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은 세 대가 중 마지막 한 분인 베토벤의 교향곡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대가에 비해서 베토벤은 적은 양의 교향곡을 남겼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두 대가의 교향곡에 전혀 밀리지 않는 뛰어난 작품을 작곡했습니다. 베토벤의 내용은 양이 많으므로 두 번으로 나누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4) 베토벤
① 베토벤 교향곡의 위상
베토벤은 오페라보다는 교향곡을 작곡하는 데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고, 그 때문인지 오늘날까지도 대표적인 교향곡 작곡가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교향곡들은 모두 합해 총 9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한편으로 교향곡의 규모가 커진 것을 의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고도의 긴밀성과 개성을 지닌 작품임을 말해줍니다. 모차르트에 이르기까지 18세기 중후반의 교향곡들은 짧은 여흥을 위한 음악의 성격에 가까운 것들이 많았는데, 많은 작품들에서 그 음향적 특징이나 기법들이 자주 중첩되었습니다. 이를테면 만하임 악파나 비엔나의 교향곡 전통은 비록 좋은 오케스트라 어법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계속적으로 반복되어 활용하였기 때문에 점점 고여있는 물에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여 그 시기에는 작품의 수는 많았을지 모르지만, 특별히 구별되는 독자성을 지닌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이런 고정적 틀 속에 새로움을 더해 나간 사람이 바로 전성기 고전시대 이후의 하이든과 모차르트였습니다. 그들은 각자 나름의 어법을 활용해 교향곡 장르에 새로움을 제시하였는데, 초기 베토벤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수공예적인 짜임새가 두드러진 하이든의 어법에 가까운 작품들을 만들었습니다. 모차르트의 후기 교향곡들은 복잡한 구조와 음향의 심각성 때문에 일찍이 청중의 취향보다 한 발 앞서 나갔습니다. 그런데 하이든의 우아함에서부터 출발했던 베토벤의 교향곡들도 점차 모차르트 작품들 못지않게 진지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는 "하이든의 손으로부터 모차르트의 정신"을 일궈내는 과업이 완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베토벤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교향곡 작곡을 시작한 이후 완숙기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꾸준히 교향곡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고전시대의 기악어법인 주제-동기 가공작업을 보다 철저하게 진행시켰고, 오케스트라 음향의 가능성을 거침없이 사용함으로써, 교향곡이 추구할 수 있는 음악적 이상을 고유한 방식으로 펼쳐나갔습니다. 베토벤은 9번 교향곡에서 행진풍의 음악을 위해 타악기를 편성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교향곡(5번, 6번, 9번)에 트럼본을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베토벤 교향곡의 독자적 색채는 3번 교향곡에서부터 나타납니다. 이전의 두 작품은 하이든의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베토벤은 의도적으로 하이든의 기법을 배우려고 했는데, 그 이유는 하이든의 작품이 당시 표준적 어법에 속했기 때문입니다. 악장 구성에서 그는 선배들이 형성해 놓은 네 악장 체제의 교향곡을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따라서 9개 중 8작품이 4악장이고, 6번 《전원교향곡》만 예외적으로 5악장 체제입니다. 하지만 작품의 생동감을 강화시키기 위해 그는 2번 교향곡부터 춤곡 악장에 미뉴에트 대신 스케르초를 사용했습니다. 그의 교향곡은 전반적으로 각인효과가 높은 주제와 동기를 사용하고, 강력한 음향으로 마감을 향한 추진력을 높이는 구성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베토벤의 작품의 길이가 전반적으로 더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35분을 넘는 것이고, 3번은 60분, 9번은 70분에 가깝습니다. 이런 길이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형성되어 있는 논리적인 연결과 음향적 긴장관계로 인해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번호 | 조 | 작곡 연대 | 특징 |
1 | C장조 | 1799년 ~ 1800년 | 느린 도입, 기본 조성을 벗어난 화성 구성 |
2 | D장조 | 1801년 ~ 1802년 | 마지막 악장에서 여러 부분으로 구성된 코다 |
