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다성음악1/3(2022.05.20)-오르가눔

작은대학교 2022. 5.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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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고대부터 중세시대, 교회음악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약 9세기 경부터 그레고리오 성가는 트로푸스와 전례극, 부속가의 성장과 함께 변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중세시대의 음악들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가들을 장식하고 확장하였습니다. 그 방식은 두 개 이상의 다른 선율을 동시에 연주하는 방식으로, 이 방식을 다성음악이라고 부릅니다. 이 다성음악의 발달은 서양음악과 다른 문화의 음악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9세기경에 나타나는 서양의 다성음악들은 그 후에 많은 변화를 겪었으면서 화성의 개념을 발전시켰고, 이는 20세기까지의 서양음악을 특정짓는 기본적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럼 중세 이후의 음악사를 시작해보겠습니다.


Ⅱ. 다성음악의 발달

 

1. 초기 다성음악

 

1) 오르가눔

 

초기의 다성음악에 대한 기록은 실제 악보가 아니라 음악이론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오래된 음악이론서는 저자 미상의  『무지카 엔키리아디스』(Musica enchiriadis, '음악입문서')로 9세기 후반부에 집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이론서의 한 부분은 단성 그레고리오 성가를 가지고 다성음악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실제 음악의 예도 함께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단성부의 성가를 2성과 3성, 4성으로 노래하는 방식을 설명했는데, 그레고리오 찬트의 주성음 아래에 병진행으로 새로운 음을 첨가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성음악을 '오르가눔(organum)'이라고 불렀습니다.

 

 

위의 예와 같이 불려진 오르가눔을 병행 오르가눔이라고 부릅니다. 병진행을 허용한 음정에는 완전 협화음정인 완전 4도, 완전 5도, 옥타브가 있고, 이 중에서 두 선율이 상대적으로 다르게 들리는 완전 4도를 선호하여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위의 병행 오르가눔보다 더욱 복잡한 예도 『무지카 엔키리아디스』에 설명되어 있는데, 이 방식은 처음 두 성부가 동음으로 시작해 완전 4도에 이르게 되면 이때부터 병진행을 진행하고, 끝 부분에 가서 다시 동음으로 끝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4도 병행의 경우에는 불협화음인 증 4도가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출처 : 생마르샬 악파의 초기 다성음악, 황홀한 조화의 세계를 경험하다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무지카 엔키리아디스 오르가눔, 《하늘의 왕》

 

출처 : 다성음악의 출현 - 오르가눔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무지카 엔키리아디스 필사본 중 《하늘의 왕》이 실려있는 부분

초기 오르가눔에서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이 항상 윗성부에 위치합니다. 그래서 이 선율이 '주성부'(vox principalis, 위 《하늘의 왕》 악보 중 윗 성부)라고 불렸고, 병진행하는 성부를 '오르가눔 성부'(vox organalis, 위 《하늘의 왕》 악보 중아랫 성부)라고 하였으며, 아래의 성부에 놓았습니다. 이런 성부 배치는 원래 성가의 선율이 윗성부에 위치하여 항상 분명히 들리게 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 오르가눔은 오르가눔 성부가 주성부의 선율을 거의 따라다니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 보면 독립된 두 선율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병행 오르가눔은 즉흥적으로 노래했고, 그것 때문에 중세시대 음악인들은 실제 악보에 오르가눔을 기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병행 오르가눔으로 생기는 다성음악은 연주 방식의 결과물이었지, 작곡 방식의 결과물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악보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오르가눔이 처음 나타난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무지카 엔키리아디스』가 쓰여지기 이전부터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르가눔이 즉흥 연주의 기능에서 작곡하는 방법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 약 2세기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2) 11세기 오르가눔

 

11세기가 되면서 오르가눔의 예는 음악이론서 뿐만 아니라 실제 악보에서도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오르가눔 성부가 단순히 주성부를 병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선율 진행을 보입니다. 오르가눔 성부는 주성부를 병진행하는 부분도 있지만, 반진행이나 사진행하는 부분도 나타나고, 가끔 오르가눔 성부와 주성부의 음역이 교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주성부의 한 음에 두 음 이상의 오르가눔 성부가 붙는 경우도 나타납니다. 이처럼 오르가눔 성부의 선율 진행이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독립된 선율을 이루게 되고, 이때부터 오르가눔 성부가 주성부보다 높은 음역을 차지하는 예가 많아지게 됩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래의 예시와 같이 동음과 완전 4도, 완전 5도, 옥타브가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3) 12세기 오르가눔

 

오르가눔의 성부가 윗성부의 역할을 하게 되고, 선율의 독자성이 부여되면서부터 다성음악의 발전은 급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12세기경부터 작곡가들은 정해진 선율로 되어있는 주성부는 그대로 유지한 채, 자유롭게 작곡할 수 있는 오르가눔의 성부에 음악적 장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양식의 오르가눔인 '장식 오르가눔'이 새롭게 등장하게 됩니다. 이 오르가눔은 12세기 이전의 것과는 다르게 주성부의 한 음에 여러 음으로 된 멜리스마를 오르가눔의 성부에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래의 악보는 작가 미상의 《임마누엘을 보았도다》(Viderunt Emmanuel)로 12세기 초 프랑스 남서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곡은 장식 오르가눔의 예로서 2성부 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오르가눔과는 다르게 주성부의 선율은 그레고리오 성가가 아니라 별도로 작곡된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주성부와 오르가눔 성부 사이의 관계를 볼 때 실러블 부분과 멜리스마 부분, 그리고 하나의 주성부 음에 서너 개의 음이 붙어 있는 네우마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멜리스마 부분에서 윗성부는 순차적으로 하행하는 선을 그리면서 진행되고, 실러블 부분에서 두 성부의 진행은 병진행보다는 반진행으로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The Music Salon: Musical Paleography/작가 미상, 오르가눔 《임마누엘을 보았도다》


▶ 오르가눔 : 그레고리오 찬트 주성음 아래 병진행의 새로운 음을 첨가한 다성음악

▶ 11세기 오르가눔 : 자유로운 선율진행이 가능해짐

▶ 12세기 오르가눔 : 장식 오르가눔(주성부의 한 음에 여러 음으로 된 멜리스마를 오르가눔의 성부에 사용하는 것)의 등장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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