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론

18~19세기 음악미학 자연의 모방 2/4(2023.07.21)

작은대학교 2023. 7.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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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은 자연의 모방에 영향을 받은 인물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1. 영(David Edward Young, 1683년 ~ 1765년)

  영은 영국 출신으로 유럽 대륙의 미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람입니다. 그의 미학적 입장은 예술가의 천재성을 크게 긍정하는 방향으로, 이것은 예술가를 신과 유사한 입장의 사람으로 비유한 영국의 철학자 샤프츠베리(A. Shaftesbury, 1671년 ~ 1713년)의 견해와 비슷한 것입니다.

 

  영은 모방을 두 가지 종류로 말했습니다. 첫째는 자연의 모방이고, 둘째는 작가의 모방인데, 자연의 모방을 'Originals'로, 작가의 모방을 'Imitations'라 불렀습니다. 이런 구분은 고대 그리스의 생각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먼저 자연의 모방에서 그가 말하는 자연은 외면적인 자연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인간을 두고 언급한 것이고, 부차적으로는 인간이 가진 예절과 열정(감정)을 지칭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그의 자연이라는 개념은 인간의 바람직한 면과 창조적인 면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그 자연을 모방했던 작가를 다시 모방하는 것이 작가의 모방인데, 그는 작가의 작품 자체를 모방하지 말고, 작가가 자연에 의해 제시받은 창작의 방식을 모방하라고 말하였습니다. 즉 모방의 방식을 그대로 베끼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옛 작가의 작품을 베끼지 않으면 않을수록 더 좋다고 말하였습니다.

 

  이렇게 영은 창조자로서의 예술가를 강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작품을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주관의 감정적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예술의 기법적인 측면을 덜 중요시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창조적 능력을 강조했던 그의 미학은 프랑스(듀보스, 바퇴), 독일(칸트, 헤르더)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2. 듀보스(Jean Baptiste Dubos, 1670년 ~ 1742년)

출처 : Jean-Baptiste Dubos - Wikipedia/장 밥티스트 듀보스

  듀보스는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작가로 활동했던 사람으로, 한 때 오페라 감독의 고문으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듀보스의 미학은 1719년의 그의 저서 『시와 그림에 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 후대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루소의 자연론과 칸트의 천재론보다 앞선 것이었습니다. 그의 미학적 견해는 크게 다섯 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① 예술의 위치와 음악의 위치

  예술의 기능은 정신활동의 기쁨을 충족시켜주는 것입니다. 인간은 본래 정신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고, 예술은 이 요구를 의식적으로 채워주며 미적 즐김을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는 인간의 정신이 일하는 방식을 두 가지로 제시했는데, 첫째는 느낀다(sentir), 둘째는 사색한다(reflechir) 혹은 명상한다로 구분하는데 여기서 두 번째가 더 어려운 일에 속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일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금방 지루해진다고 경고합니다. 느끼고 사색하는 것을 모두 잘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두 가지를 다 잘하게 되면 천재로 타고 나야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따라 듀보스는 예술을 천재의 소관으로 생각합니다.

 

 ② 모방미학

  듀보스에게는 모든 예술이 자연의 모방이라는 바탕 위에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먼저 시와 그림의 가치를 사람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물들을 모방하는 것에서 찾습니다. 시와 그림은 실제의 고뇌와는 상관없는 상상적 고뇌를 가능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예술가들에 의해 초기의 예술부터 그렇게 계획되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가 흘러가면서 그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입니다. 예술가들은 초기에 단지 감성과 상상력을 충족시키다가 이후에는 점점 인위적으로 감정을 자극시키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여기서 그 인위적인 방식은 바로 모방입니다. 모방은 조금 덜 강하긴 하지만 예술적인 대상이 우리에게 주는 인상과 같은 종류의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객체를 모방하는 것은 객체가 우리 속에서 만드는 감정의 모방을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듀보스가 예술이 단지 외면적인 것의 모방이 아니라, 감정의 모방이라고 주장했던 것은, 음악을 해석하는데 있어 매우 유리한 입장을 전개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음악이 감정의 모방이라는 말은 음악의 입장을 옹호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게 되었습니다). 외면적인 것을 모방하는 그림이나 시와는 다르게 무엇을 모방한다는 면에서 늘 어려움이 있던 음악은 이 말에 의해 새로운 가능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감정의 모방을 시와 그림에는 적용시키지 않고 오로지 음악에만 적용을 시켰습니다. 그는 음악이 사용하는 소리가 힘을 갖고 있고,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으며, 음악은 "자연으로부터 주어진 격정(또는 감정)의 표시"라고까지 말하면서, 음악을 다른 예술들에 비해 상당히 높게 평가를 했습니다. 

