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구체음악과 전자음악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럼 오늘도 새로운 음악기법 중 하나인 장르라고 할 수 있는 '음색작곡', 즉 클러스터 기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 음색작곡
1960년대 이후 '소음의 해방'과 전자음악의 발달로 인해 부각되어진 음색작곡(Klangkomposition)은 리게티 죄르지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 1933년 ~ 2020년)로 대표될 수 있습니다. 음색작곡은 지금까지 설명했던 다양한 음악 현상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총렬음악에 대한 비판, 전자음악 음향을 순수 전통 악기로 얻고자 하는 시도, 그래픽 기보법과의 관계, 제2 비엔나악파 작곡가들이 보여주었던 음색선율 등의 사고들이 반영된 것입니다.
음색작곡의 작곡가들은 엄격하고 철저한 계획에 의해 작곡된 총렬음악에서 그 구조들이 인지불가능한 이유를 '음색'에 대한 중요성이 간과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음색작곡은 음악에서 개별적인 음과 리듬보다도 '음색'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데 바로 이 점이 음색작곡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도를 담은 음색작곡의 작곡방법은 '클러스터(Cluster) 기법'이라고 설명되며, 여기에 새로운 연주법의 개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짐승이나 새가 무리를 지어있는 '떼', 혹은 포도에 포도알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송이'를 의미하는 클러스터는 음색작곡에서는 여러 음들이 밀집되어 그것을 이루고 있는 개개의 음들이 드러나지 않고 총체적인 음색으로 관객에게 들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초기 클러스터기법 사용의 예는 찰스 아이브스의 《콩코드소나타》(Concord sonata, 1910년 ~ 1915년)에서 14와 3/4인치의 무거운 나무조각을 이용해 건반을 누르게 하는 그룹화음(Group chord)이나 헨리 카웰(Henry Cowell, 1897년 ~ 1965년)이 자신의 음악이론서 『새 음악의 자원』(New musical resource, 1919년)에 쓴 내용, 그리고 그의 작품 《마노논의 조류》(The Tides of Manaunaun, 1912년), 《환희》(Exultation, 1919년)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① 리게티 죄르지
헝가리 출신 작곡가 리게티 죄르지는 1956년 헝가리의 복잡한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서방 세계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는 비엔나를 거쳐 쾰른에 정착하였는데, 당시 유럽음악을 대변하고 있었던 총렬음악과 전자음악을 새로이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작곡가로서의 활동에 앞서 총렬음악의 분석 연구에 몰두하였습니다. 그러한 분석 연구를 통해 그는 총렬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수학적이고 통계적인 구조가 들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음색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런 학문적인 연구와 동시에 그가 몰두했던 전자음악 작곡은 순수한 전자음악의 대표작이자 성공작으로 꼽히는 《분절법》을 낳게 되었습니다. 망명 초기의 이러한 경험들은 리게트 죄르지에게 선율이나 리듬 진행을 중심으로 하는 지금까지의 음악에서 벗어나 음색 변화만을 느낄 수 있는 음색작곡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그는 《아파리시옹》(Apparitions, 1958년 ~ 1959년)과 《아트모스페레》(Atmospheres, 1961년)와 같은 작품에서 다양한 클러스터기법들을 보여주었고, 여기서 반음들의 밀집배치 그리고 그것과 연계된 카논모방과 같은 전통적인 작곡방법으로 선율과 리듬의 감지되지 않는 마이크로포니(Mikrophonie) 음향을 형성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리게티 죄르지 | |
1923년 | 5월 28일 현재 루마니아에 속해 있는 티르나베니에서 출생 |
1937년 | 14살에 피아노를 처음 배움 |
1941년 |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 동시에 콘서바토리움에서 음악을 공부 |
1942년 ~ 1943년 | 18세기 작곡가들뿐 아니라 벨라 바르톡의 음악을 공부 |
1945년 | 베레스(S. Veress)의 문하생으로 팔레스트리나의 대위법을 배움 |
1949년 | 민속음악의 수집을 목적으로 루마니아를 오랫동안 여행 |
1956년 | 12월 10일 불법적으로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서유럽으로 이주 |
1957년 ~ 1959년 | 쾰른 전자음악연구소에서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음 |
1958년 ~ 1960년 | 안톤 베베른과 피에르 불레즈 작품에 대한 연구논문 발표 |
1961년 | 음색작곡의 대표적 작품인 《아트모스페레》를 발표 |
1970년 이후 | 《현악4중주 제2번》(1968)으로 작곡경향의 변화 예시 |
1976년 | 미국 미니멀음악에 대한 영향을 보임 |
1980년대 | 아프리카, 프랙탈기하학, 냉캐로우의 자동피아노로부터 영향 받음, 《호른트리오》(1982) 작곡 |
2006년 | 6월 12일 사망 |
《아트모스페레》 이후에 작곡된 성악작품들에서도 그의 음색작곡에 대한 아이디어가 계속됨을 알 수 있습니다. 아카펠라 작품인 《영원한 빛》에서는 클러스터기법 단어의 모음만을 강조하려는 작곡가의 의도와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성악음악의 텍스트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가사의 정확한 전달까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클러스터기법을 인성에 적용해 인성의 음향학적 측면만을 강조한 성악음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리게티 죄르지의 클러스터기법은 '반음'의 관계를 넘어 '미분음'에 까지 확대 적용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현악사중주 제2번》(1968년)과 현악오케스트라 또는 12명의 솔로 현악기 주자를 위한 《라미피케이션》(Ramifications, 1968년 ~ 1969년)의 작품에서 미분음을 통한 클러스터기법을 볼 수 있습니다.
▶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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