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이탈리아에서 성행했던 민족음악들인 라우다, 프로톨라, 마드리갈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여기서 마드리갈은 네덜란드에 지배되었던 유럽의 음악을 이탈리아로 다시 되돌렸을 만큼 중요한 장르이며 성행했던 장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마드리갈의 초기와 중기, 후기 시대로 나누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초기 마드리갈(1525년 ~ 1545년)
초기의 마드리갈의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피렌체와 로마에서 활동했던 네덜란드 출신의 필립페 베르들로(Philippe Verdelot, 1480, 1485~1552년 이전)와, 네덜란드 작곡가들과 비견되는 최초의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코스탄초 페스타(Costanzo Festa, 1485, 1490년 경 ~ 1545년), 그리고 베네치아에서 활동했던 아드리안 빌라르트와 이탈리아 북부 출신인 야콥 아르카델트(Jacob Arcadelt, 1507년 경 ~ 1568년 경) 등이 있습니다.
마드리갈은 프로톨라와 마찬가지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프로톨라의 가사가 너무 장식적이고 센티멘탈해서 경박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반동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마드리갈은 아직 프로톨라의 양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윗성부의 선율이 주선율이 되었고, 아래의 성부들은 화성 반주에 지나지 않는 수직화성적 짜임새에다가 프랑스 샹송의 모방적 기법이 약간 가미된 정도였습니다. 또한 초기의 마드리갈은 네 박자 리듬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명확한 종지로 형식을 구분주어주기 때문에 프로톨라나 프랑스 샹송과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리듬이나 화성이 두 장르보다 더 다양하고 선율도 더욱 세련되고 개성적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4도나 5도 도약을 자주 보여주는 베이스 선율은 교회선법으로부터 조성체계로의 전환 과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2) 중기 마드리갈(1545년 ~ 1580년)
1540년대에 이르러 마드리갈의 중심지는 베네치아로 옮겨가게 되는데, 이 곳의 성 마르코성당에서 일했던 아드리안 빌라르트가 초기 마드리갈과 중기 마드리갈을 모두 작곡함으로써 이 두 양식의 중간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는 가사와 음악의 조화를 이룩했던 작곡가들 중 한 사람이었으며, 그의 완숙기 마드리갈 작품들은 초기의 수직화성적 짜임새에 모방적인 요소들이 더욱 가미되었고, 가사의 극적인 낭송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아드리안 빌라르트의 가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그의 제자 치프리아노 데 로레에 의해 계승되었고, 이는 중기 마드리갈의 특징으로서 자리잡게 됩니다.
① 치프리아노 데 로레(Cipriano de Rore, 1515, 1516년 ~ 1565)
치프리아노 데 로레는 네덜란드 출신의 작곡가로 이탈리아의 페라라와 파르마 지역에서 활동하였습니다. 그는 미사와 모테트, 샹송도 작곡했지만 그 중에서도 마드리갈에서 뛰어난 역량을 뽐냈으며, 약 120여 개의 마드리갈을 작곡하였습니다. 그도 아드리안 빌라르트처럼 페트라르카의 시를 즐겨 사용하여 마드리갈에 들어가는 가사의 질을 높였고, 이를 다른 마드리갈 작곡가들도 본받아 사용하곤 하였습니다.
1542년에 치프리아노 데 로레의 5성부로 구성된 첫 마드리갈 모음집이 출판됨에 따라 마드리갈 작곡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모테트와 유사하게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는 치프리아노 데 로레의 마드리갈 작품들은 네덜란드의 대위법에 바탕을 둔 4~5 성부 곡으로, 모방을 많이 사용하였고, 베이스는 대위법적인 대선율과 화성적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각 단어들을 음악적으로 묘사하여 시 전체의 의미를 음악에 표현해내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였으며 이를 위해 반음계적인 변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치프리아노 데 로레의 이런 생각은 16세기 후반에 활동하던 다른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도 그를 존경하여 "[그의]화성은 가사에 정확하게 순응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제작된 필사본들을 보면, 1540년 이후부터 마드리갈 작곡가들은 흑색음표의 시작적인 것과 가사의 의미를 연결시켜서 "어두움", "밤", "장님"과 같은 단어가 나오면 흑색음표를 더 사용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부여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 봤을 때, 그 당시 마드리갈은 청중들을 위한 음악이면서 연주자들 스스로도 즐기면서 연주할 수 있도록 했던 음악적 장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치프리아노 데 로레 이외에도 중기 마드리갈의 발전에 기여했던 작곡가로는 네덜란드 출신의 오를란도 데 랏수스(Orlando de Lassus, 1530, 1532년 ~ 1594년/Orlando di Lasso라고도 함), 필리페 데 몬테(Philippe de Monte, 1521년 ~ 1603년) 그리고 쟈케스 데 베르트(Giaches de Wert, 1535년 ~ 1596년)도 있습니다. 오를란도 데 랏수스는 마드리갈과 샹송, 그리고 리트로 더욱 잘 알려진 작곡가이지만, 교회음악 작곡가로서 더 유명세를 떨쳤던 사람입니다.
