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19세기 오페라 3/5(2022.11.09)

작은대학교 2022. 11. 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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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19세기 오페라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로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2. 프랑스 오페라

 

프랑스의 오페라는 혁명 이후에 몇몇 전통적인 면을 고수하였지만, 그 위에 새로운 경향들을 접목시켜서 새롭게 탄생한 것입니다. 대규모의 합창, 호화스런 구경거리, 화려하게 장식되지 않은 아리아 양식등과 같은 것은 전통적인 프랑스 오페라의 모습이며, 이들은 무대의 볼거리에 감동을 받고, 인위적인 성악 양식을 싫어했던 프랑스 청중의 취향과 부합하였습니다.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오페라 코미크(opera comique), 서정 오페라(opera lyrique), 그랑 오페라(grand opera)의 세 가지 유형이 존재했습니다. 오페라 코미크는 레치타티보를 말로 하는 오페라와 연극의 중간 위치에 있는 장르입니다. 그리고 겉치레에 신경을 덜 쓰고 규모도 작기 때문에 출연자 수가 적고, 음악도 단순하기 때문에 일반 무대에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하여 주제도 거창하지 않고 일상적이면서 희극적인 내용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희극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레치타티보를 대사로 한다면 오페라 코미크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서정 오페라는 오페라 코미크보다는 좀 더 낭만성이 짙으면서 대사 대신 레치타티보를 사용했습니다. 서정 오페라의 규모는 오페라 코미크보다는 좀 더 크고 그랑 오페라보다는 작습니다. 샤를르 프란시스코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 1818년 ~ 1893년)의 《파우스트》(Faust, 1859년)와 죠르주 비제(George Bizet, 1838년 ~ 1875년)의 《카르멘》(Carmen, 1875년)은 모두 레치타티보 대신에 대사를 갖는 오페라 코미크였지만, 이후에 레치타티보를 붙임에 따라 서정 오페라로 탈바꿈한 예이기도 합니다. 그랑 오페라는 다수의 중산층을 겨냥한 것으로 풍부한 낭만주의적인 요소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대규모 오페라입니다. 

 

프랑스 오페라의 새로운 낭만적인 경향은 야생의 자연환경이나 초자연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그랑 오페라였습니다. 이것은 낭만주의적인 경향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중산층 청중을 겨냥한 화려하면서 놀라운 무대효과를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매우 규모가 컸던 프랑스 오페라의 오케스트라는 음색이 환상적이였고, 각종 효과를 내기에 적합하였습니다. 1820년대 초, 이탈리아 작곡가인 죠아키노 로시니는 오페라에 불기 시작한 새로운 낭만주의적인 기류를 찾아 프랑스로 옮겨갔습니다. 그가 이탈리아 오페라의 고루한 양식에서 탈피해 프랑스적 양식으로 작곡한 것이 프리드리히 쉴러의 극에 기초한 《기욤므텔》(Guillaume Tell, 1829년)입니다. 이 작품은 독재자로부터 자유를 구가하는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생생한 자연 경관과 사랑 이야기 등이 곁들여 진행됩니다. 죠아키노 로시니는 이작품에서 화성과 오페스트라 기법, 웅대한 합창, 덜 장식적인 성악 양식을 사용해 그의 작품 중 가장 낭만주의에 접근한 프랑스 오페라를 작곡했고, 이는 파리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1) 지아코모 마이어베어

 

출처 : 외젠 스크리브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왼쪽, 지아코모 마이어베어, 오른쪽, 외젠 스크리브

