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부터는 르네상스 시대 중 네덜란드 지역에서 활동했던 작곡가들을 알아보고, 그들은 그 당시 성행했던 장르들을 어떻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발전시켜왔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시간으로는 오케겜과 오브레흐트, 두 번째 시간은 죠스켕 데 프레, 마지막 시간은 그 외의 작곡가들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구성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Ⅵ. 네덜란드 작곡가들
르네상스 시대에 불리우던 '네덜란드'라는 말은 현대의 국가, 네덜란드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라 '낮은 지역'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던 말이었습니다. 이 낮은 지역은 지금의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지역을 일컫는데, 이 지역들은 바다 보다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통틀어 네덜란드라고 지칭했던 것입니다. 이 지방을 다른 말로 '플랑드르', '프랑코-플랑드르', '프랑코-벨기에', '북방'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네덜란드를 비롯한 다른 용어들은 어떤 종족, 나라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어느 특정 지역이나 음악적 양식을 지칭하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말입니다.
서양음악사에서 점점 네덜란드의 작곡가들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한 시기는 15세기입니다. 1450년부터 1550년 경까지 유럽에서 주로 활동한 작곡가들이 대체로 네덜란드 지역의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이 작곡가들은 대부분 유럽 전역으로 퍼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나 프랑스의 왕, 로마 교황들의 아래서 일하였으며, 나폴리, 피렌체, 페라라, 모데나, 만토바, 밀라노, 그리고 베네치아 등의 이탈리아 궁정, 교회에서도 일했습니다. 앞의 궁정들은 그 당시 프랑스 작곡가들이 네덜란드 작곡가들과 함께 활동하는 중심지로, 여기서 퍼져나간 네덜란드 음악 양식들이 서유럽 전역에 퍼져나가 점점 지배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때 활동했던 작곡가는 15세기 말과 16세기 초, 그리고 그 후의 작곡가들로 구분할 수 있는데, 15세기 말에는 요하네스 오케겜과 야콥 오브레흐트이고, 16세기 초는 죠스켕 데 프레와 그 동시대 작곡가들, 그리고 죠스켕 데 프레 사후인 1520년 이후에 활동했던 작곡가들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요하네스 오케겜(Johannes Ockeghem, 1420년 경 ~ 1497년 경)과 야콥 오브레흐트(Jacob Obrecht, 1457년, 1458년 경 ~ 1505년)
15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대표적인 작곡가는 요하네스 오케겜과 야콥 오브레흐트가 있습니다. 이들은 정형시 형식이나 정선율 기법, 테노르에 기초한 다성 성부 구조의 음악 등 중세시대 음악의 전통적인 양식을 사용함과 동시에 새로운 양식을 시도했던 작곡가였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죠스켕 데 프레 사후 시대에 현저히 나타나게 되는 특징들, 즉 음역이 넓어지고, 정선율을 테노르 이외의 성부들에도 배치하는 방식, 그리고 모방기법을 더욱 많이 사용하여 테노르가 지배적이었던 성부의 틀에서 벗어나 모든 성부의 역할이 비슷해지는 짜임새 등의 기법들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 요하네스 오케겜
요하네스 오케겜의 출생지나 년도는 다른 작곡가들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가 어렸을 때 네덜란드 동부 지역에서 살았다고 추측할 뿐입니다. 그의 가장 어린 시절의 기록은 1443년부터 1년 동안 안트베르펜(Antwerpen) 성당의 성가대원으로 활동했다는 것 정도입니다. 다음의 기록으로는 1451년에 프랑스의 궁정으로 옮겨 샤를르 7세(Charles Ⅶ), 루이 11세(Louis ⅩⅠ), 샤를르 8세(Charles Ⅷ) 밑에서 죽기 전까지 성악가와 작곡가, 성직자로 일했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요하네스 오케겜은 많은 후배들을 길러낸 좋은 선생님이기도 하였습니다.
요하네스 오케겜은 약 13개의 미사곡과 10개의 모테트, 그리고 20여개의 샹송을 작곡한 작곡가인데,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그렇게 많은 작품을 남긴 작곡가는 아닙니다. 그래도 그의 작품 중에 현존하는 다성 레퀴엠(Requiem) 중 가장 오래된 작품도 있습니다. 이 당시에 활동하던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작품에 날짜를 기록하지 않았는데, 요하네스 오케겜도 마찬가지로 작품에 날짜를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정리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① 미사
요하네스 오케겜은 미사를 작곡하는데 있어 대위법적인 독창성을 발휘하였습니다. 그의 미사 작품 대부분은 세속노래나 성가에서 빌려온 선율을 사용했는데, 이 정선율을 테노르에만 가져다 놓지 않고, 다른 성부들로 이동시켜 사용하거나(migrant cantus firmus, 이동정선율), 원래 선율의 악구 순서를 바꾼다거나, 단순하게 만들기, 또는 두 성부에 동시에 놓는 방법 등 해당하는 곡에 맞게 정선율을 변형시켰기 때문에 차용한 정선율을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② 네덜란드 카논
중세시대에 활동했던 작곡가들이 자신의 작곡 기교를 과시하기 위해 동형리듬 모테트를 작곡했다면, 요하네스 오케겜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작곡가들은 카논(canon)을 통해 자신의 작곡 기교를 과시하였습니다. 여기서 카논이란 지금 시대의 캐논과 비슷한 개념인데, 이 당시, 즉 르네상스 시대의 카논은 주어진 성부에서 다른 성부를 이끌어내는 규칙을 의미하였습니다. 이는 곡의 첫 머리에 쓰인 지시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카논이 되는데, 그 카논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그대로 카논(strict canon) : 첫 번째 성부 제시 후 몇 박자 뒤에 두 번째 성부가 같은 선율을 시작하는 것. 여기에는 첫 번째 성부보다 몇 음정 위나 아래에서 시작하는 다른 음정 카논(transposed canon)
(2) 뒤집어가기 카논(inversion canon) : 첫 번째 선율을 반 진행으로 움직이는 것.