3 | E♭장조 | 1802년 ~ 1803년 | "영웅", 큰 규모, 도입 부분에서의 투티 화현, 2악장에서의 행진곡, 변주 피날레, 긴 코다 |
4 | B♭장조 | 1806년 | 표본적인 교향곡, 환상적 아름다움 |
5 | c단조 | 1804년 ~ 1808년 | "문 두드리는 동기"("운명"), 동기 연결, 마지막 악장을 향한 긴 경과구, 행진곡 피날레 |
6 | F장조 | 1807년 ~ 1808년 | "전원", 표제적인 내용, 트리오, 다섯 악장 |
7 | A장조 | 1811년 ~ 1812년 | 리듬적인 발전, 약동하는 피날레 |
8 | F장조 | 1811년 ~ 1812년 | 강하고 밝은 분위기, 론도로부터 유도되는 복합 형식의 피날레 |
9 | d단조 | 1822년 ~ 1824년 | 피날레에 합창 사용, 느린 3악장, 지향점으로서의 마지막 악장 |
② 음악외적 사고의 도입
베토벤의 교향곡에는 순수 기악적 음향의 유희를 넘어서는 사고적 색채가 강하게 드러납니다. 성악의 부분을 가지고 있는 9번 교향곡은 물론이거니와 《영웅 교향곡》(3번), 《운명 교향곡》(5번), 《전원 교향곡》(6번)에서 음악외적 내용을 떠올리게 합니다.
3번 교향곡은 프랑스의 혁명에 고무되어 작곡한 작품입니다. 그는 이 작품을 계몽의 전도사로 여겼던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아마도 파리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이 작품을 그곳에서 연주하려는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본래 제목은 '대 교향곡, 이름 보나파르트'(Sinfonia grande, intitolata Bonaparte)이었는데, 나폴레옹이 황제가 된 것에 실망한 베토벤이 '영웅적 교향곡, 한 위대한 인간의 기억을 축하하기 위해'(Sinfonia eroica, composta per festeggiare il souvvenire di un grand' uomo)로 고치게 되었습니다.
5번 교향곡은 베토벤이 그의 비서 쉰들러에게 시작 부분의 머리동기처럼 운명이 문을 두드린다고 한 것에 기인해 《운명 교향곡》으로 불립니다. 이 작품은 네 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성격적 머리 동기가 1악장 전체를 끊임없이 지배하고 있어 마치 전체의 음향이 한 덩이가 된 것처럼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전원 교향곡》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의 6번 교향곡은 작곡 과정에서 '성격적 교향곡'(Sinfonica caracteristica) 또는 '전원적 교향곡'(Sinfonia pastorella)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인쇄를 할 때 '전원-교향곡 또는 시골 생활의 추억'(Pastoral-Sinfonie oder Erinnerungen an das Landleben)으로 제시하면서 《전원 교향곡》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베토벤은 매 악장마다 나타내고자 했던 것들을 명시해두었습니다. 그는 평소 묘사적 음악에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음악외적 내용을 다양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교향곡에서 묘사적 표현의 사용은 만하임 악파의 시절부터 이미 사용이 되었고, 비엔나의 카를 디터스 폰 디터스도르프도 표제적 제목의 작품(3번, DTO 43/2)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하이든 또한 다양한 아이디어로 음악외적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고별 교향곡》, 《군대 교향곡》 등)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베토벤은 청각 상실과 조카의 양육권 문제 등으로 복잡했던 인생 역경의 시기였던 10여년 동안 교향곡을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마침내 순수 기악곡으로서의 교향곡에 마침표를 찍는 9번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이와 함께 단순·보편성을 지향했던 고전시대의 기악어법이 보다 자유롭고 개성적인 표현을 필요로 하는 낭만적 음악어법과 섞이게 되었습니다.
교향곡은 이전의 대가들이 일궈놓았던 것처럼 전통적으로 가장 높고 순수한 음악예술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베토벤 또한 그의 교향곡들을 통해 악기들이 엮어내는 형이상학적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향곡은 곧 "악기들의 오페라"(die Oper der Instrumente)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초기 낭만주의자들이 발설하였듯이 비개념적인 것의 대표적 특징으로 시적인 것을 내세운다면, 교향곡은 예술이 지향하는 순수한 시적 세계의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그런 성격의 교향곡에 성악을 넣는다는 것은 파격의 극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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