파리의 오페라 청중들은 보다 왕성한 낭만주의적인 요소들과 볼거리를 기대했고, 이에 부응한 작곡가들은 유례없는 웅장한 규모의 대하 오페라들을 기획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대하 오페라를 그랑 오페라라고 불렀고, 이 그랑오페라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의 섬세한 표현보다는 초자연적이거나 역사적인 사건에 강렬한 이국적, 민속적 요소들을 혼합한 경이로운 경험이 다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인상적이고 정교한 무대장치, 의상, 특수효과 등에 초점이 맞추어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청중의 욕구를 충족시켜준 대표적인 작곡가는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를 공부했던 지아코모 마이어베어(Giacomo Meyerbeer, 1791년 ~ 1864년)였고, 여기에 출중한 대본가인 위젠 스크리브(Eugene Scribe, 1791년 ~ 1861년)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의 대본은 4막이나 5막 구성으로 매우 장대하고, 영웅이나 서사적인 인물을 다루는 역사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으며, 비극적인 결말로 끝내고 있습니다. 음악도 이 대본에 걸맞았는데, 당시 파리 오페라극장의 오케스트라는 그 규모나 음색에 있어 유럽에서 가장 손꼽히는 오케스트라였고, 합창도 여기에 뒤지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지아코모 마이어베어와 위젠 스크리브의 공동작업은  《악마 로베르》(Robert le diable, 1831년), 《위그노》(Les Huguenots, 1836년), 《예언자》(Le Prophete, 1849년), 《아프리카 여인》(L' Africaine, 1865년) 등 많은 그랑 오페라를 썼고, 이는 눈부신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출처 : CLASSICAL ICONOCLAST: Robert le Diable - full download libretto (classical-iconoclast.blogspot.com)/이 수도원 장면은 섬뜩한 달밤에 수도원 뒤뜰의 묘지에서 죽은 수녀들이 다시 환생하는 것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장면은 은은한 달빛을 대신하는 조명, 거대하고 음산한 수도원 회랑과 수녀들을 무덤으로부터 일으키기 위한 무대장치 등으로 낭만주의 무대에 혁신을 가져온 장면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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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노》는 다른 프랑스의 그랑 오페라보다 더 큰 규모의 오페라였기 때문에 초연 당시 연주시간이 무려 5시간 반이나 소요되었습니다. 그러나 장대하고 변화무쌍한 무대, 대본의 극적인 효과, 그치지 않은 아름다운 선율, 현실감 있는 전투장면, 화려한 발레 등의 요소들로 당시의 청중들은 그의 오페라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프랑스 그랑 오페라는 이렇게 역사적인 사실이나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인물을 소재로 하고, 그 역사적인 배경을 철저하게 검증한 뒤에 무대에 올렸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의 위그노(프랑스의 개신교 신자, 프랑스 칼뱅주의자)인 라울을 영웅적으로 묘사하고, 가톨릭 국가였던 프랑스에서 가톨릭교도의 만행을 고발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파리에서 성공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며, 당시 그랑 오페라의 인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2) 루이스 헥터 베를리오즈

 

루이스 헥터 베를리오즈(Louis-Hector Berlioz, 1803년 ~ 1869년)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고, 문학과 음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그는 플루트와 기타를 혼자 익혔으며 장 필리프 라모의 화성학을 배웠습니다. 10대에 이미 작곡을 시작했지만,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의과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크리스토프 발리발트 글룩의 오페라를 본 뒤에 오페라를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일생동안 영향을 받은 문학작품들은 고대 로마의 시인 푸블리우스 베르길리우스 마로(Publius Vergilius Maro, 70B.C. ~ 19B.C.)의 『아에네이드』(Aeneid),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작품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Faust, 1805년, 1832년)였습니다. 루이스 헥터 베를리오즈는 정식 음악교육도 받지 못했고, 악기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지만, 문학적인 감수성과 탁월한 예술감각으로 프로그램 교향곡과 오페라 분야의 걸작들을 남겼습니다. 

 

그가 남긴 첫 오페라 작품은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 1836년)인데, 르네상스 시기에 활동했던 유명한 금세공사이며 조각가였던 동명의 인물을 극화한 것입니다. 이 오페라는 희극적인 요소와 비극적인 요소 둘 다 포함하고 있으며, 장대한 줄거리를 갖고 있는 게 아닌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연결시킨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었습니다. 1850년에 착수해 8년 뒤에 완성하게 된 《트로이 사람들》(Les Troyens, 1858년)은 5막 구성으로 된 그랑 오페라입니다. 이 작품의 대본은 베르길리우스의 영웅 서사시  『아에네이드』의 일부를 바탕으로 루이스 헥터 베를리오즈가 직접 쓴 것입니다.

 

이 작품의 내용은 영웅 아에네아스가 패망한 트로이에서 빠져나온 뒤 로마를 세우는 과정을 그린 것입니다. 이 오페라에서는 고전적이고 서사적인 대본에 걸맞도록 대규모의 합창과 발레가 많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절대 볼거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극의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해내기도 합니다.  루이스 헥터 베를리오즈는 고대 영웅 서사시를 주제로 한 만큼 음악에서 반음계주의를 극도로 절제하였으며, 애도의 장면에서만 효과적으로 반음계를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노래선율의 장식도 최대한 억제하고 순수하면서도 표현력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오페라는 쟝 밥티스트 륄리, 장 필립 라모, 크리스토프 발리발트 글룩, 지아코모 마이어베어를 잇는 프랑스 오페라 전통의 최정상을 차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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