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무조성과 음렬기법 4/7(2023.02.17)

작은대학교 2023. 2.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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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아놀드 쇤베르크에 대해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상대적으로 중요한 음렬기법의 원리에 대해 서술하는데, 살짝 복잡하고 어려울 수도 있으니 반복해서 읽으시고 이해를 꼭 하시길 바랍니다.


4) 음렬기법의 기본 원리

 

아놀드 쇤베르크가 고안해 낸 음렬기법의 기본 취지는 철두철미한 무조성 음악을 성취하기 위해 반음계의 12음 모두를 음악 속에 똑같은 빈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곡을 하는 도중, 비록 의도적이 아니라고 해도 특정음이 강조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개연성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12음 기법'이라는 강제적인 규칙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12음 기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작곡자는 먼저 12개의 음으로 구성된 음렬을 만들어야 합니다. 음렬은 작곡가가 마음대로 만들 수 있지만, 반음계의 12음 모두가 반드시 한 번씩 사용되어야 합니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음렬이 작곡의 소재로서 사용될 때도 12음이 모두 나오기 전까지는 그 중 어떤 음도 반복될 수 없습니다. 물론 실제 작곡에 임하는데 있어 이 규칙을 그대로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아놀드 쇤베르크 자신도 위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규칙을 그대로 지킨다면 음렬음악에는 반음계의 12개 음이 골고루 사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들어 1200개의 음으로 된 작품이라면 음이 각각 100번씩 출현하게 되므로 그 중 어떤 한 음이 특별히 강조되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완전한 무조성 음악을 성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래의 보기는 아놀드 쇤베르크가 만든 12음렬의 한 예입니다. 한번 만들어진 음렬은 총 네 가지 형태로 응용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처음에는 만들어진 그대로 사용하는 기본음렬(original) 방식부터, 뒤에서부터 거꾸로 사용하는 역행음렬(retrograde), 전위하여 사용하는 전위음렬(inversion), 마지막으로 역행음렬을 전위해 사용하는 역행-전위음렬(retrograde inversion)의 방식입니다. 이 네 가지 종류의 음렬은 반음계의 12음 중 어떤 음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한 개의 기본음렬로 만들 수 있는 음렬은 모두 48가지입니다.

 

출처 : [들배 서음사] 쇤베르크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쇤베르크의 음렬과 변형된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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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렬음악 작곡의 몇 가지 규칙을 잘 지키면 어떤 음을 어디서 써 넣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줄일 수 있게 되고, 자신의 귀에조차 익숙하지 않은 무조성 음악을 작곡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년간의 침묵을 깨고 기상천외한 작곡기법과 함께 다시 등장한 작곡가 아놀드 쇤베르크는 새로운 작품들을 속속 내놓게 됩니다. 1920년경부터 구상했던 《5개의 피아노소품》 Op. 23, 《세레나데》(Serenade) Op. 24 등의 작품에서 음렬기법을 부분적으로 실험해 본 뒤에, 《피아노모음곡》 Op. 25에 이르러서부터는 작품 전체를 완전한 음렬음악으로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1923년 한 해동안 완성된 것으로, 일단 목표가 설정된 이상 불굴의 의지로 추진해버리는 그의 성격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음렬기법을 사용하면 작곡가들은 항상 음렬 속의 순서에 따라 음을 사용해야만 하기 때문에 작곡상의 자율성에 큰 제약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음악을 진행시켜나가는 것 자체부터 작곡가에게 달려있고, 음 이외의 제반 요소들, 즉 리듬이나 음색, 강약 등도 모두 작곡가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결국 음렬기법은 음의 사용에 관한 한 가지 방법을 제공해줄 뿐 양식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닙니다. 즉, 음렬기법을 사용해 탄생되는 작품은 양식적으로 크게 다를 수 있고, 이는 같은 음렬기법을 사용한 아놀드 쇤베르크, 안톤 베베른, 알반 베르크,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말년 작품들을 서로 비교해 보면 자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20년대 후반부터 그의 음렬음악들은 자신 있게 대편성 작품으로 옮아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음렬음악을 좋아하는 청중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는 《관현악을 위한 변주곡》과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쓴 오페라 《모세와 아론》(Moses und Aron, 1930년 ~ 1932년) 등의 대작을 마음 놓고 구상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확고한 위치와 어느 정도의 안정된 생활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작품 《모세와 아론》은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는데, 작곡이 중단된 부분에서는 모세가 쓰러지는 몸짓과 함께 선율이 하강하는 소리가 울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하강하는 선율은 정확한 음고를 가지고 있는 음으로 적혀 있지 않고 '말 하는 듯한 노랫소리'로 되어 있습니다. 모세의 '외침'을 끝으로 그는 펜을 놓았고, 다시는 이 작품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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