3) 후기 마드리갈(1580년 ~ 1620년)
16세기 후반이 되면 네덜란드가 아닌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들이 마드리갈 작곡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루카 마렌치오, 카를로 제주알도와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가 있습니다.
① 루카 마렌치오(Luca Marenzio, 1553, 1554년 ~ 1599년)
루카 마렌치오는 약 75여개의 모테트와 약간의 미사를 작곡했지만, 무엇보다 450개의 세속음악, 특히 마드리갈을 작곡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루카 마렌치오는 16세기 말에 6개의 마드리갈 모음집을 출판하였는데, 이 모음집들은 실력이 있는 아마츄어들이 부를 수 있고, 새로운 음악을 원했던 당시 사람들의 요구와 맞물려 빠른 성공을 이루게 됩니다. 대부분 5성부로 구성되어 있는 루카 마렌치오의 마드리갈들은 전원적인 가사가 많고, 대조되는 느낌이 잘 표현되었으며, '가사그리기' 또한 잘 구현된 작품들입니다.
② 카를로 제주알도(Carlo Gesualdo, 1561년 경 ~ 1613년)
루카 마렌치오도 가사의 표현을 위해 반음계를 활용하였지만, 이탈리아 마드리갈의 반음계 사용은 카를로 제주알도에 와서 절정을 이루게 됩니다. 베노사(Venosa)의 왕자인 카를로 제주알도는 음악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념으로 인해 정신이상이 오게 되고, 결국 그의 아내를 죽이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이를 극복하고 페라라에서 재혼을 하였고, 1594년 ~ 1596년 사이에 4권의 마드리갈 모음집을 출판하는 등의 왕성한 작곡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카를로 제주알도는 마드리갈 작곡에 있어서 감정표현을 가장 우선시 하여 작곡하였고, 이를 위해 화성과 선율 모두에서 반음계를 사용하였던 능수능란한 작곡가였습니다.
카를로 제주알도의 마드리갈 작품들 중에서 사용된 반음계화성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리듬이 복잡하지 않는 부분에서만 반음계를 사용하였고, 귀에 잘 익지 않은 대담한 화성이나 특이한 화음을 진행했을 때엔 이것들을 바로 반복하거나 동행진행을 시켜 귀에 익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카를로 제주알도에게 반음계의 사용이란 단순히 옛 것을 배격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에 깊은 감명을 받고 표현해 낸 결과였습니다.
③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567년 ~ 1643년)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는 크레모나(Cremona)에서 태어나 이 곳에서 음악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리고 그는 1590년부터 만토바에서 활동하다가 1613년에는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성당의 음악감독으로 부임되어 1643년 죽기 전까지 그 곳에서 일하였습니다.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는 르네상스 시대에서 바로크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시대의 작곡가로, 그의 마드리갈 작품을 통해서도 이 변화를 잘 볼 수 있습니다.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 모음집』 중 제 1 ~ 3권은 르네상스 시대적인 무반주 다성성악 앙상블곡이고, 제 4 ~ 5권은 바로크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작품들이며, 제 7권은 콘체르토(concerto)라는 제목이 붙여졌는데, 기악반주를 가지고 있는 독주나 이중주곡으로 뚜렷하게 바로크적인 양식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초기 마드리갈은 호모포니적인 부분과 폴리포니적인 부분의 자연스러운 조화와 가사를 충실하게 묘사하는 방법, 그리고 불협화 화성의 자유로운 사용과 같은 16세기 후반의 마드리갈 기법들로 작곡되었습니다. 그는 이런 기법들을 카를로 제주알도처럼 극단적으로 곡에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의 곡들에서는 17세기의 새로운 양식을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자유롭게 시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음악의 동기가 선율스러운 것이 아니라 레치타티보처럼 낭송적이고, 짜임새 또한 베이스의 화성반주를 가진 독주나 이중주 형태입니다. 이 때부터는 연주자들에 의해 즉흥적인 연주를 했던 장식적인 불협화음이나 꾸임음 같은 것들을 악보에 기보하였습니다.
16세기 후반의 이탈리아에서는 마드리갈 이외에도 '작은 노래'르고 불리우는 칸초네타(canzonetta)와 발레토(balletto)라는 가벼운 노래들이 유행하였습니다. 이 두 장르는 형식상으로는 비슷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데, 명확한 화성의 호모포니적인 짜임새를 가지고 있고, 자주 반복되는 각 부분들은 균등하게 균형이 잡혀 있는 구조입니다. '파 라 라'의 후렴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인 발레토는 그 이름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춤곡으로 활용되었으며, 노래로 부르기도, 악기로도 연주되었는데, 독일 작곡가들과 영국 작곡가들이 많이 모방한 장르이기도 합니다.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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