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

20세기 초반의 음악적 상황 4/4(2023.02.01)

작은대학교 2023. 2. 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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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은대학교입니다.

 

오늘은 20세기 초반 음악적 상황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에 20세기의 음악 양식의 변화나 흐름을 말씀드렸다면, 오늘은 음악 외적인 이데올로기나 청중과 같은 외적인 흐름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20세기 초의 모더니즘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20세기에서 21세기 초로 이어지는 100여 년 동안의 음악을 흔히 현대음악이라고 지칭합니다. 우리는 종종 일상생활에서 '현대', 혹은 '현대적'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지칭하는 '현대'라는 말은 주로 현대식 건물이나 시설, 현대적인 감각이나 취향, 현대적인 사고방식 등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는데, 이 경우 '현대'라는 의미가 언제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적 거리를 가리키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6·25직후 지어진 건물들은 현대식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고, 1970년대에 유행했던 옷들 또한 현대적인 감각을 갖고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즉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현대적'이란 말은 넉넉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20~30년 전의 대상 앞에 붙이는 수식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에 작곡된 작품을 들어보면 그 작품을 '현대적'인 작품이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출처 : 아트앤뮤직 :: 쇤베르크(Arnold Schonberg)....달에홀린삐에로 12음기법작품 (tistory.com)/아놀드 쇤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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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아놀드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삐에로》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작품이 현대적이라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심지어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사람들에게도 생소하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즉 작곡된 지 이미 100년 가까이 된 작품에 '현대'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을 수 있다면, 결국 현대음악에 붙은 '현대'라는 것은 일상적인 의미의 '현대'가 아니라 좀 더 확장된 의미(한 세기 정도의 시간)를 지칭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현대음악'이라는 용어에서 '현대'는 시대적인 개념보다는 양식적인 개념, 즉 음악양식에 있어서 모더니즘을 뜻하는 용어에 훨씬 가깝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렇지만 모더니즘 음악이라는 것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양식적 특징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서양음악의 역사에 있어 모더니즘은 1910년 경 표현주의 무조음악으로부터 음렬음악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는 50년대, 60년대까지의 음악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즉 우리가 흔히 '현대음악'이라고 말하는 20세기의 모더니즘 음악은 조성이 없는 음악을 주로 많이 포함하고 있고, 음렬기법에 바탕을 둔 작품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난해한 음악의 가치와 이에 대한 평가는 항상 열띤 논의의 쟁점이 되어왔지만, 1960년대 전반까지는 음렬기법을 주로 사용한 모더니즘 음악이 서양 창작음악의 주도권을 장악해왔습니다. 하지만 1910년대의 무조음악이 반세기가 지난 60년대까지도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막연한 것'으로 남아있자, 점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작곡가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음렬기법을 사용하는 작곡가들의 수는 격감하기 시작했으므로, 우리는 모더니즘의 전성시대를 분명히 지나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견지에서 20세기 말의 음악에 '모더니즘 이후', 즉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붙여주기도 합니다.

 

3) 계승과 단절의 양면성

 

한 시대의 음악이 그 시대의 음악으로서 동질성을 전혀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서양음악사에 있어 굉장히 특이한 일이며, 이런 현상을 흔히 '혼란'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양식적 혼란은 서양음악사에 항상 있어 온 변화의 한 국면으로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한 시대의 음악양식이 통일성을 잃고 여러 종류의 양식이 공존하는 상황, 더욱이 이런 혼란기가 한 세기를 통해 계속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은 이전 시개에 볼 수 없었던 상황인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즉 20세기에 일어난 변화는 우리가 최근에 경험했기 때문에 큰 사실로 느껴지지 않을 뿐이지, 큰 시각에서 보자면 정말 거대한 변화임이 틀림 없습니다.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작곡가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음악 역시 변모해야 한다고 믿었고, 그래서 19세기 음악으로부터의 단절을 결심하였습니다. 19세기 말에 거의 독보적인 명성을 유지해왔던 리하르트 바그너는 점점 과장된 표현으로 20세기 음악가로부터는 거부당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인상주의 음악 역시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인위적으로 가공되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각광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탈피는 이전의 것을 탈피하고자 하는 대상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탈피하고자 하는 대상이 바로 새로운 것의 출발점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탈피대상의 모습을 바로든 거꾸로든, 어떤 형태로든지 반영하기 마련입니다. 즉 새로운 양식이란 백지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양식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아니라 계승과 단절의 양면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20세기의 많은 작곡가들이 새로움을 찾아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에서는 낭만주의의 잔재가 많이 발견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음악사학자 그라우트는 아놀드 쇤베르크의 음렬음악인 《관현악을 위한 변주곡》(Variationen fur Orchester, 1926년 ~ 1928년) Op. 31이 "브람스 작품의 모든 음을 틀리게 연주하는 것같이 들린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음 소재를 제외한 제반요소들이 독일 낭만주의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20세기 작곡가들이 전시대를 아무리 거부하고자 하더라도 그들의 음악 중 많은 부분은 19세기 낭만주의 전통 속에서 자라난 것입니다. 이런 견지에서 20세기 서양음악은 황무지에서 출발한 역사적 사생아가 아니라 서양음악의 긴 전통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4) 현대음악과 청중

 

서양의 고전음악을 많이 즐겨들었던 사람들이 '현대음악'을 듣게 된다면, 그들이 요한 세바스찬 바흐와 베토벤, 또는 요하네스 브람스 등이 작곡한 음악을 들을 때와는 아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후 제가 설명드릴 현대음악들은 1900년 이후에 작곡된 음악이지만 일반적인 음악 감상자들이 즐겨 듣는 음악 범주의 바깥에 있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18세기 감상자는 그 시대의 음악을 즐겼는데, 왜 20세기의 감상자는 20세기의 음악을 즐기지 않는가?'라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음악적인 기법과 양식에 국한된 문제이거나 청중의 태도에만 기인하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적, 즉 음악 외적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교통과 통신시설의 발달, 활발해진 국제교류 등으로 인해 20세기의 감상자들은 지구의 정반대편에 있는 상이한 문화권의 음악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종 오디오, 비디오 기기들이 속속 발명됨으로써 감상자들은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극히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20세기의 청중은 역사상 그 어느 시대의 청중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은 만큼 동시대의 작곡가들에게 특별한 양식을 요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기호에 맞지 않은 음악이라면 안들으면 그만이고, 좋아하는 음악만 골라 들으려 해도 그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따라서 작곡가들의 실험성이나 청중의 무관심 중 반드시 어떤 쪽이 먼저라는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어쨌든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새로운 음악과 청중의 골은 점차 깊어가고 있으며, 작곡가와 청중의 소원한 관계는 궁극적으로 20세기 음악 양식의 다원화를 부채질하는데 일조하게 되었습니다. 


20세기 초반의 음악적 상황 요약

 

서양음악사에 있어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변화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하게 발달했습니다. 이 시대에는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고, 과학기술 또한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또 다른 예술분야들과도 상호 영향이 점점 커진 점 등은 음악 양식의 변화에 가속도를 더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흐름으로 인해 작곡가들의 사회적 위상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20세기의 모더니즘은 음악양식을 크게 변화시켰고, 점점 더 새로움을 추구한 20세기 작곡가들과 과거의 음악에 친숙한 청중들 사이의 거리는 더욱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고, 그 골 또한 깊어져 갔습니다.


▶ 출처 : 새 들으며 배우는 서양음악사. 허영한 외 6명 공저. 심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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