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20세기 말의 음악적 상황과 최근의 음악 6/6 (2023.04.30)

작은대학교 2023. 4.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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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드디어 서양음악사의 마지막 글을 쓰는 날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글을 쓰게 된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음악사는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발굴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르게 해석이 됨에 따라 언제나 변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이렇게 서양음악사를 끝낸다가 아니라 우선 1차적으로 지경을 넓히고 이후에 새로운 사실이나 새로운 관점을 덧붙여 나만의 서양음악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조금 부족하게 마무리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이후에는 논문이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저만의 서양음악사를 다시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끝까지 응원해주시기를 바라며,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편하게 댓글 남겨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21세기의 음악 전망을 작성하며 서양음악사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4. 21세기 음악 전망

 

197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양한 음악적 경향을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총칭하는 것을 점점 벗어나 신낭만주의, 신조성주의, 인용음악, 미니멀음악 등으로 세분화해 음악사를 서술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21세기의 음악을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원화된 음악적 경향들을 소개하면서 언급되었던 작곡가들의 지속되는 활동과 그들을 사사한 젊은 작곡가들의 창작 경향을 하나의 예술사조나 어법으로 규명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알아보았던 1970년대 이후의 다양한 음악적 경향을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큰 개념으로 묶어 설명했지만, 이후 신낭만주의, 신조성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의 흐름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었던 근거는 각 예술을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영향력과 그들의 뒤를 잇는 젊은 작곡가들의 창작활동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1세기의 음악 전망은 추측이나 소설을 쓰는 것보다는 1970년대 이후 다양한 음악적 경향들의 뒤를 잇는 작곡가들을 소개하는 것이 더 유익할 것입니다.

 

1) 예술음악의 영역을 넘어서

 

구스타프 말러의 후계자임을 증명한 볼프강 림이나 만프레드 트로얀이 보여주었던 전통의 다양한 수용은 한스 위르겐 폰 보스(Hans-Jurgen von Bose, 1953년 ~ ), 데틀레프 뮐러 지멘스(Detlev Muller Siemens, 1957년 ~ ) 등의 젊은 작곡가들에 의해 지속되어지고 있습니다. 19세기 피아노 반주를 수반하고 있던 예술가곡에 대한 회고적인 경향뿐만 아니라, 볼프강 림과 아리베르트 라이만에 의해 새로운 장르사적 맥을 잇고 있는 관현악 노래는 특히 한스 위르겐 폰 보스와 죄르지 쿠르탁(Gyorgy Kurtag, 1926년 ~ )과 같은 작곡가들에 의해 작곡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1983년 고대 그리스의 여류시인 사포(Sappho)의 시를 가지고 작곡한 한스 위르겐 폰 보스의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사포의 노래들》로 메조소프라노와 실내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입니다. 또한 죄르지 쿠르탁의 소프라노,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심벌을 위한 《15개의 노래들》(1982년)은 이런 경향을 대변하는 작품입니다. 한스 위르겐 폰 보스는 1990년에 작곡한 《오페라 63 : 꿈의 궁전》(Oper 63 : Dream Palace)을 시작으로 전통적 음악요소를 활용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전통에 대한 재수용의 정점을 찍은 《도살장 5》(Schlachthof 5, 1996년)은 단순한 인용을 넘어 겹겹이 쌓아 융합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Hans-Jürgen von Bose - Wikipedia/한스 위르겐 폰 보스/Detlev Mueller-Siemens (schott-music.com)/데틀레프 뮐러 지멘스/György Kurtág - Wikipedia/죄르지 쿠르탁