 

  음악가는 느낌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음과 액센트, 탄식, 음고를 모방합니다. 이 모든 소리들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데 사용되는데, 이것은 자연으로부터 주어진 감정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이런 소리와는 반대로 말의 내용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어느 곳에서나 통할 수 없는 지리적 제한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음악의 <테마>는 자연 소리의 모방을 좀 더 마음에 들게, 인상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음악은 이 테마 선율을 마음에 들게 하기 위해서 화성과 리듬을 사용합니다. 화성은 음악을 더 듣기 좋게 만들어주고, 더 완벽하게 모방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리듬은 모방에 더 큰 진실성을 주게 됩니다. 이는 자연적 소리의 속도를 모방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낭송되는 노래를 들을 때 그냥 말로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힘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점차 연극을 노래하는 방향으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흐름의 결과로 오페라가 탄생된 것입니다. 듀보스는 오페라의 레치타티보가 언어의 느낌을 전달하는 음들, 액센트, 소리를 모방하는 것이기에 진실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화성과 리듬에도 이런 진실이 내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듀보스가 말하는 진실은 다른 예술에서의 사실 모방적 진실과는 매우 다른, '느낌'의 진실입니다.

 

 ③ 착각

  효과적인 연극은 우리에게 단지 임시적인 느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는 착각을 주게 됩니다. 훌륭한 작품들은 그런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 착각을 통해 즐거움이 발생된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듀보스는 그런 견해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예술이 주는 착각이 삶 속의 실재적 착각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예술은 모방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러한 연극을 보면서 감동을 하지만, 이성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대상물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진짜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그런 착각을 주지 않는 그림의 경우에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듀보스는 착각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연극이나 그림이 더 많은 즐거움을 주는 뛰어난 것이라고 말하는데, 착각은 사람들을 차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흥분을 시키기 때문에 작품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듀보스가 예술이 착각의 활동에 의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것은 바로 예술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④ 기악

  음악은 인간의 말과 자연적인 소리를 모방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바로 다른 소리를 모방하기 위해 악기만을 사용한 심포니를 만든 것입니다. 기악은 자연의 실제적인 소리를 모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에는 극적 작품의 장면들 중 적절한 곳에서 아주 큰 효과를 주는 다양한 소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향곡에서의 모방의 진실은 그것이 모방하려고 하는 소리와의 유사성에 있습니다. 예를들어 폭풍을 모방하기 위해 작곡된 교향악의 진실은 교향악의 멜로디와 하모니, 리듬이 윙윙거리는 바람과 서로 맞부딪치고 바위에 부서지는 물결 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들었을 때에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듀보스의 모방론이 감정의 모방을 주장하기 이전의 단계, 즉 '시'를 강화시키기 위한 단계로 되돌아 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모방이론을 어떻게 하던지 음악에 적용시켜보려는 일이 어려웠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이런 해석은 모든 예술을 하나로 묶어서 보려고 했던 경향과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⑤ 천재

  듀보스는 예술가의 능력이 어느 정도 개성하된 작품을 내놓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개성화를 잘 이루었던 사람은 바퇴와 칸트에게서 예술가 자신이 자연임을 의미하는 천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발전은 듀보스가 자연을 내면적 자연으로 상정하여, 인간 내면 역시 자연으로 보았던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작곡하는 방법도 천재성에 복종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작곡학을 "음악가의 천재성에 의해 고용된 시녀인데,  이것은 시인에게 운을 만드는 재능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만약 "그 시녀가 집주인 행세를 하고 마치 그 집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자신의 기호에 맞게 집을 정리한다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출처 : 음악미학. 홍정수, 오희숙 지음. 음악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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