신의 실험정신을 새로운 음악극의 형태로 제시했습니다. 《변주 Ⅴ》라는 작품은 오디오-비디오 퍼포먼스(행위예술)로 춤과 음악, 스탠 반데어비크(Stan Vanderbeek, 1927년 ~ 1984년)의 영화, 백남준의 비디오 이미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소리로 만드는 전자적 수단 등과 같은 서로 다른 예술분야를 접목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의 악보는 앞에서 설명드렸던 동전 던지기를 통해 우연적으로 만들어진 악보이기도 합니다.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존 케이지, 베른트 알로이스 치머만, 마우리치오 카겔

치머만의 《병사들》(Die Soldaten, 1965년)에서는 영화와 같은 동시적 사건 전개를 보여주었고, 역사를 참조하는 모습으로 부속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코랄과 같은 옛 음악을 인용하였습니다. 또 인용의 범위는 예술음악을 넘어 민요, 행진곡 리듬, 재즈 등과 같은 대중음악까지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합적 오페라라고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작품에 수용되어 있는 구체음악과 전자음악 때문입니다.

 

반면 카겔은 1965년 배우들이 두드리는 지팡이와 우산의 리듬을 주제로 전통적 의미의 소리 영역을 확대시킨 《5인 무》(Pas de cinq)를 발표했습니다. 그의 실험적 음악극에 대한 관심은 텔레비전 음악극 《루드비히 반》(Ludwig van, 1970년)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그는 베토벤의 작품들을 인용했는데, 그 작품은 1970년대 이후 자신의 음악극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풍자와 조소로서가 아닌, 음악적 동화를 이루는 요소로 사용되었습니다.

반응형

 

우연적 사고 혹은 인용음악과 결합된 것들과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는 실험적 음악극은 슈톡하우젠의 바그너식 연작 음악극인 《빛》(Licht)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목요일》(Donnerstag, 1978년 ~ 1980년)을 시작으로 하여 각 요일을 제목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 시리즈는 '범문화적', '탈장르화', '다양한 매체의 혼합' 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독창, 독주, 합창, 오케스트라와 같은 음악영역 뿐만 아니라 독무, 발레와 같은 무용 그리고 팬터마임과 같은 연극적인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어 예술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더 나아가 《빛》 시리즈는 원형이거나 원형에 가까운 8각형 모양의 연주홀, 고정되어 있지 않은 관중석, 서로 연결된 세 개의 무대를 필요로 합니다. 즉 이 작품을 통해 연작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적 요소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리게티 죄르지의 《위대한 죽음》(Le Grand Macabre, 1974년 ~ 1977년)은 오페라에 대한 이중 부정을 담고 있는 '반-반-오페라'(Anti-anti-Oper)입니다. 이런 규정은 단지 작곡가의 주장에 따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실험적 음악극에서 보여준 인용기법을 포함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부레(Bourree)로 구성되어 있는 제2막, 제3막에서 등장하는 오스티나토, 카논, 파사칼리아 등과 같은 전통적 음악형식과 기법 외에도 그는 장 필립 라모의 《암탉》(La Poule),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년 ~ 1828년)의 《사나운 말타기》(Gratzer Galopp), 베토벤 《영웅교향곡》의 마지막 악장 베이스 테마, 그리고 스트라빈스키의 《병사들의 이야기》의 음악을 인용하였습니다. 또한 《위대한 죽음》에는 브라질 삼바, 안달루시아의 플라맹고, 불가리아 풍의 리듬과 같은 서로 다른 민속음악들도 혼합되어 있습니다. 이런 범문화적인 내용으로 인해 이 작품을 포스트모더니즘을 대변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내용은 하모니카, 사이렌, 호루라기, 자동차 경적, 초인종과 같이 악기라고 말하기 어려운 음향매체들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전자기기의 사용과 같은 다양한 매체 혼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② 신표현주의 오페라

1970년 이전에는 실험성을 연장하려는 실험적 음악극 이외에도 신표현주의 오페라도 있었는데, 이것은 모더니즘의 연속을 의미하는 장르로 20세기 후반 음악극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험적 음악극에서 보여준 인용을 통한 표현을 벗어난 신표현주의 오페라는 볼프강 림(Wolfgang Rihm, 1952년)의 실내오페라 《야콥 렌츠》(Jakov Lenz, 1977년 ~ 1978년)를 대표적인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10년 즈음 나타났던 제2 비엔나악파의 자유로운 무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신표현주의 오페라인 《멕시코 정복》(Eroberung von Mexiko, 초연 1992년)에서는 식민지 역사와 서구화에 대한 비판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그 땅에 오래 전부터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대륙 발견이라는 명목 하에 정복을 일삼던 강자에 대한 비판을 넘어 남성-여성-중성의 상호 저항도 작품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약자의 입장 표명은 20세기 후반의 범문화적인 입장을 대변합니다.


▶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