영국의 작곡가 마이클 니만(Michael Nyman, 1944년 ~ )은 스티브 라이히와 테리 라일리의 새로운 새로운 음악어법적 방향을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한 첫 음악학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학업을 마칠 당시 동시대의 음악을 지배하고 있던 총렬음악에 대해 거부를 표하며 작곡가로서의 삶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미니멀음악 작곡가들을 만나면서 다시 작곡가로서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모차르트, 헨리 퍼셀, 존 다울랜드 등과 같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인용하는 방식은 미니멀음악의 특징인 반복과 결합되 마이클 니만의 독특함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의 작품 《레 위의 돈지오반니》(In Re Don Giovanni, Drowing by Numbers, 1977년)는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16마디를 인용하고, 그걸 가지고 변주를 한 작품입니다. 무조가 아닌 그의 음악은 음악적으로 훈련되지 않은 일반적인 청중들에게도 전통과 잘 어우러진 지적인 이미지를 전달해줍니다. 또한 마이클 니만은 예술음악이라는 영역을 넘어 영화음악 작곡가로 더 잘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가 작곡한 영화 《피아노》(The Piano, 1993년)의 음악과 같은 많은 영화음악은 작곡가라는 직업이 갖는 영역의 확대 뿐만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원주의를 잘 대변해주는 것입니다.

 

출처 : Michael Nyman/마이클 니만

마이클 니만처럼 창작의 영역을 예술음악에서 대중음악까지 확장한 작곡가는 미국의 존 존(John Zorn, 1953년 ~ )이 있습니다.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의 영향을 받아 신음악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존 존은 1970년대의 재즈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의 음악적 특징은 다양한 음악, 가령 영화음악, 만화영화음악, 재즈, 유대의 민속음악과 같은 예술음악이라는 경계를 벗어난 다양한 음악영역으로부터 얻어낸 음악어법을 가공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존 존은 이러한 음악에서 인용한 음악적 단편들을 콜라주와 같은 형식을 통해 혼합하였습니다.

 

출처 : John Zorn - Wikipedia/존 존

다양한 분야의 음악들을 현대음악과 결합했던 작곡가로는 영국 출신의 브라이언 이노(Brain Eno, 1948년 ~ ), 루이스 안드리센(Louis Andriessen, 1939년 ~ )을 비롯한 필립 글래스와 존 애덤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또한 1969년부터 1974년까지 존 케이지, 모튼 펠드만, 테리 라일리 등과 같은 미국 작곡가들과 함께 한 작업의 결과로 미니멀음악을 받아들였던 피터 마이클 하멜(Peter Michael Hamel, 1947년 ~ )의 음악세계는 재즈, 정치적인 캬바레 음악, 구체음악, 영화, TV드라마 음악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브라이언 이노, 루이스 안드리센

또한 헝가리에는 스티브 라이히와 필립 글래스의 영향을 받은 민족적 학교(nationale Schule)가 졸탄 예네이(Zoltan Jeney, 1943년 ~ ), 이슈트반 마타르(Istvan Matar, 1952년 ~ ) 등에 의해 설립되어 대륙 간의 음악적 교류를 끊이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20세기 말의 음악적 상황과 최근 음악 요약

2000년이 넘는 서양음악사에서 20세기는 시간적으로 100년이라는 짧은 기간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난 음악적 변화와 수용된 새로움은 2000년 동안의 서양음악사에서 가장 많고 다양했습니다. 따라서 20세기의 음악은 다양성의 시대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특히 197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묶어 설명할 수 있는 음악은 '어려운 현대음악'과 '접근하기 쉬운 현대음악'의 두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1970년대 이전에는 음악에 대한 실험정신이 실험적 음악극과 컴퓨터 음악에서 연장되었습니다. 반면 신낭만주의 음악은 전통적 음악의 형식과 조성의 내용을 새롭게 부각시키며 청중들에게 점차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미니멀음악과 연계성을 보이는 새로운 단순성은 명확한 형식, 재료의 단순성, 감정의 단순성으로 전개를 표면에 둔 음악적 경향입니다. 인용기법은 이 두 방향 모두에서 활용되어지면서 1970년대 후반 음악을 주도하게된 주요 음악기법입니다.

 

1970년대 이후 음악적 경향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것과 여성작곡가들의 활발한 활동, 그리고 음악사 속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여성음악인들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예술음악의 영역,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허물기, 순수기악음악과 전자-컴퓨터음악, 음악 장르간의 혼합들로 20세기 음악이 보여준 다양성의 시대는 이제 음악의 영역을 뛰어넘는 타 예술과의 혼합과 융합의 시대로 그 바통을 점점 넘기고 있습니다. 각 장르간의 고유속성을 유지한 채 상호 혼합되고 새로운 차원의 음악양식을 만들어내는 현상은 21세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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