(3) 거꾸로 가기 카논(retrograde canon) 또는 게걸음 카논(cancrizancanon) : 첫 번째 선율을 뒤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4) 다른 빠르기 카논(mensuration canon) : 첫 번째 선율과 다른 박자를 사용함으로써 두 성부가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들을 한 가지의 방법이 아니라 두 가지 이상 동시에 사용되는 카논도 있습니다.
③ 모테트
요하네스 오케겜이 작곡한 모테트들은 주로 4, 5성부로 구성된 곡들이었고, 일반적으로 음역이 낮은 편이며, 가사는 대부분 마리아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구성은 반복되지 않고 일정한 패턴이 없이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정선율이 사용될 때도 이 선율들은 장식이 되거나 변형되어 가장 윗성부 또는 두 번째 성부, 제일 아랫 성부에 위치하기도 했습니다. 요하네스 오케겜의 작품 《구세주의 존귀하신 어머니》(Alma Redemptoris Mater)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으며, 여기에서 정선율은 콘트라테노르 알투스(contratenor aluts)에 변형되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시로 요하네스 오케겜의 모테트 《순결한 신의 어머니》(Intemerata Dei Mater)와 《아베 마리아》(Ave Maria)와 같은 곡들은 정선율을 사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대위적으로 작곡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④ 세속음악
요하네스 오케겜의 샹송은 기욤 두파이나 질르 뱅슈와와 마찬가지로 수페리우스가 지배적인 3성 다성음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요하네스 오케겜의 곡들은 아래의 음역이 확장되었기 때문에 성부의 교차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그의 샹송 대부분은 최상성부인 수페리우스에만 가사가 붙고, 아래 두 성부는 악기로 연주되었을 것으로 추측되어집니다.
2) 야콥 오브레흐트
요하네스 오케겜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활동했던 야콥 오브레흐트는 요하네스 오케겜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에 관련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지만, 1476년부터 교회성가대에서 일했던 기록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야콥 오브레흐트는 1484년, 안트베르펜의 노트르담(Notre Dame) 사원의 성직자가 되었고, 그 후에는 베르겐 옵 줌(Bergen op Zoom), 브뤼쥬(Bruges), 그리고 페라라(Ferrara)로 옮겨 다니며 활동하다가 그 곳에서 흑사병으로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야콥 오브레흐트는 약 30여 개의 미사곡, 약 30여 개의 모테트, 20여 개의 샹송, 그리고 약간의 기악곡들을 작곡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종교음악에서 그의 음악양식이 잘 나타납니다. 그는 작곡을 할 때, 전체적인 화성을 고려해 작곡한 것으로 보이며, 그의 다성선율들은 선법 화성에 의한 것이지만, 기능 화성의 근음 위치 화음과 같은 음향을 냅니다. 특히 마지막 종지에서는 아래의 악보와 같이 선법 화성적이지만, 그 음향은 조성음악의 Ⅴ-Ⅰ와 같습니다. 야콥 오브레흐트도 모방기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아직은 곡 전체에 계속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으며, 이는 죠스켕 데 프레가 활동하는 시기에 가서야 완성됩니다.
① 미사
야콥 오브레흐트의 미사곡에도 대부분 세속노래나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들을 정선율로 사용하였으나, 이 선율들은 훨씬 더 자유로우며 변화된 형태로 취급되었습니다. 야콥 오브레흐트의 정선율 취급 방법은 첫째, 각 악장마다 정선율 전체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둘째는 정선율의 한 구절이 <기리에>에 사용되고, 다음 구절은 <글로리아>에 사용되는 것처럼 정선율을 나누어 사용합니다. 셋째는 둘 이상의 선율을 빌려다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은 카논적인 모방기법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또한 그는 정선율을 분해하여 쉼표로 분리하고, 일부를 반복하기도 하며 정선율을 곡에 다시 조직하기도 합니다. 좋은 예로는 야콥 오브레흐트의 《미사 온화한 마리아》(Missa Maria Zart)를 들 수 있습니다.
② 모테트
야콥 오브레흐트의 모테트에는 대부분 하나나 둘, 더 나아가 그 이상의 빌려온 선율들을 사용하였습니다. 이 선율도 마찬가지로 변형시켜 테노르에 사용하였지만, 때로는 선율의 일부분을 다른 성부에 분산시켜 등장시키기도 합니다.
③ 세속음악
야콥 오브레흐트는 대부분 4성부로 샹송을 작곡했으며, 특이한 점은 당시에 불어 가사를 사용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많은 샹송 곡에 네덜란드어 가사를 붙인 것입니다. 그는 또한 정형시 형식(formes fixes)을 사용하기보다는 자유로윤 형식으로 곡들을 작곡하였습니다. 야콥 오브레흐트의 샹송은 수페리우스 성부가 우세한 짜임새로 등장하지 않고, 모테트처럼 서로 모방하는 동등한 성부의 짜임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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