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20세기 말의 음악적 상황과 최근의 음악 4/6 (2023.04.26)

작은대학교 2023. 4.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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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의 언급했던 포스트모더니즘과는 다른 결인 모더니즘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Post'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3. 모더니즘과의 단절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

 

1970년대에 등장한 반(反) 아방가드르 정신, 즉 전통과 역사에 대한 음악적 복귀를 담고 있는 경향은 20세기에 접근하기 쉽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음악을 만들게 되는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모더니즘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이 음악적 경향은 신낭만주의, 신조성주의 그리고 새로운 단순성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신낭만주의

 

신낭만주의는 모더니즘을 기피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원화 가운데 한 경향입니다. 따라서 이 신낭만주의라는 음악경향은 예술음악을 대표하는 교향곡, 협주곡, 그리고 실내악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청중들의 감정에 호소하고, 작곡가들의 감성을 전달하면서 청중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현대음악으로써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장르에 대한 부활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곡가들 혹은 작품들은 신낭만주의라는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신낭만주의는 빈번한 협화음을 사용하는 세부적인 음악언어를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으므로 신조성주의라고도 규명됩니다. 이러한 신낭만주의는 1970년 후반에 점차 두각을 보이는 작곡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미콜라이 고레츠키(Henryk Mikolaj Gorecki, 1933년 ~ ),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윤이상, 볼프강 림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미콜라이 고레츠키,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볼프강 림

1960년대, 음색작곡가로 아방가르드의 대열에 서있었던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1970년대 중반 이후에 작곡한 협주곡들은 전통적 음악장르인 협주곡을 수용했고, 그 속에서 두드러지게 들리는 선율선, 멜랑콜리한 분위기, 반음계에 의해 나타나는 슬픈 분위기 등의 선율들로 인해 그를 신낭만주의 대표 작곡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1976년 ~ 1977년에 작곡된 《바이올린협주곡》에서 독주 악기인 바이올린의 기교가 두 곳의 카덴차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며, 고전적 협주곡의 주제 전개 방법도 나타납니다. 이 작품에서 하나의 동기는 음정과 리듬, 음색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동기와 주제로까지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명의 솔리스트와 합창,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위한 《폴란드 레퀴엠》(Polinisches Requiem, 1984년)은 그의 창작세계 전반에 걸쳐 근본 주제라고 할 수 있는 평화롭지 못한, 잘못에 연루되어 있는 세상에 대한 종교적인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작곡기법적인 면에서 이 작품은 간단하고 쉬운 선율적 윤곽과 대위법적인 진행, 그리고 관습적인 표현과 형식구성으 스타일 전환을 담고 있습니다.

 

전통 장르에 대한 관심은 정치·사회적 영향을 입은 작곡가들의 창작 경향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곡가 윤이상은 197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세계 평화와 인류에 대한 사랑,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전통적인 음악장르를 택하기도 했습니다. 신낭만주의 또는 신조성주의로 엮을 수 있는 윤이상의 작곡 경향은 5개의 교향곡 작곡 이전에 작곡된 협주곡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베토벤과 요하네스 브람스의 중간에 있는 작품이라고 비교되는 《첼로협주곡》(1975년 ~ 1976년)은 비르투오소적인 협주곡입니다. 이처럼 윤이상은 인류를 대상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전통적인 장르인 교향곡을 그 도구로 택하였고, 5개의 교향곡에서 선율, 화성, 리듬이 명확하게 파악될 수 있는 음악어법을 구사하기도 하였습니다.

 

출처 : 왜 우리는 그를 잊었나…세계가 다시 부르는 이름, ‘윤이상’ (kbs.co.kr)/윤이상

윤이상
1917년 경상남도 신창군 덕산면에서 9월 17일 출생
1935년 오사카음악원에서 작곡과 첼로 수업
1937년 동요집 출판
1944년 독립운동 계획으로 옥고를 겪음
1956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길에 오름, 이듬해 독일에 정착
1959년 ~ 1960년 네덜란드와 다름슈타트에서 12음깁버에 의한 작품 발표
1966년 도나우에싱엔에서 《예악》 초연
1963년 ~ 1969년 북한 방문으로 정치적 고초를 겪음
1971년 독일 국적 취득
1971년 ~ 1972년 뮌헨 올림픽 문화행사에서 오페라 《심청》 초연
1975년 이후 《첼로협주곡》을 시작으로 정치참여 음악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리는 교향시 《광주여 영원히!》 작곡
1982년 이후 5개의 교향곡을 통해 '전통'과의 결합을 보임
1995년 11월 13일 베를린에서 사망

신표현주의 오페라 작곡가로 이전 시간에 설명을 했던 작곡가 볼프강 림은 전통적인 장르 수용과정에서 신표현주의적 창작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위에서 말했던 작곡가들과는 차별화된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볼프강 림은 교향곡이라는 장르와 형식을 자유로운 표현과 창작의 주관성을 위한 형식적 윤곽으로써 활용하였습니다. 가령 그의 곡 《교향곡 제2번》(1975년)과 《교향곡 제3번》(1967년 ~ 1977년)에서 보여준 대편성의 관현악 그리고 《교향곡 제3번》에서의 니체, 휄더린의 텍스트를 단편적으로 채택한 점은 그를 구스타프 말러의 후계자로 평가하는 좋은 근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전통적 장르와 형식을 기반으로 작곡하긴 했지만, 자신의 음악적 주관성을 표현하는 장, 단조 조성을 피하고 무조 혹은 서로 연계되지 않는 자신만의 개성적인 음향으로 자신의 주관성을 구체화시켰습니다. 음악의 형식을 전통에서 찾는 그의 작곡 경향은 1970년 ~ 1988년 사이에 작곡된 8개의 현악사중주와 피아노트리오를 통해 계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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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로운 단순성

 

미니멀음악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단순성(Neue Einfachheit)은 아방가드르 음악에 대한 거부, 즉 총렬음악의 구조주의적인 형식 비판으로부터 시작된 유럽, 특히 독일의 음악적 경향입니다. 이 경향은 이해하기 쉽고, 감정과 주관에 호소하면서 접근하기 쉬운 음악에 대한 요구에 따라 관계의 단순성(명확한 형식), 재료의 단순성, 감정의 단순성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스 베르너 헨체(Hans Werner Henze, 1926년 ~ 2012년)의 교육적 음악극《폴리치노》(Il Policino, 1980년)는 형식과 재료의 단순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노래하기 쉬운 선율, 조성의 관용적 표현, 전통적인 오페라의 요소를 거의 수용하지 않은 연습곡 구성 등은 새로운 단순성이라는 반 아방가르드적 경향을 신조성주의라는 범주로 포함시킬 수 있게 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출처 : Hans Werner Henze – Wikipedia/한스 베르너 헨체

이러한 새로운 단순성의 경향은 아르보 페르트(Arvo Part, 1935년 ~ )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추구한 음악의 단순성은 미니멀음악의 대표 작곡가인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을 듣고 옛 음악과 새로운 음악, 즉 미니멀음악과의 유사점인 엄격한 구조와 음악 소재의 극단적인 축소를 발견함으로써 구체화될 수 있었습니다. 《형제들》(Fratres,  1977년),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 1978년) 등과 같은 작품을 통해 그는 종소리를 연상시키는 '틴티나불리(Tintinnabuli) 어법'으로 단순한 음악적 표현을 이루어냈습니다. 전통적인 장, 단조 화음, 발전이 진행되는 화음 대신 에올리안 선법과 같은 교회선법에 근거한 선율, 그리고 선법에서 만들어진 분산 3화음은 새로운 조성적 내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간단한 3화음의 순환적 반복과 순차적으로로 진행되는 최소의 변화를 담은 선율의 성부가 특징입니다. 특히 그의 음악은 '발전'이라는 의미를 벗어난 재료의 단순함을 그대로 들려주는 것도 특징입니다.

 

출처 : 아르보 페르트Arvo Pärt - Seoul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simf.kr)/아르보 페르트

아르보 페르트의 많음 합창음악 작품들이 새로운 단순성이라는 개념으로 모두를 묶을 순 없지만, 그 작품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담고 있는 역사성의 회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교회음악의 실용주의 또는 신고전주의 사고와 연계되는 그의 중세음악 연구, 그리고 그것을 작품에 반영하는 것은 반 모더니즘을 대변해주는 것입니다.

 

20세기에 들어 가장 많은 클래식 음반 판매 부수를 기록하고 있는 미콜라이 고레츠키의 《교향곡 제3번》(1976년) 또한 신낭만주의, 신조성주의로 설명되는 음악적 재료의 단순성을 담고 있습니다. 소프라노의 독창을 포함하고 있고 오보에, 트럼펫, 그리고 타악기가 빠져있는 관현악 편성의 《교향곡 제3번》은 현악기가 중심에 있고 관악기는 거의 긴 음 연주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관현악 편성에 포함되어 있는 피아노와 하프는 단지 강조되는 음만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표가 없이 기보되었지만 제1악장은 e단조(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E음으로 시작되는 에올리안 선법), 제2악장은 b♭단조, 제3악장은 a단조의 조성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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